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갑작스레 결정된 뉴질랜드행을 진행했던 때 타우랑가는 여름방학 기간이었다. 6주간의 여름방학 기간 동안에는 우리 가족 모두 이곳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들을 보내야만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영증으로 인해 가장 아름답다는 가을방학을 집안에서만 보내야 했다는 것은 참 아쉬운 대목이다. 때문에 이번 겨울방학은 지금까지보다 의미 있게 보내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큰아이는 영어실력 향상에 중점을 두기로 하였고 작은아이는 같은 반 친구들과 여러 가지 다양한 방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고 해 각자의 방식대로 겨울방학을 시작했다.

낯선 타국에서의 생활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겨울방학 프로그램들이 종전의 다른 활동들 보다 더욱 재미있다고 하며 현지 친구들과도 상당히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방학기간인 만큼 주말을 이용하여 뉴질랜드의 옛 수도인 오클랜드로 나들이를 떠났다. 초행길이었고 3시간여의 운전을 하기에는 부담이 컸기에 유학원을 통해 이곳에 함께 온 다른 가족들과 렌트를 하여 이동하기로 했다.

오클랜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타우랑가에 비해 훨씬 현대적인 도시였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도시와 높은 건물들을 보고서는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가 반가워하는 기색을 비췄다. 한국에서의 복잡함을 벗어나 뉴질랜드에 와서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흔하게 보았던 도시의 풍경을 마주하고 좋아하는 우리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우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장 먼저 오클랜드 타워를 찾았다. 서울의 N 타워에 익숙한 우리들이라 크게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타워 꼭대기에서 번지점프를 한다는 것은 인상적이었다. 빌딩 숲 사이에서 번지점프를 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아하기도 했다.

아래에서 올려다 본 타워는 생각보다 높아 보이지 않았는데 번지점프를 하는 사람들은 무척이나 작게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생각보다 타워의 높이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오클랜드 타워를 구경한 후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타우랑가에도 한식당이 있기는 하지만 그 수도 많지 않고 메뉴 역시 다양하지 못하다. 그래서 다들 만장일치로 오클랜드의 한식당을 찾았다. 확실히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었고 남이 해주는 한식을 먹어서인지 너무 맛있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려는데 일기예보에 없었던 비가 내려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비교적 시골인 타우랑가에 익숙해진 탓인지 사람 많고 복잡한 오클랜드 풍경이 새로웠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그치기 시작했고 원래 목적지였던 곳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발걸음을 옮긴 곳은 한국으로 따지면 국립중앙박물관과 자연사박물관, 전쟁기념관이 한곳에 모여있는 듯한 곳이었다.

뉴질랜드의 역사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는데 각 층별로 구분되어 커다란 규모를 자랑했다. 제대로 살펴보려면 며칠은 필요할 것 같지만 욕심내지 않고 여유롭게 천천히 둘러보기만 했는데 세 시간이 훌쩍 지났다. 아이들도 여러 가지 체험형 시설들을 즐기며 재미있어 했다.

다음으로 방문한 관광지는 온천으로 유명한 로토루아의 TePuia(테푸이아)라는 곳으로 간헐천을 직접 볼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시 전체가 온천 지대라 지독한 유황냄새가 진동하는 그런 곳이었다.

마그마가 흘러 지하수가 뜨거워지고 그 열로 인해 압력이 생겨 수증기와 온천수가 솟아오르는 현상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의 기대가 한껏 높아져 있었다. 큰아이는 지도를 들고 다니며 흔하게 접하기 어려운 환경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기도 했다.

지열로 데워진 뜨끈한 돌에 앉아 오랜만에 느껴보는 온돌바닥과 같은 느낌을 즐기게 되어 기뻐하던 중 간헐천이 솟아오를 것이라는 안내에 눈을 부릅뜨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 점점 수증기의 양도 많아지고 흐르는 온천수도 증가하더니 몇 분 지나지 않아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양의 온천수가 무척 높은 곳까지 솟구치는 장관에 펄펄 끓는 듯한 진흙탕의 모습도 예사롭지 않았다.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에 감탄을 금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짧은 겨울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처음 맞는 이곳의 겨울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며칠 동안 무섭게 비가 내리기도 하고 다시 맑은 날이 되면 마치 봄이 온 것처럼 따스해지는 날들의 반복이었다.

어둠이 내리는 이른 저녁이면 집집마다 굴뚝을 통해 피어오르는 연기에서 퍼지는 나무 타는 냄새를 맡으며 기분이 좋아지던 타우랑가의 겨울이 벌써부터 그리워지려고 한다.

​김선아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선아 기자는 중학생인 큰아이, 초등학생인 작은아이와 함께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생활하고 있다. 1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현지의 이야기들을 소소하고 담백하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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