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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윤웅의 책으로 만나는 세상] 삶은, 같은 느낌의 화음을 만나는 일

발행일자 | 2020.03.05 00:00
길윤웅 IT전문 잡지 기자
<길윤웅 IT전문 잡지 기자>

봄은 왔지만 봄은 멀었다. 학교 졸업식은 취소하거나 축소했지만, 입학식은 열리지 않을까 했다. 기대가 컸다. 개학 일정이 더 밀어졌다. 피해를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를 두자는 제안도 나왔다. 사람과의 만남을 최소화하고 스스로 격리하자는 내용이다.
 
봄이면 들리던 노랫말을 들을 수 있을까. 우리가 기다리는 봄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누적된 피로 속에서도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곁을 지키는 의료진이 새삼 고맙다. 혹시 옮기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속에서도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그 마음의 갈등은 또 어떨까. 2교대 속에서 병상을 지키는 간호사를 향한 안쓰러움과 마스크를 사려고 몇 군데를 도는 삶에 안타까움이 올라온다.
 
이 와중에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라고 시세차익을 노리고 마스크를 유통하는 업자도 있다. 아버지 공장에서 만든 마스크를 아들이 무자료로 거래하다가 적발됐다.
 
삶의 경계를 만들고 마스크 대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코로나 19를 두고 어떤 이는 인간 탐욕의 결과라고 말하기도 하고 특정 집단에 의한 일이라고도 말한다. 원인을 규명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다.
 
사람이 지녀야 할 중요한 능력이 있는데 공감 능력이 그중 하나다. 상대 말과 행동을 받아들이고 함께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자기의 주장만 하고 상대 말을 들으려 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공감 능력이다.
 
이런 사람은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은 회피한다.
 
TV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백종원의 화법은 성공한 사람, 혹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는 사람의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게 해준다. 자신의 경험을 주장하기에 앞서 상대 말을 들어주고 관찰한다. 말과 행동이 다른 지점을 찾는다.
 
TV 프로그램 형식에 의한 것도 있겠지만 백종원은 가게 사장이나 행동을 주의 깊게 보고, 맛을 느끼면서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직접 한 번 느껴보도록 한다. 재료를 따져보고 음식을 만드는 순서와 동선을 따져본다. 드러나지 않은 곳까지도 음식을 만드는 요리의 과정이다.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 가지고 따진다. 감춰진 것과 드러나지 않은 것들이 드러나도록 이끄는 것이 공감 능력이다.
 
세상에 많은 직업이 있다. 쉽게 얻을 수 있는 직업이 있는가 하면 오랜 시간 공들여야 하는 직업도 있다. 조율사라는 직업은 어떨까. 기계적인 감각만으로도 조율사가 될 수도 있지만 오랜 경험이 돋보이는 직업이 조율사다.

 

[길윤웅의 책으로 만나는 세상] 삶은, 같은 느낌의 화음을 만나는 일

조율사는 감각만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피아노가 놓여 있는 공간의 기후, 피아노 제조사의 성질, 피아니스트의 연주 스타일 등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이 많다. 단지 음만 맞추는 게 아니라 상황 변화에 대해서도 바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 직업이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면 듣기 좋은 이야기도 듣지만, 마음이 상하는 말을 듣기도 한다. 가볍게 하는 말이 상처가 되기도 한다. 듣는 것만 생각했지, 내가 상대에게 건넨 말 중에 그런 건 없었을까. 문제 되는 것은 줄이고 좋은 것은 더 돋보이도록 하는 것, 삶은 인생 화음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잘 해보겠다고 하는 일이 오히려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그렇게 애쓰는 마음을 받아준다면 문제 될 게 하나 없다. 문제를 문제로 남겨두는 게 문제다.
 
피아노 조율 명장 이종열의 이야기는 요즘처럼 힘겨운 날에 삶의 태도를 다시금 고쳐놓는다. 탓할 것이 상대가 아니라 바로 나라는 것을. 이종열은 “피아니스트는 보이는 연주를 하지만 조율사는 보이지 않는 연주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고 믿는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사람들의 열정에도 관심 가져야 할 이유를 전한다.

“한 옥타브는 아래로 완전 4도와 위로 완전 5도, 또 아래로 단3도와 위로 장6도로 나누어진다. 조율사는 음정 간에 왕왕거리는 소리, 즉 맥놀이라는 것을 듣고 조율을 한다. 양편 모두 서로 섭섭하지 않게 양보해서 같은 느낌의 화음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귀의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한데, 옥타브에서도 기분 좋은 맥놀이를 만들어 음악에 생동감이 생기도록 하는 일이다. 조정을 할 때도 건반을 깊게 하면 줄을 때리는 해머의 거리는 좀 더 멀게 해야 하고 건반을 얕게 하면 타현 거리를 그게 알맞게 가깝게 해서 서로 타협한다. 음색 음량을 다루는 정음 작업에서 역시 저음의 음량이 중음 고음에 비해 너무 크거나 작지 않게 하고, 저·중음에 비해 고음이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게 한다.”
 
-267쪽, 이종열의 <조율의 시간> 중에서
 
균형이 깨진 삶은 몸의 병을 불러온다. 음이 틀어진 피아노로 좋은 연주를 할 수 없다.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이 나오지만, 살아가는 일은 주고받는 일이며 상대와 화음을 맞춰가는 일이다. 오늘 우리는 누구와 화음을 맞추며 살고 있는가.
 
길윤웅 yunung.kil@gmail.com 필자는 IT전문 잡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한글과컴퓨터 인터넷 사업부를 거쳐 콘텐츠 제휴와 마케팅 등의 업무를 진행 했다. 디자인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 중.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교육과 제작 활동에 관심을 갖고 산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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