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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시네마 인문학] 장국영의 투신자살로 어긋나게 완성된 영화 '아비정전'

발행일자 | 2021.02.15 09:10
영화 '아비정전' 스틸컷
<영화 '아비정전' 스틸컷>

“발 없는 새가 있지. 날아가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 딱 한번 땅에 내려앉을 때가 있는데 그건 죽을 때지.”

영화 '아비정전(阿飛正傳)'의 유명한 대사다. '


1990년 개봉된 '아비정전'의 주제는 존재의 어긋남과 근원적 고독이다.

아비와 수리진의 만남, 시간, 그리고 마지막을 암시하는 정글장면으로 시작한 영화의 전편(全篇)을 설명하는 대사는 맨 앞의 ‘다리 없는 새’일 텐데, 아비는 마지막에 ‘다리 없는 새’의 새 관점을 제시한다. 즉 다리가 없어서 땅에 내려앉지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도 갈 수 없는 게 문제임을 밝힌다. 그 이유는 ‘다리 없는 새’가 원래 죽은 새이기 때문이다.

노신의 소설 '아큐정전'의 아큐가 정신승리를 이야기한 것과 비교하면 아큐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허랑방탕한 아비이지만 그의 현실인식은 냉정하고 정확하다고 평가함 직하다. 아큐의 정신승리가 정신의 부재를 지시한 것과 달리 아비의 ‘다리 없는 새’는 포괄적 부재를 뜻한다.

영화 '아비정전' 스틸컷
<영화 '아비정전' 스틸컷>

영화는 삶의 고독과 서로 빗나가기만 하는 사랑의 감정선을 그린다. 어둡다. 그렇다고 아주 정색한 거리감 없는 어둠이 아니라 어슴푸레한 어둠이어서 더 섬세하게 다가온다. 절대 암흑은 자체를 포함하여 아무것도 보여줄 수 없다. 볼 수 없음이 절대 어둠을 보게 하는 유일한 방식이다. 그것은 절망의 형상화이다. 빛과 대비된 어둠은, 빛과 어둠의 비율에 따라 다양한 정조로 표현될 수 있다. 언제나는 아니지만 양가위의 배합 양식에서는 슬픔이 누출한다.

많은 평자가 '아비정전'을 논할 때 영국령 홍콩의 중국 반환이라는 1997년의 국제정치 사건을 언급한다. 실제로 아비의 양어머니가 미국으로 떠나는 등 중국 반환을 앞둔 홍콩인의 불안이 그려진다. 하지만 그러한 지정학 배경 없이도, 오히려 배경을 지움으로써 '아비정전'을 더 잘 감상할 수 있다.

개봉 : 1990.
감독 : 양가위
출연 : 장국영, 장만옥, 유가령, 유덕화, 양조위, 장학우
상영시간 : 100분
등급 : 15세 관람가


안치용 carmine.draco@gmail.com 영화평론가 겸 인문학자로 읽고 쓰는 일을 하며 산다. 흔히 한국CSR연구소 소장으로 소개된다.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 등의 직책을 함께 수행한다. 언론⋅연구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 및 사회책임 의제를 확산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태는 한편 지속가능바람청년학교, 대한민국지속가능청소년단 등을 운영하면서 대학생⋅청소년들과 미래 의제를 토론하고 있다. 가천대 경희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등에서 비전임교원으로 경영학과 언론학, 글쓰기를 가르쳤다. 경향신문에서 경제⋅산업부 국제부 문화부 기자로 22년을 일했다. 학부는 문학, 석사는 경제학, 박사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 <선거파업> <한국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등 30권 가까운 저⋅역서가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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