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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시네마 인문학] 대장장이가 중세 역사를 바꾼 사건 '킹덤 오브 헤븐 : 디렉터스 컷'

발행일자 | 2020.11.02 09:40
영화 '킹덤 오브 헤븐 : 디렉터스 컷' 포스터
<영화 '킹덤 오브 헤븐 : 디렉터스 컷' 포스터>

리들리 스콧 감독의 <킹덤 오브 헤븐>은 영상 언어로 작성된 서사시이다. 영어단어로는 ‘narrative’보다 ‘epic’에 가깝다. 이 영화는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지만, 당연히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라는 점을 의식하며 감상해야 한다. 세부적인 고증이 잘 된 작품으로 평가받는데, 흥미롭게도 극화의 소재인 역사 자체는 왜곡했다.

스콧 감독이 현실의 역사를 새로운 창작물의 형태로 영상에서 재구성했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한다. 우리에게 전해진 서사시라는 것이 오래전 어떤 영웅적 인물의 이야기를 대를 이어 구전(口傳)하고 여기에 후대의 상상력이 더해져 종국에 하나의 문서로 완성된다고 할 때 스콧의 <킹덤 오브 헤븐>은 서사시의 생성과정을 압축해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서사시는 발생 시점의 영웅적 사건이며 동시에 후대의 관점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서사시 수용집단 공동의 기억과 기대이다.


<킹덤 오브 헤븐>이 그렇다고 역사를 대체하지 않는다. 이 영화가 다루는 사건에 관한 확정된 기록이 공인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웅 서사(epic)가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생한 실례를 본 듯하여 한 말이다. 구성원에 의한 누대의 끊임없는 재구성이 epic의 정수라면, 영화적 재구성 또한 왜곡은 아니다.

영화 '킹덤 오브 헤븐 : 디렉터스 컷' 스틸컷
<영화 '킹덤 오브 헤븐 : 디렉터스 컷' 스틸컷>

<킹덤 오브 헤븐: 디렉터스 컷>의 상영 시간은 기존 극장판보다 53분을 추가한 총 190분이다. 극장판으로 시청하면 비약으로 느껴질 만한 것들이 있기에 “반드시 디렉터스 컷으로 봐야 할 작품”으로 분류된다.

감독의 명성을 입증이라도 하듯 영화에는 올랜도 블룸부터 에바 그린, 리암 니슨, 에드워드 노튼, 제레미 아이언스 등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가 대거 출연했다. 영화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주목받은 배우는 올랜도 블룸과 에바 그린이었겠지만, 극 중 존재감으론 보두앵 4세 역의 에드워드 노튼과 살라딘 역의 가산 마수드가 단연 다른 배역을 압도한 듯하다. 특히 얼굴 없이 가면만으로 ‘나왕 보두앵’으로 알려진 보두앵 4세를 연기한 노튼은 칭찬받을 만하다.

안치용 carmine.draco@gmail.com 영화평론가 겸 인문학자로 읽고 쓰는 일을 하며 산다. 흔히 한국CSR연구소 소장으로 소개된다.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 등의 직책을 함께 수행한다. 언론⋅연구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 및 사회책임 의제를 확산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태는 한편 지속가능바람청년학교, 대한민국지속가능청소년단 등을 운영하면서 대학생⋅청소년들과 미래 의제를 토론하고 있다. 가천대 경희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등에서 비전임교원으로 경영학과 언론학, 글쓰기를 가르쳤다. 경향신문에서 경제⋅산업부 국제부 문화부 기자로 22년을 일했다. 학부는 문학, 석사는 경제학, 박사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 <선거파업> <한국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등 30권 가까운 저⋅역서가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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