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참사가 벌어지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크고 작은 사회적 참사를 겪거나 목격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비극적 참사 사건이 발생한 직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엄숙한 문구를 이곳저곳에서 발견하곤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확히 참사의 무엇을 기억할 수 있을까. 특히, 당사자가 아닌 개인들은 끊임없이 발생하는 수많은 참사 사건을 어떻게 마주하고, 기억해야 하는 것일까. 사건 이름과 발생일, 그리고 사상자 숫자만으로는 해당 사건에 대해 온전히 말할 수 없다.

인지심리학에서 정보처리모형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단기 기억은 ‘부호화’라는 이해 과정을 거쳐야 장기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즉,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정보로 처리하지 못하며, 오래 기억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우리는 이렇게 다시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참사의 무엇을 이해하여 기억할 것인가?”

참사에 대해 ‘기억한다’는 행위가 과거에만 머물지 않고 ‘지금-여기’에 연결되는 길을 모색한다. 또한 참사에 대한 기억이 개인의 정체성에 통합되어,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를 논의한다.

연극 '모이라이 게임' 은 5월부터 진행된 워크숍을 통해 진행된 참사에 관한 리서치와 논의를 바탕으로 구현된 퍼포먼스 연극이다. 참여진들은 참사의 시대에서 각자 개인의 삶에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참사 사건을 리서치한 뒤 결과를 공유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유와 성찰을 언어, 신체, 오브제를 통해 퍼포먼스로 구현했다.

‘모이라이’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운명의 세 여신이며, 실을 통해 인간의 운명을 재단한다. 참사의 시대에서 우리는 모두 서로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퍼포머들은 게임판 위에서 모이라이 역할을 맡고 ‘서로가 서로의 모이라이가 된다.’

퍼포머들은 총 5개의 게임을 진행하며, 관객과 함께 거대한 참사의 세계를 가늠해보려는 시도를 공유한다.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여행자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모이라이 게임'은 오는 13일 목요일부터 16일 일요일까지 평일 저녁 8시 주말은 오후 3시와 7시에 총 여섯 차례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서정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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