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이 흥미로운 영화라는 데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어 보인다. 이 영화를 연출한 신정원 감독이 한국영화의 새로운 갈래를 열어가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하다. 영화라는 대중예술 연출자로서 신 감독은 탁월한 감각을 지녀, 확실히 대중을 휘어잡는 데 발군의 역량을 발휘한다.

B급 감성을 A급 연출로 소화해 내는 그만의 영화세계는 확실히 강점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A+인지는 미지수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 정상급 감독이 되기엔 2%가량 부족하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하지만, 그래도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니 그것으로 만족해도 큰 문제야 있을까 싶기도 하다.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스틸컷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스틸컷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죽지 않는 언브레이커블(들)을 죽이는 이야기를 극화한 코믹 스릴러이다. '시실리 2km', '차우', '점쟁이들'에서 독창적인 영화세계를 선보인 신정원 감독이 다시 한번 자신만의 영화색깔을 입증한 작품이다.

인류 멸망을 노리는 외계인 언브레이커블(들)과 엉성하기 그지없는 세 명의 대한민국 여고 동창 전사 사이 대결이란 식의 비대칭은 영화 곳곳에서 발견된다.

웃음은 현실에서 종종 대면하는 익숙하지만 엉뚱한 맥락을 잘 짚어내거나 예상한 문맥을 적당한 강도로 파괴할 때 튀어나오는데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두 가지를 적절하게 배합하여 유려하게 웃음을 끌어낸다. 막무가내 포스트모더니즘, 구조화한 비대칭, 웃음을 산출하는 고급스러운 감각 등이 전반적으로 잘 어우러져 이 영화를 볼만한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스틸컷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스틸컷

장점은 대개 단점의 요인이 된다. 장점이 단점으로 변화할 요인을 차단하며 장점만으로 얽어내는 능력을 갖춘 감독을 대가라고 부른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의 많은 장점을 설명할 많은 어휘 중에서 하나를 고르자면 포스트모더니즘인데, 앞서 지적한 대로 그것이 뚜렷한 관점을 형성하였기에 마침내 영화적 완성도를 갉아먹는다. 대가들과 달리 신 감독이 단점화할 변화를 사전에 막아내지는 못했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통상적으로 운위되는 메시지 같은 것을 거부하기에, 그 거부가 너무 확고하기에, 그것이 매시지가 되고 만다는 순환논법의 함정에 사로잡혔다. 해법은 두 방향으로 가능했다. 아예 완벽하게 메시지를 해체하든지, 아니면 확고하지 않게 보일 듯 말 듯 메시지를 섞어 넣든지. 후자의 방식은 마블링이 좋은 고기를 만드는 것과 비슷해서 인위적으로 정교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공학과 철학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안치용 carmine.draco@gmail.com 영화평론가 겸 인문학자로 읽고 쓰는 일을 하며 산다. 흔히 한국CSR연구소 소장으로 소개된다.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 등의 직책을 함께 수행한다. 언론⋅연구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 및 사회책임 의제를 확산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태는 한편 지속가능바람청년학교, 대한민국지속가능청소년단 등을 운영하면서 대학생⋅청소년들과 미래 의제를 토론하고 있다. 가천대 경희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등에서 비전임교원으로 경영학과 언론학, 글쓰기를 가르쳤다. 경향신문에서 경제⋅산업부 국제부 문화부 기자로 22년을 일했다. 학부는 문학, 석사는 경제학, 박사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 <선거파업> <한국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등 30권 가까운 저⋅역서가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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