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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시네마 인문학] 느닷없이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아내에게 남편은, 영화 '더 시크릿'

발행일자 | 2021.01.22 10:55
영화 '더 시크릿' 포스터
<영화 '더 시크릿' 포스터>

홀로코스트가 현대사의 가장 야만스러운 장면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터이다. 홀로코스트는 20세기에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학살을 지칭하며, 600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치의 만행은 유대인에게 국한하지 않았다. 학살된 유대인 숫자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이른바 아리안 종족의 영광을 위해 학살됐다. 그중엔 집시가 포함된다. 나치에 의한 집시학살을 일컫는 용어 '포라이모스'라는 게 따로 있을 정도로 희생자가 많았지만, 집시가 워낙 천대받는 종족이고 별도의 나라를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보니 그들의 희생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영화 '더 시크릿' 스틸컷
<영화 '더 시크릿' 스틸컷>

집시에 대해서는 그들이 '호모 사케르'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암암리에 또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서, 독일인은 유대인에 대해 느끼는 알량한 수준의 죄의식조차 집시에게는 느끼지 않는 듯하다. 지금도 집시에 대한 차별은 공공연하다.

영화 '더 시크릿'의 주인공 마야(누미 라파스)는 ‘포라이모스’에서 살아남은 루마니아 집시이다. 전후 그리스 재건사업에 군의관으로 와 있던 루이스(크리스 메시나)를 만나 결혼하여 미국 시민이 된다. 의사 남편에 아들 하나를 키우는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가정의 삶을 꾸려가는 마야가 공원에서 곧바로 ‘그’를 만나며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 '더 시크릿' 스틸컷
<영화 '더 시크릿' 스틸컷>

구분하자면 '더 시크릿'은 스릴러에 속하는데, 드라마의 요소도 강하다. 스릴러의 문법보다는 삶의 문법을 더 참조했다는 측면에서 진지한 영화이다.

원제는 'The Secrets We Keep'이다. 15년을 지킨 과거의 비밀이 앞으로 지켜야 하는 미래의 비밀로, 또 비밀을 지키는 주체가 바뀌면서 영화가 끝난다. 주체가 단수인 것과 복수인 것의 차이는 크다.

개봉 : 2021.1.21
감독 : 유발 애들러
출연 : 루미 나파스, 조엘 킨나만, 크리스 메시나
관람 :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 98분  


안치용 carmine.draco@gmail.com 영화평론가 겸 인문학자로 읽고 쓰는 일을 하며 산다. 흔히 한국CSR연구소 소장으로 소개된다.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 등의 직책을 함께 수행한다. 언론⋅연구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 및 사회책임 의제를 확산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태는 한편 지속가능바람청년학교, 대한민국지속가능청소년단 등을 운영하면서 대학생⋅청소년들과 미래 의제를 토론하고 있다. 가천대 경희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등에서 비전임교원으로 경영학과 언론학, 글쓰기를 가르쳤다. 경향신문에서 경제⋅산업부 국제부 문화부 기자로 22년을 일했다. 학부는 문학, 석사는 경제학, 박사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 <선거파업> <한국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등 30권 가까운 저⋅역서가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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