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 23살 이선호 씨가 평택항 야적장에서 개방형 컨테이너 바닥을 청소하는 작업을 하다 300kg에 이르는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씨는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이 작업을 홀로 하고 있었지만, 사실 이 현장은 안전한 보호장치와 안전 관리 책임자가 필요한 위험한 작업 현장이었다.

해당 작업을 책임지고 있는 하청 업체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사건이 왜 벌어졌으며 앞으로 어떤 해결책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문을 내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노동계에서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을 더 엄격하게 바꿔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 등으로 인해 노동자가 일을 하다 현장에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일이 생기면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기업의 대표와 경영책임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내거나 1년 이상의 징역을 살아야 하며, 법인과 기관은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한다.

이 법안은 태안 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사망사건과 38명이 사망한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건 등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지난 1월에 통과되어 내년 1월부터 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당장 내년부터 이선호씨 사건과 같은 일이 줄어드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유예기간을 2년을 더 주어 2024년부터 적용이 된다. 실제로 작년에 산재 사망 사고의 81%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적용이 너무 늦지 않냐는 의견들이 있다. 또 5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해당 법률이 아예 적용되지 않기도 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여론이다.

게다가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회사가 낸 벌금의 평균이 450만원으로, 최소 벌금 기준이 없어 솜방망이 처벌이 될 수 있다는 지적과 법을 만들 때 ‘중대재해’나 ‘경영책임자의 범위와 의무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아 기업이 교묘하게 빠져나갈 수 있다며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동계는 유예기간이나 예외도 없애야 하며, 처벌과 기준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반발도 강하다. 기업들은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처벌은 모든 건설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라며 “법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모델이 되는 영국의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은 기업에 상한선이 없는 벌금을 부과한다. 이 같은 법이 시행되자 영국은 산재 사망률이 2007년 0.7명에서 2018년 0.36명으로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하루 2.4명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이번 이선호 씨 사망사건을 계기로 일터에서 사망하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 보호를 위한 기업들의 책임 준수 의무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이상 현장에서 억울하게 숨지는 노동자가 생기지 않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제대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호 기자 dlghcap@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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