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윤웅 작가
길윤웅 작가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공포에 맞서 이길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설령 그 승리가 잘못된 승리라고 하더라도 그 요소를 찾을 필요가 있다. 동물들이 악취로 자기 영역을 지키는 것처럼 지적인 사람들은 종종 경멸이라는 방식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시도해왔다. 어떤 자유를 얻고 나면 어김없이 또 다른 자유를 잃게 된다. 또는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너무나 자유로워져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방향 감각을 잃게 된다"

-94쪽, <인간의 내밀한 역사> 중에서
 
코로나19로 시작한 2020년, 코로나19로 마감을 한다. 여름이면 끝날 듯했던 코로나19는 겨울 한복판에서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해가 끝나가는 지금, 코로나19 백신 수량과 접종 시기를 놓고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보다는 분열을 위한 비난은 삶을 지치게 하고 있다.
 
사회는 인생 교실이다. 양보와 배려를 찾아보기 힘든 현실 속에서 학생들을 학교로 보내지 못하는 날, 어른의 삶은 그들에게 교실이 되어줘야 한다. 서로서로 어떤 것을 배우고 가르쳤는가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해마다 연말연시 송년회를 가졌던 한 기업의 대표 SNS에는 최근 몇 년간 송년 행사가 올라왔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식사하고 나눔 행사를 갖고 있는 사진은 보는 것만으로도 훈훈하다. 다시 그런 시절을 누릴 수 있을까. 2021년 겨울에는 그런 시간과 마주할 수 있을까.
 
저녁 9시 뉴스에서는 반지하에서 생활보호 대상인 다섯 식구가 종일 같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좁은 집 안에서만 생활하니 건강에도 좋지 않다. 그런가 하면 유튜브 영상으로 홈트레이닝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삶이 있는가 하면 오르는 아파트 값에 환호하는 삶이 있는 시대를 걷고 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누구에게는 가장 힘겨운 시간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더 없는 기회의 시장이 된 지금, 남은 자리를 두고 다투는 인간의 삶 보다는 다른 이들의 불편을 먼저 돌볼 줄 아는 마음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
 
미 대통령선거는 승자독식 주의로 치러졌다. 한때 그로 인해 피해를 본 후보도 있었지만, 승리를 거둔 후보도 있다. 룰을 정하기도 쉽지 않지만 정해놓은 룰이라면 따라야 한다.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열린 마음으로 함께 토론할 수 있는 태도도 취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 배경에는 '나만 괜찮으면 된다'라는 생각도 한몫하고 있다. 누구의 탓으로 돌리는 데 온 힘을 쏟을 게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태도로 협력하는 게 지금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되길 바란다.
 
각자를 놓고 먼저 생각하고 상대를 본다면 이전과 다른 답을 찾을 수 있다. 사람이 사람인 것은 책임감이 있기 때문이다. 동물과 다른 것은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다. 사람은 공포에 맞설 수 있는 요소가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될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 지혜를 모아보자.
 
'나는 잘했다', '나는 옳다', '나는 문제 없다'라는 생각으로 사람을 대하고 일을 대한다면 제대로 된 답을 찾을 수 없다.
 
길윤웅 yunung.kil@gmail.com 필자는 IT전문 잡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한글과컴퓨터 인터넷 사업부를 거쳐 콘텐츠 제휴와 마케팅 등의 업무를 진행 했다. 디자인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 중.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교육과 제작 활동에 관심을 갖고 산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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