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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의 좌충우돌 영국생활기]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하는 영국의 자세

발행일자 | 2020.03.24 09:00
[박지현의 좌충우돌 영국생활기]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하는 영국의 자세

1월 어느날엔가 BBC뉴스에서 우한발 바이러스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니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공식 명칭으로 불리우며 거의 모든 뉴스의 헤드라인을 덮었다. 이태리에서 확진자가 생겼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2월 하프텀에 이태리에 스키 여행을 다녀온 영국 학생들이 감염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는 하루 하루가 드라마틱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실 필자는 지난 2월 칼럼 주제로 영국의 대중교통과 박물관에 대해 이야기할 계획이었으나 한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어 관망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반대인 것같다. WHO 사무총장의 담화문에도 언급되다시피 한국이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전세계 2위 발생국에서 3월 22일 영국현지시간 오후4시를 기준으로, 8위로 내려갔다.

실시간으로 전세계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수를 알 수 있게 업데이트를 해주고 있다. 영국은 감염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료출처 = worldometers
<실시간으로 전세계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수를 알 수 있게 업데이트를 해주고 있다. 영국은 감염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료출처 = worldometers>

2월 중순 대구에서 엄청난 수의 감염자가 발생했을 당시만 해도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영국으로 데려오고싶은 마음에 매일같이 전화하고 안부를 물었으나 정확히 한달 후인 지금은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매일 나와 가족들의 안부를 물으며 연락해오고 있다. 나는 괜찮다, 우리는 괜찮다. 괜찮을꺼다라는 답을 하면서도 사실 필자의 마음속도 패닉이다. 하루에 백번도 넘게 내가 영국에 남아있어야하는 이유와 가야하는 이유를 혼자 정리하고 계산하며 비행기 스케줄을 끊임없이 확인한다. 필자가 불안한 이유를 정리해보니 다음과 같았다.

첫째, 영국 정부에서 발표하는 확진자 수를 믿을 수 없다. 한국의 경우 확진자에 번호를 붙혀 확진자의 동선 및 시간까지 업데이트하여 확진자와 같은 시간대에 같은 곳에 있었는지 확인한 후 본인의 감염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어 확진자수가 투명하게 확인되지만 영국은 확진자의 수가 늘었음만 알린다. 확진자가 다녀간 경로, 시간 등이 전혀 추적되지 않는다는거다. 한국에선 확진자가 다녀가면 방역을 하여 위험원인이 사라졌음을 알려주지만 영국에선 그저 같은 공간에 있는 모르는 누군가가 기침을 하면 순식간에 멀찍이 떨어지는 그정도이다. 내가 있던 그곳에 확진자가 왔다갔는지, 확진자가 있는지도 전혀 모르니 만약 나에게 전염되었다 하더라도 이게 감기인지 코로나 바이러스인지도 모르는채로 앓는것이다. 하필 지금이 환절기라 감기걸리기 딱 좋은 시기인데 이 기침이 무엇이 원인인지 몰라 스스로 불안한 것이다.

둘째, 사재기 광풍이 불안하게 만든다. 필자는 5명의 가족구성원이 있기에 식자재가 많이 필요한 편이다. 집에 자리도 넉넉치않아 많이 사서 쟁여놓지 않을 뿐더러 냉장고도 좁아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사는 편이다. 단, 멜론을 좋아하는 큰애가 있어 한번 쇼핑가면 6~7개의 멜론을 잔뜩 사놓고 숙성해가며 먹는다. 일주일이면 모두 없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영국이 과일은 저렴하기에 나름 사치를 부리는 편이다. 3월 초에 마트에 장을 보러 갔을 때는 평소와 다름없이 잘 사왔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해짐에 따라 사재기 광풍이 시작하더니 지금은 매우 상황이 심각하다. 뒤늦게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필자도 마트 순회를 시작하였으나 이게 왠걸, 애들 학교를 보내자마자 9시에 도착한 마트에는 이미 빈 진열대 투성이었다. 냉동고도 거의 비어있었고 물건당 살 수 있는 갯수에 제한이 생겼다. 멜론은 최대 6개까지 구매가 가능하였으나 차마 다 담을수가 없어 4개만 집어 계산을 하고는 10시에 오픈하는 코스트코로 바로 달려갔다. 끝도없이 늘어선 줄에 망연자실하였으나, 필사적으로 카트를 찾아 길고긴 대기 끝에 입장해 화장실 휴지와 물,그리고 겨우 손세정제를 구해왔다.

이게 사재기를 하고싶지 않아도 미친듯이 카트에 담아가는 옆사람들을 지켜보자면 나도 모를 공포와 패닉에 사로잡해 손이 절로 움직이게된다. 생존이 걸린 문제라서 더 그런 것 같다. 21일 토요일에 정부에서 충분한 물자와 물류가 있다고 발표하였으나 이 사재기 광풍은 쉽게 사그러들 것같지 않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있는 우리는, 외국인로서 외국에 살고있는 나는 무섭고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리들에서 공지한 갯수제한공고, 한참을 읽으며 지켜보고있는 할아버지와 뒷편에 펼쳐진 텅비어가는 냉동식품들, 오픈전 코스트코에 늘어선 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리들에서 공지한 갯수제한공고, 한참을 읽으며 지켜보고있는 할아버지와 뒷편에 펼쳐진 텅비어가는 냉동식품들, 오픈전 코스트코에 늘어선 줄.>

그리고 의료체계이다.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던 NHS를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다. 평소에도 대기와 대기를 반복해야하는 NHS가 전시상황에서 전적으로 믿어야하는 유일한 의료시스템이니 속상하다 못해 절망스럽다.

지인이 해외 출장을 다녀와 감기증상이 생겨 혹시나하는 마음에 진단검사가 가능할지 궁금해 111에 전화하니 웹사이트에서 셀프체크한 후 결과를 보고 다시 연락하라고 했다 한다. 결과는 전혀 아닐꺼라고 나왔고 지금은 괜찮으시지만 혹시 결과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나왔으면 적극적인 대처가 있었을까? 필자는 약간 의문스럽다.

지금 우리는 3월 20일 금요일까지 아이들 학교를 모두 마쳤다. 현재 아이들의 학기는 무기한 연기상태이며 한국의 수능격인 GCSE와 A-level 테스트도 취소되었다. 날씨는 계속 좋아지고 있고 아직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공원에서 해를 즐기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으며 우리는 집에서 세상으로부터 강제 자가격리중이다.

사실 당장에라도 한국에 가고싶다. 혹여나 아이들이 아플까, 제대로된 치료를 못받을까 우려되어 가고싶지만 이곳이 삶의 터전이었기에 정리하고 마무리할 일들도 많다. 아이들도 친구들에게 제대로 인사조차 못하고 떠나는 것을 원치않아 한다. BBC뉴스를 틀어놓고 수시로 확인하고 체크하니 아이들이 이제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내용이 너무 힘들게한다며 우리끼리 학교시간표와 똑같이 시간표를 짜서 평소와 똑같이 생활하자고 오히려 필자를 달랜다. 밤마다 비행기표를 수시로 확인하는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오히려 나를 달래고, 괜찮다 말해주니 이게 무슨상황인지 모르겠다. 올해 7월이면 우리의 영국살이도 끝이 나는데 막판에 이게 무슨일인지 모르겠다.

아마 필자와 비슷한 상황인 분들이 해외에 많으시리라 생각된다. 안전한 한국에 가고싶어하는분들도, 이런 저런 상황으로 현재 자리를 지키시는 분들도 불안한 마음은 마찬가지이실꺼다. 어떠한 결정을 내리시던지간에 그 결정은 본인 혹은 본인과 가족을 위한 최선의 결정이실 것이다. 그러니 쉽지않은 결정을 내리신 그대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혹여나 한국행을 결정하셨다면 자가격리 및 한국정부에서 내린 생활 수칙은 필히 꼭 지켜주시길 부탁드린다. 그게 우리를 다시 받아준, 한국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박지현 stephanie.jh@gmail.com 세 아이의 엄마이자 마이크로소프트와 렉트라 코리아의 열정적인 마케터로 일했던 워킹맘으로 현재는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좌충우돌 상황에서도 긍정적 에너지가 넘치고, 영국에서도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위해 늘 노력하고 탐구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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