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클라우드 게임 3파전 '대격돌'

클라우드 게임은 설치 없이 스마트폰, PC, TV(콘솔) 등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다양한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스트리밍 방식으로 실시간 플레이 할 수 있다. [사진=엔비디아]
클라우드 게임은 설치 없이 스마트폰, PC, TV(콘솔) 등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다양한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스트리밍 방식으로 실시간 플레이 할 수 있다. [사진=엔비디아]

이달 초 삼성전자가 갤럭시 언팩으로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을 공개하면서 지난해부터 전운이 감돌았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도 개전을 예고했다. 지난 5일 SK텔레콤이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엑스박스 클라우드'를 내달 15일 정식 출시한다고 발표하면서 도화선이 됐다. SK텔레콤은 이날 엑스박스 클라우드가 가입된 통신사와 상관없이 제공될 거라고 밝혀 승부수를 던졌고, LG유플러스는 다음 날 엔비디아 '지포스나우'를 타사 가입자에게도 24일부터 전면 개방한다고 밝혔다. KT도 게임박스를 12일 출시하며 10월 안으로 전면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김광회 넥스트데일리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클라우드 게임'이 뭐길래?

“3G에선 음악, 4G에선 동영상이 스트리밍 분야를 주도했다면 5G에서는 게임이 대표 서비스가 될 것이다…게임계의 넷플릭스가 되겠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전자신문 DB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전자신문 DB

이성환 KT 5G·기가사업본부장이 12일 게임박스 출시를 발표하며 취재진에게 밝힌 포부다. 현재 통신업계가 게임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만큼 게임은 5G에 사활을 걸고 있는 통신업계에 중요한 수익 모델이다. 넷플릭스를 보유한 LG유플러스가 신규 가입자를 빠르게 늘리며 성장했듯 앞으로는 이와 비교될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보유한 통신사가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게 될 거란 전망에서다.

코로나19 사태로 두드러진 게임 시장 성장세도 통신업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모바일 데이터와 분석 플랫폼 앱애니가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세계 모바일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세계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 17% 상승한 260억건, 소비자 지출은 11% 상승한 360억달러(약 42조7500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게임 다운로드는 4월에 정점을 찍으며 이달에만 49억건의 다운로드가 일어났는데 이는 작년 하반기 평균 대비 35%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해 전망했던 게임 시장 성장세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인포그래픽=앱애니
인포그래픽=앱애니

국내 이통사도 폭발적인 시장을 클라우드 게임으로 유도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자사 유선 인터넷과 IPTV 서비스와 연계한 N스크린 전략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자사 플랫폼 중심 게임 구독경제를 구축하고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게임 콘텐츠 확보를 위한 투자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5G 활용사례로 대표되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게임까지 포함할 수도 있다. 마치 넷플릭스가 한류 콘텐츠 확보를 위해 국내 제작사에 거액을 투자한 사례와도 닮은꼴이다.

◇클라우드 게임, 비슷한데 뭐가 다른가.

국내에서는 SK텔레콤에서 엑스박스 클라우드, KT에서 게임박스, LG유플러스에서 지포스나우를 제공하고 있다. 각 플랫폼은 개발 배경도 달라 저마다 특색도 나타난다.

- 레이트레이싱 게임을 어디서나 '지포스나우'

가장 먼저 상용화된 지포스나우는 엔비디아의 레이트레이싱을 지원하는 고사양 PC 게임을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는 콘셉트로 기획된 서비스다. 실제로 최신 300여개 인기 PC 게임이 지원돼 태생상 PC 게이머들이 좋아할 법하다. 최근에는 펄어비스의 글로벌 대작 게임 '검은사막'도 플레이 목록에 추가됐다.

지난해 8월 LG유플러스 모델들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지난해 8월 LG유플러스 모델들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IPTV 서비스인 U+tv 가입자라면 지포스나우를 넷플릭스처럼 접속해 TV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클라우드 게임 특성상 인터넷만 연결되면 어떤 기기에서든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골수 PC게이머라면 키보드와 마우스가 없는 어색한 조작방식에 적응하느라 다소 애먹을 수 있다. 지포스나우는 올해 3월부터 타사 가입자에게도 사전예약 이벤트를 통해 PC 체험 기회를 주기 시작하더니 이달 24일에는 타사 가입자도 간단한 회원 가입 후 계정을 받아 접속할 수 있도록 완전 개방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지포스나우를 플레이하고 싶다는 타사 가입자 요청이 많아 추가 반영된 정책이라고 밝혔다.

-손 안에 든 콘솔 '엑스박스 클라우드'

MS 엑스박스 클라우드는 지난해 9월부터 SK텔레콤 망을 통해 시작된 베타 테스트 당시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이하 엑스클라우드)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서비스의 정식 명칭이다. 이후 1년 가까이 베타 테스트만 진행하다 마침내 오는 9월 15일 출시를 공식화했다. 이날은 MS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라 바이트댄스의 틱톡 인수를 완료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SK텔레콤 홍보모델이 T월드 매장에서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 홍보모델이 T월드 매장에서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SK텔레콤]

특징이라면 엑스박스라는 콘솔 게임 플랫폼에서 탄생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용 게임패드도 있다. 콘솔 게이머라면 기존 엑스박스 게임 플레이에 익숙하겠지만 아쉽게도 국내에는 PC나 모바일보다 콘솔 게이머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MS는 국내 400만 틱톡 이용자를 겨냥한 프로모션도 조만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MS는 엑스박스 클라우드 출시 전까지 조작방식에 따라 나뉘는 다양한 게이머를 엑스박스 생태계로 품을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그 결과 엑스박스 클라우드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기존 엑스박스 콘솔 게임목록도 늘어났는데 이중에는 더 코얼리션의 인기 게임 '기어스5'도 있다. 오는 11월에는 출시 예정인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 콘솔 게임도 대거 추가될 전망이다.

기어스5는 엑스박스 클라우드 출시를 앞두고 터치스크린 조작 레이아웃을 새로 추가했다. [사진=더 버지]
기어스5는 엑스박스 클라우드 출시를 앞두고 터치스크린 조작 레이아웃을 새로 추가했다. [사진=더 버지]

참고로 엑스박스 클라우드는 구글 스태디아와 애플 아케이드와도 경쟁하는 서비스로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설치는 삼성 갤럭시 스토어나 원스토어를 이용해야 한다.

- 토종 클라우드 게임플랫폼 지향하는 '게임박스'

게임박스는 지난해 12월부터 KT가 대만 유비투스와 협업해 개발한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이다. 시기적으로 통신 3사 중에서는 가장 늦게 베타 테스트에 돌입했고, 엔비디아 지포스나우나 MS 엑스박스 클라우드에 비해 밀리는 경향도 없지 않다.

KT 모델들이 서버에 저장된 게임을 별도 다운로드 없이 스트리밍 방식으로 즐기는 5G스트리밍게임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KT]
KT 모델들이 서버에 저장된 게임을 별도 다운로드 없이 스트리밍 방식으로 즐기는 5G스트리밍게임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KT]

서비스는 테스트 기간 동안 '5G 스트리밍 게임'으로 불렸으며 유비투스와 계약된 닌텐도 게임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었다. 덕분에 과거 오락실 게임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차별화된 복고풍 이미지도 있었다. 그 외에도 보더랜드3, NBA2K20, 마피아3,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마블 슈퍼히어로즈 등 워너브라더스의 인기 시리즈 게임 등이 있다. KT는 앞으로 NHN-스마일게이트 등 중견 게임사-인디 게임사들과 협력해 플레이할 수 있는 국산 게임 목록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서는 다른 외산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보다 국내 게임 유통에 더 신경 쓰겠다는 KT의 의지도 읽힌다.

게임박스는 총 100여종 게임을 지원하며, KT는 매월 10개 이상 인기 대작 게임을 업데이트해 연말까지 20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내달부터 타 통신사 가입자에게도 게임박스를 개방하고 10월부터는 국내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로는 최초로 iOS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크로스 플레이' 클라우드 게임에 방긋 웃는 국내 게임업계

KT가 게임박스로 국내 게임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는 마치 SK텔레콤의 웨이브를 떠올리게 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대변되는 클라우드 게임에서는 KT가 역할을 맡아 5G를 주도하겠다는 계획도 읽힌다. 물론 SK텔레콤도 쉽게 양보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이미 지난해 9월 SK텔레콤의 협력사 MS는 엑스클라우드를 발표하며 국내 게임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카림 초우드리 MS 클라우드 게임 총괄 부사장은 시범 서비스 국가로 한국을 선정한 데 대해 “모바일 성장률과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고, 게임 산업도 성공적인 탁월한 시장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MS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역할을 할 것이며 이미 펄어비스, 펍지, 넷마블, 넥슨 등과도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진우 SK텔레콤 서비스혁신지원그룹장, 카림 초우드리 MS 클라우드 게임 총괄 부사장, 유영상 SK텔레콤 MNO 사업부장, 전진수 SK텔레콤 5GX서비스사업단장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왼쪽부터) 김진우 SK텔레콤 서비스혁신지원그룹장, 카림 초우드리 MS 클라우드 게임 총괄 부사장, 유영상 SK텔레콤 MNO 사업부장, 전진수 SK텔레콤 5GX서비스사업단장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거대 플랫폼의 러브콜은 국내 게임사에는 기회다. 이들은 점유율 확대를 위해 경쟁력 높은 한류 오리지널 게임 콘텐츠 확보에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또 클라우드 게임이 스마트폰·PC·TV(콘솔)는 물론 향후 VR·AR글라스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게임 개발도 다양한 기기와 조작방식을 전부 지원하는 '크로스 플레이'로 갈 공산이 크다. 가능하다면 영향력 있는 글로벌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들은 이들의 야망을 연결해줄 중요한 허브가 될 것이다.

이미 국내 게임업계는 이런 흐름에 빠르게 편승하고 있다. 지금까지 PC 아니면 모바일 게임만 개발했던 그들이 5G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해외 콘솔시장을 본격적으로 노리기 시작했다. 넥슨 '카트라이더:드리프트', 넷마블 '세븐나이츠-타임 원더러', 엔씨소프트 '프로젝트TL·퓨저',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X' 등이 최근 콘솔로 개발 중인 게임이다.

넥슨에서 콘솔 게임으로 개발 중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사진=넥슨]
넥슨에서 콘솔 게임으로 개발 중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사진=넥슨]

해외시장을 목표로 한다면 시야를 넓혀 미개척지를 겨냥해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앞서 언급된 것 외에도 클라우드 게임에는 애플(애플 아케이드), 구글(스태디아), 아마존(프로젝트 템포), 텐센트(스타트) 등 거대 글로벌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이들의 경쟁도 가면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당연히 이들의 경쟁도 종국에는 누가 어떤 킬러 콘텐츠를 보유하느냐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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