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윤웅 작가
길윤웅 작가

어떤 사람은 상대 조언을 잔소리로 듣고, 같은 소리를 ‘약’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상대 앞에서 듣는 척하지만, 뒤에 가서 생각을 굽히지 않는다. 상사나 동료가 제시안 기획안 수정 지시에는 시늉만 한다.
 
광고주가 제출한 디자인 시안에서 색이나 서체를 다른 것으로 해달라고 해서 담당 디자이너를 부르면, ‘촌스럽게 그러냐’고 한다. 자신이 한 것이 더 낫다고 말한다. 투덜대며 수정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며 원하는 대로 처리하기도 한다. 월급쟁이로서 시키는 대로 하는 태도와는 다르다.
 
순수 예술과 광고 디자인이 넓은 영역에서는 창작의 영역에 속할 수 있겠지만, 하나는 오롯이 자신의 만족을 위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상대의 만족에 충실한 작업이다. ‘아니꼬우면 네가 사장해라’라고 말도 하지만, 그런 말이 무슨 소용인가. 세 살 아이한테도 배울 것이 있고 들을 것이 있다면 배우고 듣고 사는 게 사람의 일이다.

자신보다 나이 어린 사람이 하는 말이라고 귀를 막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지혜로운 자는 누구에게라도 듣는다. 듣고 나서 말해도 늦지 않다. 어리석은 자는 제대로 듣지 않고 반박한다. 지혜로운 자는 끝까지 들어주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상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왜 그런 건지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감’ 잡는 일은 상대의 생각을 읽는 일이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직장 생활은 신입사원으로 입사, ‘사수’로부터 일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 선배의 자리에서 팀 후배를 가르친다. 직장이나 사회는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돌아간다.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삶의 태도가 사회의 질을 결정한다. 관행대로 하는 게 나을 때가 있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때가 있다. 결정력은 그래서 중요하다. 바꿔야 할 때 바꾸지 못하면 기회는 없다. 가르쳐야 할 것은 변화가 필요한 때가 언제인지 알려주는 일이다.
 
일이 잘못된 것에 대한 부담감으로, 실패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변명하기보다 왜 그런 것을 요구하는지를 먼저 들어보자.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자. 그리고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
 
‘교사들의 교사’로 불리며, 교육 지도자이자 사회운동가인 파커 J.파머의 <가르칠 수 있는 용기>는 무엇보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가르치는 것은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받아 온 교육은 어떠했는가를 돌아보자. 교사로서 깜짝 놀랄 재능을 지닌 아이들을 그냥 평범한 아이로 성장시키는 교육은 아니었나. 저자는 자신의 의지보다는 조종당하는 현실에 대해서 짚어보며 다른 길을 찾는다.
 
“우리는 내면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또 그 조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직업뿐만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만약 외부에 있는 어떤 사람이 중요한 사항을 말해 주었는데도 우리가 그것을 무시해버린다면, 그 사람은 조언해 주기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우리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 더욱 난폭하게 굴 것이다.”
 
83쪽, <가르칠 수 있는 용기> 중에서
 
길윤웅 yunung.kil@gmail.com 필자는 IT전문 잡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한글과컴퓨터 인터넷 사업부를 거쳐 콘텐츠 제휴와 마케팅 등의 업무를 진행 했다. 디자인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 중.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교육과 제작 활동에 관심을 갖고 산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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