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돈 시겔 감독의 '매혹적인 사람들'과 리메이크작인 2017년 소피아 코폴라의 '매혹당한 사람들'의 비교 감상

매혹당한 사람들 (The Beguiled) 1971 포스터
매혹당한 사람들 (The Beguiled) 1971 포스터

- 시선에서 드러난 젠더 감성의 문제
- 본유의 성욕과 설명되어야 하는 성욕
- 역사주의 vs. 구조주의

◇ 매혹당한 사람들 (The Beguiled) 2017
상영시간 : 94분
감독 : 소피아 코폴라
출연 : 엘르 패닝, 콜린 파렐, 커스틴 던스트, 니콜 키드먼
상영등급 : 15세 관람가

◇ 매혹당한 사람들 (The Beguiled) 1971
상영시간 : 105분
감독 : 돈 시겔
출연 : 클린트 이스트우드, 제라르딘 페이지
상영등급 : 15세 관람가

소피아
소피아

두 작품의 차이는 확연하다. 감독의 성(性)이 다르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1971년작'에서 남성성이 물씬 풍긴다면, ‘2017년작’에서는 여성성이 전편(全篇)에 우러난다. 흔히 도식적으로 대상화와 주체, 이런 틀이 선호되는데, 여기서도 이러한 용어를 준용하여 극의 전개를 살펴보자.

정도의 차이를 보이며 '1971년작'과 '2017년작'에서 모두 동성애 코드가 살짝 엿보이지만 이 영화에서 동성애는 주변화하여 주목거리가 되지 못하고 ‘일 대 다(多)’의 이성애가 전일하게 영화를 끌어간다. ‘일 대 다’에서 ‘일’에 초점이 맞춰진 건 예상대로 1971년작이고, 2017년작에서는 ‘다’에 초점이 맞춰진다. 굳이 확인하고 넘어가자면 ‘일’은 남성이고, ‘다’는 여성이다.

여성과 남성 사이의 성적 긴장이 조성되고 해법이 모색되는(또는 파국에 이르는), 1971년작의 안티테제로서 순수한 남녀문제 혹은 여성배제의 극복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코폴라는 2017년작에서 1971년작의 역사성을 전면 삭제했다.

매혹당한 사람들 (1971년作) 돈 시겔 감독
매혹당한 사람들 (1971년作) 돈 시겔 감독

1971년작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흑인 여성노예가 2017년작에서 사라진 것을 두고 코폴라 감독에게 역사의식이 부재하다고 지적한다면 이러한 배경에서 부적절하다는 강경한 반론에 직면할 것이다. 역사의식의 부재라기보다는 구조주의적 전망을 획득하기 위한 과감한 생략이 코폴라 감독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1971년작에서 구현한 정도의 어정쩡한 역사주의로는 역사성을 전면적으로 떠안을 수 없다. 역사성을 포기함으로써 코폴라는 탈(脫)역사적 주제인 여성문제를 예술적으로, 또한 은유로서 형상화한다. 그가 만든 ‘여성의 공간’은 전술한 대로 역사적 맥락을 없애 어떠한 남성, 어떠한 여성을 투입해도 작동한다.

방백 형식의 내러티브를 통해 관객을 스크린 안으로 끌어들이는 1971년작과 달리 이웃집 풍경을 바라보듯 스크린 밖에서 관찰자의 위치에만 머물러야 하는 2017년작의 구조주의적 냉담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성욕의 원인이 설명되지 않듯 인물 행동의 원인 또한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그려지고 관객은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1971년작’ 감독의 설명은, ‘2017년작’의 입장을 채택한다면 과잉친절이 된다.

안치용 carmine.draco@gmail.com 영화평론가 겸 인문학자로 읽고 쓰는 일을 하며 산다. 흔히 한국CSR연구소 소장으로 소개된다.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 등의 직책을 함께 수행한다. 언론⋅연구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 및 사회책임 의제를 확산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태는 한편 지속가능바람청년학교, 대한민국지속가능청소년단 등을 운영하면서 대학생⋅청소년들과 미래 의제를 토론하고 있다. 가천대 경희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등에서 비전임교원으로 경영학과 언론학, 글쓰기를 가르쳤다. 경향신문에서 경제⋅산업부 국제부 문화부 기자로 22년을 일했다. 학부는 문학, 석사는 경제학, 박사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 <선거파업> <한국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등 30권 가까운 저⋅역서가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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