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윤웅 작가
길윤웅 작가

최근에 파울루 프레이리의 억압받는 자들의 교육학 <페다고지>를 읽고 있다. 이 가운데서 2장에 나오는 '은행 예금식 교육'은 인상적이다. 50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 읽어봐도 우리의 교육현장을 놓고 생각해 볼 지점이 많다.

시험을 봐서 대학에 가야 하는 세상은 변하지 않고 있다. 몇 번의 수정을 거쳐 대입 제도가 개선되고 있지만 별반 큰 차이가 없다. 거기에 맞는 입시 컨설팅이 나오고 학교도 맞춤형으로 수업과 시험 성적을 관리할 수 있게 지도한다. 교육 현장에 인간의 창조성은 사라지고, 학생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로 길러진다. 학생은 교사가 넣어주는 것을 받아 담는 그릇과 용기에 지나지 않는다.

프레이리는 이런 은행 예금식 교육이 아니라, 문제 제기식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 제기식 교육은 창조성을 토대로 현실을 드러내는 교육, 자유를 실천하는 교육이다. 지금 우리 교육 현실은 어떤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다행인 것은 그러한 과정 속에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그 변화가 누구를 위한 변화인가를 생각할 때 가야 할 길이 멀다. 한때 금서로도 지정된 <페다고지>를 접하며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학교 체육 시간에 태권도를 의무적으로 배워야 했던 것이다. 그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것, 내 체력을 키우기 위한 게 아니라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해야 했다. 학교가 선택한 것이지 내가 선택한 체육활동이 아니었다.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의문을 제기하고 의심하는 사람은 이상한 놈일 따름이다.

그렇게 길러진 학생이 사회에 나와서 변화를 이루기 위한 시도를 할 수 있을까? '대박' 기업 입사를 꿈꾸지 주목받지 못하는 회사에 누구도 눈을 돌리지 않는다. 규모의 싸움을 위해 대기업이 특정 분야의 인력을 싹쓸이하듯 채용을 하고 있다. 기술 전쟁이 곧 인력 전쟁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수익 목표에 맞춰 적응할 수 있는 인간이 필요할 따름이다. 기업이 사회 공헌사업을 하며 ‘함께’, ‘더불어’, ‘같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마음에는 두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단어다.

모두 한곳을 향해 달려갈 때 다른 쪽으로 간다고 해서 비난할 게 아니라 그러한 길을 통해 새로운 길을 만날 수 있도록 격려해 줄 필요가 있다. 더 다양해지고 더 넓어질 때 삶의 여유가 생겨날 수 있다. 같은 길에서 같은 싸움을 하는 게 일이 되어버린 사회는 불행하다.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은 최근 한 수상소감 인터뷰에서 "나는 배우들 간의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후보에 오른 배우가 자신이 출연한 영화에서 각자 역할을 맡았고, 이를 비교할 방법이 없으니 사실상 모두가 승자"라고 말했다. 배우의 이 같은 수상소감에도 영화의 메시지에 주목하기보다는 이제 남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관심을 쏟는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곳에서 일이 만들어진다. 새로운 생각,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에 의해 사회는 성장한다. 좀 더 멀리, 함께 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 사람은 누구이며,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생각해 볼 때이다. 사회 변화를 이끌 독특한 이단아를 만들기보다는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방식에 여전히 몰두하고 있지 않은가.

당신은 조직에서 홀로 튀는 인재, 튀어나온 말뚝을 잘라내기보다는 오히려 비료를 줄 수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나? 일본 무인양품의 성장배경에는 튀어나온 말뚝을 알아보고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길윤웅 yunung.kil@gmail.com 필자는 IT전문 잡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한글과컴퓨터 인터넷 사업부를 거쳐 콘텐츠 제휴와 마케팅 등의 업무를 진행했다. 디자인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 중.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교육과 제작 활동에 관심을 갖고 산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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