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워즈 엔드' 포스터
영화 '하워즈 엔드' 포스터

영화 <하워즈 엔드>는 영국 '에드워디언 시대’(1901~1910)를 배경으로 다른 개성의 중산층 자매의 삶을 통해 그 시대를 조명한 작품이다.

당대의 시대상을 조명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 있다면 그 작품을 통해 지금 사회 또한 통찰할 수 있음은 모든 장르 좋은 작품의 특징이다. <하워즈 엔드>는 그런 작품에 속한다. "당신은 나에게 마지막 영국인처럼 여겨진다"라고 D.H. 로렌스가 평한 영국 소설가 E.M. 포스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스토리는 탄탄하다. 좋은 원작, 유려한 각본, 탁월한 연출이 어우러진, 이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영화가 <하워즈 엔드>이다.

영화는 더 몰락할 것도 없는 하층계급의 몰락을 아름다운 영상과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숨은 그림처럼 전한다. 연결되지 않고 홀로 고립되어 황망하게 죽어간, 그것도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인문교양에 매료되었다가 책장에 깔려 죽은 바스트가 영화적 형상화에서 소외된 것이 아쉽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지 싶다. 개인적으로는, 비참함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그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더 열성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비참함이 희미해진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반대로 숨은 그림을 찾아내기 위해 더 열심히 그림판을 보게 되는 것처럼 은근한 사회비판이 때로 더 큰 호소력을 갖는다고 본다.

영화 '하워즈 엔드' 캡쳐
영화 '하워즈 엔드' 캡쳐

<하워즈 엔드>가 계급 간의 갈등과 근대 및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사회의 병리와 모순을 드러낸 것이 사실이지만, 이 영화가 구성에서 ‘하워즈 엔드’라는 저택에 이야기를 집중하는 바람에 앞서 언급하였듯 확고한 주제의식이 뚜렷하게 표명되지는 않는다. 캐릭터 표현이 잘 됐고, 이야기 전개의 완급 또한 적당하며, 시대상과 인물 간의 풍경이 풍성하게 포착되었기에 영화에 많은 이야깃거리가 담겼다.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여러 이항대립을 통해 다층적으로 영화를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영화의 가장 앞부분에서 헨리 윌콕스 헨리의 첫 번째 부인 루스(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하워즈 엔드’의 정원을 산책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공간적으로 런던과 대비되는 ‘하워즈 엔드’는 다양한 상징으로 동원될 수 있으며, 그러하기에 영화와 소설의 제목이 되었을 터이다.
포스터의 소설 중에선 <하워즈 엔드>(1992년)를 포함, <전망 좋은 방>(1984년), <인도로 가는 길>(1984년), <모리스>(1987년), <몬테리아노 연인>(1991년) 등 모두 5편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안치용 carmine.draco@gmail.com 영화평론가 겸 인문학자로 읽고 쓰는 일을 하며 산다. 흔히 한국CSR연구소 소장으로 소개된다.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 등의 직책을 함께 수행한다. 언론⋅연구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 및 사회책임 의제를 확산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태는 한편 지속가능바람청년학교, 대한민국지속가능청소년단 등을 운영하면서 대학생⋅청소년들과 미래 의제를 토론하고 있다. 가천대 경희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등에서 비전임교원으로 경영학과 언론학, 글쓰기를 가르쳤다. 경향신문에서 경제⋅산업부 국제부 문화부 기자로 22년을 일했다. 학부는 문학, 석사는 경제학, 박사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 <선거파업> <한국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등 30권 가까운 저⋅역서가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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