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맥북에 5나노 ARM 프로세서 탑재
이달 22일 WWDC서 세부사항 공개할 듯
기존 PC 시장 칩셋 점유율 변화도 불가피

소문만 무성했던 애플 맥북의 ARM 칩셋 탑재가 사실로 확정됐다. 기존 PC 시장 프로세서 점유율도 변화가 일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이달 22일부터 예정된 온라인 WWDC(애플세계개발자회의)에서 ARM 기반 맥 프로세서를 공개할 수 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 출시 예정인 차기 맥북에는 5나노(nm) A 시리즈 프로세서가 탑재될 전망이다. 설계는 영국 ARM이 하고 생산은 대만 TSMC가 맡는다. ARM은 이를 위해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12에 탑재 예정인 A14 프로세서를 PC용 맥 프로세서로 개량하는 최소 3종의 시스템온칩(SoC)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SoC에는 CPU는 물론, 인공지능(AI) 기계학습 처리를 위한 GPU와 뉴럴엔진이 탑재되며 보안 등 특정 맥 기능도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5나노 기반 프로세서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작은 고성능 맥북이 등장할 수도 있으며, 퀄컴 사례처럼 맥북이 ACPC로도 개발될 수도 있다.

애플이 '아이폰11'에 탑재된 A13 바이오닉을 현존하는 가장 빠른 프로세서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진=애플]
애플이 '아이폰11'에 탑재된 A13 바이오닉을 현존하는 가장 빠른 프로세서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진=애플]

결국 맥북은 인텔 프로세서를 선택한 이후 15년 만에 프로세서를 자사 칩셋으로 전격 교체하게 된다. 애플 맥북은 2005년에 IBM 파워PC에서 인텔 x86 아키텍쳐로 전환한 이후 지난 15년 동안 인텔 프로세서만 써왔다. 그러나, 차기 맥북 출시를 앞두고 인텔의 기술 개발이 늦어지자 애플은 x86 칩에서 결국 손을 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ARM은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팹리스 기업이다. 현재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탑재되는 A 시리즈 칩셋은 모두 ARM 기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탑재돼 왔다. 애플이 자사 PC 브랜드 맥(Mac)에 인텔 칩셋 대신 ARM 기반 프로세서를 탑재할 거란 가능성이 오래전부터 거론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직 WWDC 이전이라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애플이 맥북에서 인텔과의 결별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건 사실로 보인다. 관련 보도는 지난 2018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4월 들어서는 기술유출로 유명한 트위터(@_rogame)로부터 새로운 맥OS에 AMD CPU와 GPU를 의미하는 코딩이 발견되면서 애플이 아예 AMD 프로세서를 채택할 거란 소문까지 돌았다. AMD 라이젠 프로세서를 실제로 채택한 것은 아니지만, 본격적인 프로세서 교체를 앞두고 성능 비교를 위해 다양한 제조사들의 칩셋을 적용하며 여러 테스트를 거쳤을 거란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리사 수 AMD CEO가 CES 2020 키노트 연설에서 라이젠 4000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라이젠 4000 시리즈는 인텔 CPU보다 약점으로 지적받던 싱글코어 성능도 개선했다. [사진=AMD]
리사 수 AMD CEO가 CES 2020 키노트 연설에서 라이젠 4000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라이젠 4000 시리즈는 인텔 CPU보다 약점으로 지적받던 싱글코어 성능도 개선했다. [사진=AMD]

애플이 인텔이 아닌 ARM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애플이 요구하는 기술적 한계를 인텔에서 극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거론된다. PC의 모바일화 추세에 맞춰 애플은 인텔에게 저전력에 특화된 미세공정 CPU를 요구했지만, 인텔은 그러지 못했다. 경쟁사 AMD가 7나노 프로세서를 생산하는데 비해 인텔의 공정은 이제 막 10나노에 도달했을 뿐이며, 애플이 요구했던 저전력 메모리 LPDDR4도 지원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해 인텔은 AMD의 현재 7나노 기술을 적어도 내년(2020년)까지는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또한 애플과 인텔의 신뢰는 지난해 4월 퀄컴과 진행 중이던 소송을 취하했던 시점에 이미 금이 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송 취하 이전에 인텔은 애플 차기 5G 스마트폰에 탑재될 예정이었던 모뎀을 개발중이었으나, 돌연 개발을 중단하며 기술적 한계를 드러냈다. 기술적 한계는 미세공정은 물론, 치명적인 멜트다운 보안이슈 등이 밝혀지면서 인텔의 지배적인 입지를 구축했던 PC 부문에서도 점차 나타났다.

니콜 데젠 마이크로소프트 제품 파트너 부사장이 퀄컴 협업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스냅드래곤 컴퓨트 플랫폼이 탑재된 삼성 갤럭시 북2, 레노버 요가 C630, 삼성 갤럭시 북 S, MS 서피스 프로 X, 레노버 5G PC [사진=퀄컴]
니콜 데젠 마이크로소프트 제품 파트너 부사장이 퀄컴 협업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스냅드래곤 컴퓨트 플랫폼이 탑재된 삼성 갤럭시 북2, 레노버 요가 C630, 삼성 갤럭시 북 S, MS 서피스 프로 X, 레노버 5G PC [사진=퀄컴]

물론, ARM 칩셋을 탑재한다고 해서 획기적인 성능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ARM 기반 칩셋을 자사 PC에 채택한 곳은 레노버,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이며, 모두 퀄컴에서 개발한 스냅드래곤 컴퓨트 플랫폼을 탑재했다. 이 칩셋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협업을 통해 퀄컴이 전작인 스냅드래곤 835의 단점을 개선해 새로 선보인 제품이다. 전작만 하더라도 윈도와 호환성이 떨어졌고 성능저하가 나타난 바 있다.

현재 최신 윈도10과 스냅드래곤 칩셋을 탑재한 레노버와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은 아직 별 다른 평이 없으나, 갤럭시 북 S는 일부 소비자들로부터 불만이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이에 삼성전자는 인텔 레이크필드 탑재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ARM 기반 퀄컴 칩셋의 한계가 아니라 삼성전자의 기술적 한계라고 보고 있다.

다만, 해당 이슈는 어디까지나 윈도 10 호환성과 얽힌 문제다. 애플 맥북은 맥OS라는 전혀 다른 PC 운영체계를 적용하고 있으며, 오래전부터 자사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ARM 기반 칩셋인 A 시리즈를 채택해왔다. ARM이 윈도 PC보다 맥OS와 더 궁합이 맞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올해 WWDC에서는 모바일 성능 향상과 새로운 AR 및 피트니스 기능을 갖춘 iOS, iPadOS, tvOS, watchOS의 업데이트도 공개할 예정이다. WWDC는 이달 22일부터 시작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감안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