2021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2021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2021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가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지난 16일 개막식과 함께 그 시작을 알렸다. 총감독으로 선임된 세계적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의 주도 하에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해 함께 새로운 도시건축 패러다임을 모색하고자 개최되는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는 주제전, 도시전, 게스트 시티전, 서울전, 글로벌 스튜디오전, 현장 프로젝트 총 6가지의 전시로 구성되었으며 오는 10월 31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세운상가 일대에서 진행된다. 전세계 53개국, 112개 도시, 109명의 작가, 40개 대학, 17개 해외 정부 및 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한 전시인 만큼 역대 최다 작품을 선보이며 혁신적이고 심도 있는 도시건축 논의의 장을 펼쳐내는 중이다.

2021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의 심벌은 ‘바람장미(windrose)’로, 마치 터져 나오는 형형색색의 불꽃놀이를 보는 듯 다채롭고 역동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심벌의 한 획, 즉 교차되는 ‘크로스로드’마다 서로 대립되는 두 개념이 연결된 다섯 개의 소주제를 각각 담아내었는데 1. 지상/지하, 2. 유산/현대, 3. 공예/디지털, 4. 자연/인공, 5. 안전/위험이 그것이다. 이 소주제들은 하나의 구심점을 축으로 하나의 ‘바람장미(windrose)’가 되어 함께 지속 가능한 도시 성장을 위해 힘차게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1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2021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서울 비엔날레의 메인 전시장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비엔날레 주제에 대한 작가들의 다양한 해석을 담은 [주제전]과 세계 도시의 현안을 주제와 연관해 연구한 [도시전] 그리고 주제 관련 국내외 대학의 연구 결과를 전시한 [글로벌 스튜디오]로 3가지의 주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전시가 시작되는 2층 디자인 박물관에 입장하게 되면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작품들을 마주하게 된다. 대규모 전시는 어디부터 어떻게 관람해야 할지 어려워 자칫 혼란을 안길 수 있으나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는 세심한 전시 가이드맵과 작품마다 부착된 작품 번호 라벨, 완벽한 DDP의 전시 공간 구성을 통해 질서 있고 편안한 관람 동선을 안내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관람객은 2층의 디자인 박물관에서 [주제전]을 감상한 후, 디자인 박물관을 감싸고 있는 디자인 둘레길을 따라 [도시전]의 작품들을 차례로 관람하며 아래쪽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글로벌 스튜디오 전시]가 이뤄지고 있는 B2층 디자인 전시관에 다다르게 된다. 이동하는 내내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기에 도시의 문제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작품들을 좀 더 유연하고 생동감 있는 시선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2021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2021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DDP에서 처음 관람하게 되는 주제전 [건축 x 인프라]는 2021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의 주제인 도시 공간의 ‘회복력’과 관련하여 건축과 인프라의 융합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경이로운 현대 건축물에 선정한 ‘샌프란시스코 연방정부 건물’ 의 설계자인 ‘톰 메인’과 프랑스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퐁피두센터’를 건축한 ‘렌초 피아노’를 비롯한 명성 있는 해외 건축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건축박람회에 걸맞게 거대한 규모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건축에 비해 비교적 작은 미술 전시를 주로 방문하던 관람객이라면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그 규모에 압도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면 커져가는 전시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로움이 그 위압감을 대신하게 된다. 관람객은 직접 사용된 재료가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 작품들을 다양한 각도와 거리에서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다. 심지어는 작품 내부에 들어가고 통과하는 체험이 가능한 작품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관람 방식을 통해 관람객은 보다 밀접한 시선으로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가 제시하고 있는 지속 가능한 도시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2021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2021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그다음으로 만나게 되는 도시전 [다섯 가지 크로스로드]에서는 앞서 살펴본 ‘바람장미’ 심벌이 의미하는 다섯 가지 소주제에 따라 미래 건축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고 있다. ‘센다이 미디어 테크’ 등 실험적인 건축물로 유명한 이토 토요(Ito Toyo)도 ‘동적 평형’이란 작품으로 참여하였다.

전시된 총 64개의 실로 많은 작품들을 통해서 ‘지속 가능한 도시’라는 하나의 큰 주제로 귀결되면서도 여러 방면의 각기 다양한 주제를 만날 수 있게 된다. 관람객은 한자리에서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수많은 탐구들을 관람하면서 더 넓은 시야로 미래 도시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된다. 그중 웨스트 8(west 8)의 [부상형 교량 프로토타입]은 기반 시설에 대한 사고의 전환으로 기후에 대응하는 탄력적인 도시 건설 방식을 제안한다. 점차 변화하는 기후는 기존 인프라에 큰 위협적이 요소가 되는데 이에 기존 인프라 패러다임 자체에 대한 성공적인 전환을 보여주며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져올 수 있는 미래 도시의 유연한 적응과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2021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2021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또 루프 케이프의 [구름 속의 세계 : 루프스 케이프의 비전]과 건축적 사무소의 [발코니의 새로운 정원]은 인문 건축가 유현준이 미래의 공간으로서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발코니’와 맞닿아있다. 인간의 공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루려는 움직임이 과연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글로벌 스튜디오 [피난처]에서는 작품 전시를 통해 감염병, 자연재해, 정치 혼란 등 다양한 재난에 대응하여 피난처의 역할과 더불어 정치적인 역할까지 수행하고자 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2021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2021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전시 전경 / 사진 : 정지원 기자

2021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 전시는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실질적인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특히 이러한 펜데믹 시대에, 위기에 처한 도시를 걱정하고 빛나는 아이디어에 반가워하고 회복을 위해 고민하는 등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는 유익한 주제 전시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어지는 ‘세운상가’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의 게스트시티전, 서울전, 현장 프로젝트를 천천히 관람하며 세계 도시, 서울, 그리고 그 속에 존재하는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경험하고 해석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임수현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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