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코인, 도지데이 맞아 20% 급등 사상 최고치 경신
올해초 대비 8000%상승...암호화폐 상승과 머스크 효과
인플레이션, 자금세탁 등 불법행위 단속...급락 요인 존재

도지데이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도지데이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도지코인이 4월 20일로 알려진 도지데이(Dogeday)를 맞아 20% 가까이 급등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도지코인은 20일 오전 6시 현재(한국시간 기준) 암호화폐 가격 실시간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보다 18.62% 급등한 코인 당 38.75센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초 코인 당 0.47센트 였던 것에 비교하면 무려 8200% 상승치다. 그나마 이 수치도 수시간 전 최고치를 기록했던 43센트(약 9000%)였던 것에 비하면 그나마 좀 떨어진 가격이라는 것이 놀랍다.

도지코인은 이로써 시가총액이 모두 509억 달러(56조7000억원)에 달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바이낸스 코인, 리플에 이어 시총 5위의 암호화폐로 우뚝 섰다.

현재 상황에서는 아무런 사용처도 없는 도지코인은 대체 왜 이렇게 급등하고 있을까? 이에 따른 문제는 없을까?

도지코인은 2013년 IBM 프로그래머 빌리 마커스와 어도비의 프로그래머 잭슨 팔머가 무턱대고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을 조롱하기 위해 3시간 만에 만든 암호화폐다. 장난식으로 만들었던 이 화폐는 마스코트로 당시 인터넷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유명했던 시바견을 채용했으며 이름도 해당 시바견을 의미했던 Doge로 정했다.

그런데 오히려 도지코인은 밈으로 쓰이던 시바견의 친숙한 모습이 인기를 끌면서 많은 암호화폐들 중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화폐는 주로 레딧이나 트위터, 트위치 등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팁으로 제공되면서 익숙함을 더했다.

그러다 도지코인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있었는데 바로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지지 발언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올해 초부터 자신의 SNS를 통해 “도지코인은 우리 모두의 암호화폐”라는 등 애정을 보였고 이에 도지코인은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바 있었다. 테슬라가 전기차와 우주 산업 등 미래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수장인 일론 머스크의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와 애정이 해당 화폐들의 미래 가치를 보장하고 있을 것이라는 심리다.

또 미국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지난 14일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것 역시 암호화폐의 전반적인 상승 분위기를 이끌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가 코인베이스에서 도지코인을 거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보인 것과 SNS에 ‘달을 향해 짖는 개’ 그림을 올리면서 “달을 향해 짖는 도지”라는 트윗을 남긴 것도 도지코인이 우주 산업에 사용되거나 가격급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됐다.

일론 머스크가 '달을 보며 짖는 개' 그림을 올리며
일론 머스크가 '달을 보며 짖는 개' 그림을 올리며

게다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4월 20일을 도지데이라고 명명하면서 "도지데이에 도지코인이 69센트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투자 광풍이 분 것이다.

◇ 인플레이션, 단속 등 급락 요인 존재...주의해야

이런 광풍이 언제까지 갈까. 전문가들은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먼저 도지코인의 특징 때문이다. 도지코인은 장난식으로 만들어진 밈 코인으로 비트코인과 비슷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

특히 비트코인은 2100만개로 공급 상한선이 정해져 있지만 도지코인은 무제한으로 채굴이 가능하다. 이는 무한대로 증가하는 코인이 인플레이션을 넘어 초인플레이션을 초래해 암호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며 여기 투자한 사람들은 극심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애초에 사용처가 없는 암호화폐에 사람들이 과도하게 몰리는 것도 가치에 의한 투자가 아닌 투기라 결국 돈을 잃을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또 암호화폐로 돈이 몰리면서 자금세탁, 사기 등 불법행위 우려가 커지는 것도 문제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이를 문제삼아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면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게 되고 여기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가 암호화폐를 통해 이뤄지는 자금 세탁을 단속할 수 있다는 추측에 비트코인 가격이 (18일 기준)18% 급락했다. 한국 정부 역시 4~6월을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하고 관계기관과 합동해 암호화폐 불법행위 단속에 나선다.

또 지난달 25일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100여개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중에 상당수가 오는 9월 폐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개정 특금법과 시행령에 따라 앞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준수해야 하며 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계좌를 받고 신고 절차를 거쳐야 영업이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계속 영업하려면 6개월의 법 적용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 말까지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하는데, 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능력과 위험도,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실명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은행권은 대다수의 거래소들이 열악한 업체들이라 상당수가 은행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9월 이후 무더기로 거래소들이 문을 닫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은행들과 실명계좌를 연동한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에 불과하다.

이처럼 도지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현재 화폐 자체의 가치보다는 자산증식의 투자 대상으로만 여겨지고 있다. 그만큼 누군가의 한 마디, 한 번의 규제에 크게 휘둘리고 있는 상황이다.

형체가 없는 곳에 돈이 몰리고 있다. 누군가는 엄청나게 큰 돈을 벌겠지만 누구나가 벌 수 는 없는 법.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호 기자 dlghcap@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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