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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시네마 인문학] 아이와 남편을 잃은 여인이 세상 끝에서 벌이는 복수, 영화 '나이팅게일'

발행일자 | 2020.12.28 10:00
영화 '나이팅게일' 포스터
<영화 '나이팅게일' 포스터>

영화 '나이팅게일'은 이 영화를 연출한 제니퍼 켄트 감독이 말했듯 '폭력'을 이야기한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영화는 존재를 다룬다. 형이상학적으로 둥둥 떠다니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역사의 무게에 짓눌려 비존재로 상각되는, 또 폭력과 마주하여 헐벗은 몸으로 서 있는, 희미하고 가여운 존재를 다룬다.


영화 '나이팅게일'은 태즈메이니아 역사의 단면을 묘사한다. 켄트 감독은 "역사 속에서 얼마나 많은 폭력이 있었는지 알게 된 후 큰 충격을 받았다. 슬픈 역사가 지닌 폭력의 여파에 대해 탐구하고 싶어졌다"고 영화의 출발점을 밝혔다.

영화 '나이팅게일' 스틸컷
<영화 '나이팅게일' 스틸컷>

따라서 폭력이 만연한 호주 식민지 시대, 그 중에서도 가장 혹독한 장소이자 가장 혹독한 시기인 1825년의 태즈메이니아가 영화의 무대가 된 것은 불가피했다.

그는 영화에서 그 시절에 충실함으로써, 즉 현대의 흔적을 완전히 지움으로써 영화가 스스로 말하는 방식이 되도록 애썼다. 영화 속에 드러난 폭력이 지나치게 가공되지 않은 모습으로 비치길 바랬다는 켄트 감독은 그것이 그 시대에 고통받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이며 폭력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유효한 관점이다.

영화 '나이팅게일' 스틸컷
<영화 '나이팅게일' 스틸컷>

역사가 발전하고 억압으로부터 해방이 확대되리라고 믿지만, 직선으로 발전하지 않고 종종 당대인에게 바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퇴행을 겪으며 발전의 경로를 이행한다는 역사의 특성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 슬픔을 구성한다. 어떤 고통은 끝내 치유되지 않는다. '호모 사케르'가 현상의 설명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역사의 실증은 고통 너머에서 어떤 인간적 의미를 찾아내야 하는지 어려움을 겪게 한다.

개봉 : 2020.12.30
감독 : 제니퍼 켄트
출연 : 아이슬링 프란쵸시, 베이컬리 거넴바르
상영시간 : 136분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안치용 carmine.draco@gmail.com 영화평론가 겸 인문학자로 읽고 쓰는 일을 하며 산다. 흔히 한국CSR연구소 소장으로 소개된다.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 등의 직책을 함께 수행한다. 언론⋅연구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 및 사회책임 의제를 확산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태는 한편 지속가능바람청년학교, 대한민국지속가능청소년단 등을 운영하면서 대학생⋅청소년들과 미래 의제를 토론하고 있다. 가천대 경희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등에서 비전임교원으로 경영학과 언론학, 글쓰기를 가르쳤다. 경향신문에서 경제⋅산업부 국제부 문화부 기자로 22년을 일했다. 학부는 문학, 석사는 경제학, 박사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 <선거파업> <한국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등 30권 가까운 저⋅역서가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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