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윤웅 작가
길윤웅 작가

"비난 본능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중요성을 과장한다. 잘못한 쪽을 찾아내려는 이 본능은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방해한다. 비난 대상에 집착하느라 정말 주목해야 할 곳에 주목하지 못한다. 또 면상을 갈겨주겠다고 마음먹으면 다른 해명을 찾으려 하지 않는 탓에 배울 것을 배우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재발을 방지하는 능력도 줄어든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지극히 단순한 해법에 갇히면 좀 더 복잡한 진실을 보려 하지 않고, 우리 힘을 적절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95쪽, <팩트풀니스> 중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인 가운데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SNS를 통해서 전파되고 있다. 백신접종과 관련한 심리적 불안을 야기하는 글이 유포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많은 언론사가 팩트체크 기사를 올리고 있다. 우리 사회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인의 발언을 비롯하여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허위조작 정보에 대해 검증하는 일이 팩트체크 영역이다. 서울대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는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언론사 30곳과 제휴를 맺고 팩트체크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SNU팩트체크는 오는 4.7 재보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시장 후보들의 발언을 검증하는 코너를 따로 개설했다.

지난해 개설된 팩트체크 전문 사이트 '팩트체크넷'에 참여하고 있는 언론사 소속 전문기자들이 백신 접종과 관련하여 퍼지고 있는 허위조작 정보들을 검증하고 작성한 기사들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올라온 검증 기사들, 그렇다면 허위라고 판명된 글을 읽는 사람들은 제대로 확인을 할까.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싸움은 처음부터 크게 나지 않는다. 싸움은 이상하게 쳐다봤다는 이유, 반말했다는 이유에서부터 시작한다. 거리를 두고 시작한 싸움이 몸싸움으로 번진다. 문제의 시작을 나로부터 보지 않고 상대로부터 찾는다. 문제의 시작이 어디에 있는가를 먼저 찾아보는 게 일이다. 서로 잘못된 부분을 찾는다면 문제 될 게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너 때문이다'라는 데 있다. 상대를 비난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길에서 부딪히기라도 하면 '눈은 폼으로 달고 다니느냐'고 따진다.

거짓과 허위조작정보가 사라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한다는 것은 문제를 푸는 일이다. 사람과 사이에 얽힌 관계, 힘의 구조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거기에 집중하지 않고 문제의 원인을 상대에게서 발견하려고 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나에게로 쏟아지는 시선을 막고, 분산시키는 데 힘을 쏟는다. 발언을 검증하고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 바른 정보 전달에 힘쓰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허위조작 정보들이 유통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일에도 노력해야 한다.

올 초 한 언론사의 1면에 실린 사진이 화제가 됐다. 눈 내리는 서울역 앞에서 한 노숙인과 외투를 벗어나는 남자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아름다운 장면이다. 노숙인은 지나가던 사람에게 너무 추워서 커피 한 잔 사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주고 장갑과 5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줬다고 한다. 훈훈한 장면으로만 기억할 것인가. 더 나아가 노숙인이 그런 상황에 놓여 있고 이들을 돌보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가를 들여다볼 일이다.

한 대학교수는 이 사진을 두고 다른 해석을 했다. 사진에서 우리에게 얼굴이 보이는 사람과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누구인가. 시민들이 관심을 누구에게 쏟고 있는지 묻는다.

서로 다르게 보는 시선은 어디에나 있다. 논쟁을 통해 좀 더 나은 길을 찾아갈 수 있다. 한 사람을 찍어 비난하면 쉽게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다시 또 불거진다. 잠시 감출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쉽게 비난하고 쉽게 칭찬하기에 앞서 구조를 이해하고 보는 일에 마음을 먼저 둘 일이다.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보다 괜찮은 이유라는 부제를 단 <팩트풀니스>속에서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실제와 다른 것들을 10가지가 소개됐다. 인간의 비합리적 본능 10가지 중 하나로 소개한 것이 '비난 본능'이다. 이 본능은 내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는 쉬운 방법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다.

이것들을 활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고 동시에 고통받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해 좀 더 필요한 게 뭔가 생각하자. 넓게 세상을 이해하는 일은 고통을 줄여나가는 일이다.

길윤웅 yunung.kil@gmail.com 필자는 IT전문 잡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한글과컴퓨터 인터넷 사업부를 거쳐 콘텐츠 제휴와 마케팅 등의 업무를 진행했다. 디자인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 중.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교육과 제작 활동에 관심을 갖고 산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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