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은 '현금 1조+로열티 1조'...현금은 2년간 5000억씩 분할 납부
"양사, 공격적 투자와 완성차 업체 신뢰회복 통해 재도약 삼아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본사가 있는 여의도 트윈타워(왼쪽)와 서울 중구의 SK서린빌딩. 출처=뉴스1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본사가 있는 여의도 트윈타워(왼쪽)와 서울 중구의 SK서린빌딩. 출처=뉴스1

LG에너지솔루션와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법적 분쟁이 두 회사간 전격 합의로 끝났다. 이에 따라 그동안 배터리 주력 회사간 분쟁으로 한국 배터리 산업이 성장동력을 잃고 자칫 공멸의 길로 접어 들 수 있다는 우려를 씻을 수 있게 됐다.

LG와 SK간 합의는 11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두 회사는 이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하고 있는 배터리 법적 분쟁을 모두 종식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으로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게 되며,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한다. 또한 향후 10년 동안 추가 쟁송도 하지 않는다.

◇현금 1조원 2년 분할에 로열티 1조는 2023년부터

이날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SK이노베이션 사장은 공동으로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사 대표는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으며,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신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덧붙였다.

LG와 SK간 전격 합의의 이면에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종용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 이번 합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SK측에서 요구한 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가 결정되기 하루 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우선 합의금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에 현금 1조원을 올해 안으로 5000억 원, 내년까지 5000억 원을 납부해야 한다. 나머지 1조원은 로열티 방식이다. 오는 2023년부터 SK이노베이션의 연간 글로벌 배터리 판매 매출에 대해 상호 계약한 방식에 따라 SK측은 2023년 말 현재가치 기준으로 1조원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LG측에 추가로 물어야 한다.

이번 법적 분쟁의 발단은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자사의 배터리 관련 핵심 기술을 다량으로 유출했다'고 주장하며 ITC 소송을 내면서부터 시작했다. 이후 LG와 SK측은 핵심인력과 영업비밀 유출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고, ITC가 지난 2월 최종결정에서 SK가 관련 증거를 조직적·고의적으로 인멸했다고 판단하며 SK에 패소를 확정하면서 LG측의 승리로 기울었다.

이번 판결이 바이든 행정부의 거부권 없이 최종 확정될 경우, SK는 미국 시장에서 향후 10년 동안 배터리를 판매할 수 없게 되며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ITC의 최종결정 이후 양측은 합의를 시도했지만 합의금 격차는 컸다. 합의금 규모로 LG는 3조원, SK는 1조원 안팎으로 보고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전경.

◇ 업계 “K배터리 공멸 위기감서 신뢰회복과 상생 유턴 계기 돼야”

이번 합의에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합의 종용과 한국 2차전지 배터리 산업의 동반 추락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두 회사에게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ITC 판결이 확정될 경우 SK가 투자해 건설중이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의 차질과 이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 정치적 부담이 있었고, 거부권을 발동할 경우 기술침해 여부에 대한 ITC 결정을 뒤집어야 하는 것이 부담이었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와 삼성SDI, SK이노베이션으로 구축된 K배터리 삼각편대의 글로벌 시장 공략이 더 이상 소모적인 법적 분쟁으로 뒷걸음을 쳐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도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측은 "이번 합의는 공정경쟁과 상생을 지키려는 당사의 의지가 반영됐다"며 "배터리 관련 지식재산권이 인정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도 입장문을 통해 "급성장하는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두 회사 모두 더 이상 소모적인 분쟁으로 시간을 낭비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두 회사가 벌여온 2년 여의 법적 분쟁동안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K배터리 신뢰는 동반 하락을 했고, 시장 1위 업체인 중국 CATL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커졌다.

SK이노베이션과 협력을 벌여온 폭스바겐이 배터리 수급에 있어 중국 CATL이 채택하고 있는 각형 배터리의 구매를 확대할 것임을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아이오닉5에 중국 CATL 배터리를 채용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LG와 SK간 분쟁이 글로벌 공급망 관리(SCM) 측면에서 악재로 인식하며, 다른 대안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 양사의 합의는 빠를 수록 좋다는 입장이었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타결된 것을 환영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와 SK간 분쟁은 두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같이 맞물려 있는 소재 부품업체까지 보면 전체 한국 배터리 생태계의 문제였다”면서 “두 대기업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완성차 업체와의 신뢰회복을 통해 글로벌 시장 선도의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팀 onnews2@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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