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공식 입장문을 내고 미국 정부가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통해 제기한 백도어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관리들, 화웨이가 통신망에 은밀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하다(U.S. Officials Say Huawei Can Covertly Access Telecom Networks)”라는 제목으로 화웨이 통신 장비의 스파이 활동 의혹을 보도했다.

출처=월스트리트저널
출처=월스트리트저널

백도어는 인증 없이 기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상 우회로를 의미한다. 특성상 개발자가 사용자 몰래 접근하기 쉽도록 설계 단계에서 일부러 심어놓는 해킹 수단이다. 당시 보도에서 미국 정부 관계자는 “화웨이가 10년 전부터 백도어 기술을 보유해 왔다”며 “관련 첩보를 비밀리에 보관하다 지난해 말 동맹국인 영국과 독일에게 구체적 정보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이에 화웨이는 13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미국의 주장은 사이버 보안에 있어 수용 가능한 논리를 제시하지 못하는 연막에 불과하다”며 “화웨이는 그 어떠한 통신 네트워크에도 은밀한 접근을 시도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고 그럴 능력 또한 없다”고 반박했다.

입장문 서문에서는 화웨이는 과거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의 폭로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암호장비 회사를 통해 수십 년간 다른 국가의 기밀을 수집해 왔다는 이번 주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미국이 동맹국에 화웨이 백도어 위험을 주장하는 사실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으로 시작했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가 제기한 백도어 의혹의 반박 근거로 장비에 백도어가 있더라도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은 장비를 관리하는 고객(이동통신사)만이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가 지목한 백도어를 범죄 수사를 위해 시스템에 내장된 ‘법적 감청’ 장치에 불과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법적 감청은 통신장비사가 아닌 이동통신사들 소관이며, 미국 정부는 통신업계 종사자들이 모두 알고 있는 이런 사실을 악용함으로써 비기술 전문가의 이해를 망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서는 미국 정부가 화웨이 백도어 의혹과 관련된 증거를 갖고 있다는 사실만 전했을 뿐, 갖고 있다는 증거가 무엇인지는 보도되지 않았다. 화웨이도 이 점을 지적하면서 “앞으로도 미국은 그 어떤 증거도 제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월스트리트저널 관련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로부터 화웨이의 구체적 백도어 정보를 전달받았다는 영국과 독일의 이동통신사들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답변했다. 독일 도이치텔레콤은 "합법적 감청 관리 시스템은 독일 회사가 구축했으며, 네트워크 장비 공급사로부터의 접근은 철저히 보호된다"고 말했다. 영국 보다폰 대변인도 "자사 글로벌망에 무단 접근하려는 장비 공급사의 시도는 발견된 적이 없다"며 "보안 허가를 받은 직원만이 법적 감청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전자신문 DB>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전자신문 DB>

한편,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5G 장비를 미국에서 퇴출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장비 퇴출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화웨이 경쟁사인 에릭슨과 노키아 지분을 인수해 견제하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커져가는 5G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미·중 간 경쟁과 갈등도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