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아콰피나) 수상작 '페어웰'(감독: 룰루 왕)이 2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지난주 CGV아트하우스 '2020 아카데미 기획전'을 통해 첫 선을 보였다.

'페어웰'은 폐암 말기인 할머니를 보기 위해 온 가족이 그 사실을 비밀로 하고 가짜 결혼식을 핑계로 모인다는 독특한 스토리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오션스8',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쥬만지: 넥스트 레벨' 등의 작품으로 최근 할리우드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한국계 배우 아콰피나가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는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사는 가족들이 할머니의 죽음을 앞두고 부랴부랴 중국으로 모이면서 시작된다. 미국, 일본,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 살던 가족이 할머니와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가짜 결혼식을 급조하고 오랜만에 화기애애한 가족애를 연출한다.

일찍이 미국으로 이민 간 빌리(아콰피나)네 가족은 말기 암 같이 회복 가능성이 없는 병의 경우, 환자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미덕인 중국 사회의 정서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특히, 빌리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할머니를 보러 중국을 찾고 다른 가족들과 첨예하게 대립하며 갈등을 고조시킨다.

정작 죽음을 앞둔 본인만 이 사실을 모른 채, 결혼식 준비에만 여념이 없는 할머니. 나머지 가족들은 알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며 다들 할머니의 폐암 말기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하다.

세계 각국의 정서와 문화는 분명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안락사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해야 할까?

'페어웰'은 환자의 '알 권리'와 '배려'를 사이에 두고 확연한 시각차를 드러낸다. 환자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과 마지막 남은 시간이라도 즐겁게 보낼 수 있게끔 도와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선다.

사실, 이런 인간 생명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다. 사회, 가족,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정의 내리기 힘들다.

'페어웰'은 세계 각 국의 문화적·정서적 다양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 차이점을 가족이라는 존재로 화합을 이끌어낸다. 비록 가족들 간의 입장은 다르지만 할머니의 병환을 매개로 가족의 힘과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영화는 결국, 모든 것은 가족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힘을 실어주는 듯하다.

(사진 출처 = A24)

넥스트데일리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nextdaily.co.kr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