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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시네마 인문학] 부다페스트 스토리 : 현대적 감각의 고전적 스릴러

발행일자 | 2020.08.10 09:20
부다페스트 스토리 포스터
<부다페스트 스토리 포스터>

◇ 부다페스트 스토리
원 제/ 영 제 Apró Mesék / Tall Tales
감 독 사스 아틸라
출 연 사보 킴멜 타마스, 비카 케레케스, 몰나르 레벤테, 토트 베르셀 외

장 르 스릴러, 로맨스, 드라마
수 입/배 급 알토미디어㈜
러 닝 타 임 112분
등 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 봉 2020년 8월 13일

<부다페스트 스토리>는 긴장과 자극을 과격하게 안출하지 않으면서도 어느 수준 이상의 긴장과 자극을 꾸준히 유지하며 진행한 스릴러이다. 물론 극영화인 만큼 당연히 클라이맥스가 있다. 긴장과 재미를 영화 전편(全篇)에 적절하게 배치하였기에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연출 감각이 뛰어나서, 마블링이 고루 좋은데다 적당한 크기의 떡심을 끼어 넣은 두툼한 스테이크 같은 느낌을 산출했다고 말해도 되겠다. 뒤에 살펴볼 '떡심'이 흥미로운데, 지성의 치아가 약하면 '떡심'을 소화하기 힘들다는 것이 이 영화의 문제점이다. 그러므로 그저 로맨틱 스릴러로 보고 싶은 사람은 그냥 그렇게 보아도 된다.

부다페스트 스토리 스틸컷
<부다페스트 스토리 스틸컷>

스릴러의 축은 '한코'(사보 킴멜 타마스)와 '빈체'(몰나르 레벤테)이다. '유디트'(비카 케레케스)와 빈체는 부부 사이. 전쟁의 와중에 남편 빈체가 집을 떠나 실종 상태이다. 아내 유디트는 폭력적이고 야비한 인물인 빈체의 실종을 죽음으로 받아들인다. 정확하게는 그러하기를 희망한다. 갑자기 출현하여 사랑하는 사이가 된 한코는 유디트에게 새로운 삶을 모색할 가능성이다. 그러나 영화는 유디트에게 평온한 삶을 허용하지 않는다. 죽은 줄 알았던 빈체가 돌아와 다시 남편 행세를 하기 시작하자 한코는 졸지에 정부의 신세로 전락한다.

하찮은 거짓말로 호구지책을 삼는 보잘 것 없는 인물 한코 앞에 빈체가 압도적 위협으로 느닷없이 등장하며 이제 스릴러가 본격화한다. 여기서 한코와 빈체 사이 대립의 원인을 제공한 유디트는 원인 제공자이기는 하지만 보조적 역할에 머물고 스릴러를 끌어갈 전반적 책임은 한코에게 주어진다. 갑작스럽고 감당하기 힘든 위협이 보통 사람에게 또는 주인공에게 주어졌을 때 일반적으로 최초의 반응이라 할 회피를 거쳐 이후 위협에 맞서 위험을 감수하며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내는 과정이 흔히 스릴러에 담긴다고 한다면 한코는 전형적으로 이 역할을 수행한다. “쿨하고 강렬한 분위기의 정통 스릴러 영화”(24.hu)라는 평이 이런 이유에서 가능하다.

부다페스트 스토리 스틸컷
<부다페스트 스토리 스틸컷>

조금 부연하면 정통 스릴러의 틀을 고수하는 가운데 디테일에서는 현대적 감각을 십분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스릴러이면서 로맨스이다. 스릴러에서 보조적 역할에 머문 유디트가 로맨스에서 주역으로 떠오른다. 유디트는 로맨스의 두 주역 가운데 하나이며 로맨스의 전반적인 기획가이다. 영화에서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시쳇말로 운명 때문이겠지만 그 운명을 자신의 것으로 적극 수용하여 상대(한코)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 이는 유디트로 그려진다.

그럼에도 유디트는 로맨스에서 완벽한 주역이 아니다. 자신의 욕망을 분명히 확인하고 선택도 확고하지만 거의 한코에 전적으로 기대어 활로를 열어가는 인물로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장면을 비유로써 사용하여, 영화 초반에서 한코가 유디트 ⋅ 빈체 집의 덫을 발견하지만 거기에 걸리지 않은 반면 유디트는 영화 막판에서 비록 급박한 상황이긴 하였지만 자기 집의 덫에 걸려 위기에 처한다.

삶의 큰 덫에 걸린 유디트를 한코가 구해주게 되는데, 이 대목에서 로맨스와 스릴러는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하나마나 한 이야기이지만 로맨스와 스릴러가 겉돌면 당연히 영화가 좌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주요 세 인물 중에서 영화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은 한코이었고 그러한 영화적 설계를 통하여 추가적인 영화의 지평이 확보된다. 

안치용 carmine.draco@gmail.com 영화평론가 겸 인문학자로 읽고 쓰는 일을 하며 산다. 흔히 한국CSR연구소 소장으로 소개된다.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 등의 직책을 함께 수행한다. 언론⋅연구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 및 사회책임 의제를 확산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태는 한편 지속가능바람청년학교, 대한민국지속가능청소년단 등을 운영하면서 대학생⋅청소년들과 미래 의제를 토론하고 있다. 가천대 경희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등에서 비전임교원으로 경영학과 언론학, 글쓰기를 가르쳤다. 경향신문에서 경제⋅산업부 국제부 문화부 기자로 22년을 일했다. 학부는 문학, 석사는 경제학, 박사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 <선거파업> <한국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등 30권 가까운 저⋅역서가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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