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이야기

캐나다 생활에 대한 첫 연재는 원래 밴쿠버라는 도시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급박해진 상황을 전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고 때문에 이번 글에서 밴쿠버 도시를 소개하려고 한다.

밴쿠버는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BC 주)의 서남부에 위치한 BC 주 최대 도시이다.

매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선정되기에 우리에게 익숙한 밴쿠버는 가끔 캐나다의 수도로 오해받기도 한다. 하지만 캐나다의 수도는 오타와이고 캐나다의 최대 도시는 토론토인 것을 보면 밴쿠버는 말 그대로 살기 좋은 도시로 유명해진 듯하다.

단풍국이라 불릴 만큼 캐나다의 단풍은 다채롭다
단풍국이라 불릴 만큼 캐나다의 단풍은 다채롭다

밴쿠버가 속한 BC 주의 면적은 대략 94만 km2로 BC 주의 면적만 놓고 보아도 대한민국 면적(10만 km2)의 9배가 넘는다. 하지만 인구수로 보면 대한민국은 대략 총 5억만 명, 캐나다는 3억 8천만 명정 도로 대한민국의 인구수가 캐나다의 인구수를 훨씬 앞선다. 이 중 밴쿠버 지역에 살고 있는 인구수는 67만 명으로 대한민국 경기도 안산 정도의 어떻게 보면 작은 도시라 할 수 있다.

사실 일반적으로 밴쿠버라 하면 밴쿠버시(City of Vancouver) 뿐만이 아닌 밴쿠버시 주변의 다른 시들까지 합쳐진 광역 밴쿠버(Metro Vancouver) 전체를 지칭하곤 한다. 하지만 광역 밴쿠버 전체의 인구도 246만 명으로 대구광역시 정도의 인구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밴쿠버로 이민을 가거나 일 년 살기, 혹은 어학연수를 간다고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밴쿠버시를 포함한 이 광역 밴쿠버에 머물며 생활한다. 광역 밴쿠버에는 코퀴틀럼, 버너비, 리치몬드, 써리, 델타 등의 시를 포함하고 있다.

밴쿠버 도로에서 만난 아름다운 석양
밴쿠버 도로에서 만난 아름다운 석양

캐나다는 넓은 땅덩어리에 비해 적은 인구수로 이민을 장려하여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밴쿠버 지역을 지나다니며 만나는 3명 중 한 명은 동양인, 한 명은 인도인, 나머지 한 명이 일반적으로 생각해왔던 백인의 캐나다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비록 우스갯소리라고 하지만 실제로 밴쿠버는 캐나다에서 아시아 인종 비율이 가장 높은, 다문화 도시이다. 물론 캐나다의 가장 큰 도시인 토론토에서는 더욱더 다양한 인종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더불어 캐나다인이라 하더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민 2세대, 이민 3세대의 사람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밴쿠버 공항의 입구. 다양한 인종들을 볼 수 있다.
밴쿠버 공항의 입구. 다양한 인종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밴쿠버에서는 각기 다른 인종과 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공존하고 있다. 캐나다는 1971년 세계 최초로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를 공식적인 국가정책으로 채택하였고 이 다문화주의를 통해 전체 유색인종들의 평등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 보통 캐나다를 모자이크 사회라 칭하는데, 이는 미국의 이민자 정책을 멜팅팟(Melting pot, 녹아내리다)에 비유하는 것과는 많이 다른 모양새이다. 그만큼 다양한 이민자들의 문화를 인정하고 그들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는 사회인 것이다.

얼마 전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음력 새해(lunar New Year)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였다. 음력설을 축하하며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용춤과 사자춤 공연을 보고 춘련(새해를 맞이하여 붉은 종이에 좋은 글귀를 써서 대문에 붙이는 중국 풍습)이라 불리는 족자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Daycare)에서 받아온 음력 새해를 축하하는 빨간 봉투
아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Daycare)에서 받아온 음력 새해를 축하하는 빨간 봉투

루마니아 이민 1.5세대인 원장 선생님이 운영하는 어린이집(Daycare)에 다니는 둘째 아이도 빨간 봉투(음력 설에 중국인들은 행운을 부른다는 빨강 봉투에 돈을 넣어 우리나라의 세뱃돈과 같은 의미로 아이들에게 선물한다)에 편지를 써왔다. 물론 대부분의 음력설을 축하하는 방식이 중국의 그것을 따른 점은 아쉽기도 하지만 음력 설을 사회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함께 축하하는 모습이 흐뭇하기도 하였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는 낯선 땅 밴쿠버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임에 틀림없어 보였고 새로운 곳에 터전을 잡게 된 우리가 밴쿠버로 오게 된 것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전혜인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전혜인 기자는 한국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슈퍼우먼이었다. 지난여름 생활의 터전을 대한민국에서 캐나다로 옮기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그녀가 전하는 밴쿠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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