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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의 마지막 월요일과 2020년의 첫 번째 월요일

지난 2019년 12월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 센터에서는 ‘프로듀스 101’ 시리즈 투표 조작 관련 기자회견이 있었다. 대표이사인 허민회는 ‘사과문’을 발표하며 투표 조작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겼다는 점에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했다.

연습생들과 팬들과 시청자 모두에게 죄송하다며 관련하여 피해를 본 연습생에 대해 책임지고 금전적인 보상 및 향후 활동 지원 등 실질적 피해 구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었다. 아울러 프로그램을 통해 Mnet에 돌아온 이익과 향후 발생하는 이익을 모두 내놓고 약 300억 원 규모의 기금 또는 펀드를 조성하겠다고도 했었다. 더하여 이번 사태는 아이트스들이나 연습생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며 해당 시리즈로 만들어진 걸 그룹 ‘아이즈원(IZ*ONE)’과 보이 그룹 ‘X1(엑스원)’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면서 “두 그룹의 활동을 통해 얻는 이익은 모두 포기한다”라고 했었다.

그런데 불과 1주일이 지난 2020년 1월 6일 소속사들과 합의가 되지 않아 해체를 결정하였다는 짧은 공식 입장을 내어놓았고 CJ ENM은 음악커뮤니케이션팀을 통해 ‘X1(엑스원)’의 활동 재개를 위해 노력했지만, 해체를 결정한 소속사들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입장문만을 남겼을 뿐이다.

CJ ENM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허민회가 머리를 숙이며 사죄하고 모든 책임을 CJ ENM 측에서 지겠다고 했다가 겨우 1주일 만에 손바닥을 뒤집듯이 소속사들과 합의가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해체를 한다는 식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거기에 ‘아이즈원(IZ*ONE)’은 활동 재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CJ ENM의 입장이 밝혀졌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X1(엑스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검토를 하다가 소속사들과 합의가 되지 않으면 같은 행보를 걷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앞선다.

사실, CJ ENM 허민회 대표의 사과문은 알맹이는 없는 껍데기에 불과했다. ‘아이즈원(IZ*ONE)’과 ‘X1(엑스원)’의 활동 재개 시기나 방법에 대한 내용도 없었고 소속사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 자세하게 알려주지 못한다는 말뿐이었다. 결국 1주일 만에 소속사들이 합의를 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X1(엑스원)’이 해체했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아이즈원(IZ*ONE)’ 역시 긍정적인 검토라고만 했지 소속사들과 합의가 되었다고 정확하게 이야기한 것이 아니기에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데뷔 멤버로 선정되지 않은 다른 연습생들에 대한 피해 보상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피해자가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했고 조작되지 않은 진짜 순위도 CJ ENM 측에서는 가지고 있지 않다며 수사 상황을 보면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피해자든 수혜자든 순위를 밝히는 것이 피해 보상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아니며 순위 공개는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 있어 하지 않기로 했다고도 말했다.

조작되지 않은 진짜 순위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피해자를 확정 짓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피해자와 수혜자를 가리지 않겠다는 말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하고는 싶지만 누가 피해자인지 알 수 없어 못할 것 같다는 핑계를 대기에 안성맞춤인 양 보인다.

시청자들의 문자 투표 비용 환불에 대해서도 요청이 있으면 할 계획이라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다. 앞선 사과 발표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하였으면 시청자의 문자 투표 비용에 대한 일괄적인 전체 환불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진짜 순위 데이터도 시청자 문자 투표 데이터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 X1(엑스원)의 해체는 투표 조작 논란의 종지부가 아니다

투표 조작 논란은 ‘프로듀스 101’의 마지막 시리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프로듀스 101’의 전체 시리즈에서 조작 정황이 드러났고 국민의 투표로 순위를 매긴다는 거짓말로 대중들을 우롱한 사건이다.

일반 대중들에게는 투표 조작 사건의 주체는 보이지 않고 그 결과물인 데뷔 그룹, 데뷔 멤버들만 보인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프로듀스 101’을 통해 데뷔한 그룹의 멤버들이 투표 조작의 실체인 것처럼 판단하는 어리석은 군중들이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활동 및 계약이 종료된 시즌 1, 2의 데뷔 멤버들 역시도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데 대중들은 '아이오아이(I.O.I)'와 'Wanna One(워너원)'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즈원(IZ*ONE)’과 ‘X1(엑스원)’에게 처럼 투표 조작 프레임을 씌워 보지 않는다.

‘X1(엑스원)’의 해체에 다수의 대중들은 투표 조작 때문에 결국 해체되었다며 마치 투표 조작의 원인이 그들에게 있었고 해체를 통하여 모든 논란이 끝난 것처럼 쉽게 이야기들을 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X1(엑스원)’의 해체는 투표 조작에 대한 마침표가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며 ‘X1(엑스원)’이 해체하는 것이 투표 조작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많은 이들이 알아야 할 것이다.

일부 ‘X1(엑스원)’의 소속사들이 조작돌 이미지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의 활동에 회의적이라고 했다는데 그 역시도 바른 판단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차라리 ‘X1(엑스원)’의 인기를 원동력으로 더 이상 조작돌이라는 평가가 나오지 않게 만들었어야 한다.

투표 조작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X1(엑스원)’은 데뷔 초동 앨범 판매에 있어 ‘하프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음악방송 1위를 열 한번 차지했으며 각종 온라인 음원차트의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X1(엑스원)’을 응원하는 팬들이 만들어 낸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나 신인 그룹 최초로 달성한 ‘하프밀리언셀러’라는 기록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계산하기 쉽게 앨범 한 장당 가격을 일 만 원이라고 해도 오십만 장의 금액은 자그마치 50억 원이다. ‘X1(엑스원)’을 응원하는 팬들은 그들이 데뷔하고 고작 일주일이라는 시간 안에 앨범을 구입하는 데만 적어도 100억 원 이상의 지출을 감행했다고 할 수 있겠다.

전국적인 인기를 가지고 있었던 선배 그룹 'Wanna One(워너원)'도 ‘하프밀리언셀러’를 달성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X1(엑스원)’이 가진 잠재적 가치는 이전 그룹의 그것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 투표 조작 논란은 그 주체가 마무리 지어야 한다

앞서 이야기 한 CJ ENM 허민회 대표의 기자회견에서 허 대표는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방송 재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내부 방송윤리강령을 재정비하고 관련 교육을 강화하겠다고는 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나 다름없는 느낌이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지는 장점은 상당하다. 솔직히 투표 조작 문제만 아니었다면 K-POP의 발전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아니 이미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이미 수출되어 해외에서도 운영을 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씨름’이나 ‘트로트’의 영역에서까지 차용하고 있다.

수 백여 개에 달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소속 연습생들을 데뷔시키며 잭팟을 바라는 현시대에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은 고속도로의 하이패스와 같은 하나의 통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수 년을 각각의 회사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하나에 출연해 몇 개월 모습을 비추는 것이 인지도나 인기를 상승시키는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맹점 또한 가지고 있다. 그 틀을 벗어나면 쌓아놓은 것들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아이오아이(I.O.I)'와 'Wanna One(워너원)'의 경우에도 그러했다. 투표 조작 논란 같은 문제없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각자의 회사로 돌아갔을 때 사람들은 그들이 계속 비슷한 수준의 인기를 구가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여전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극소수이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아이오아이(I.O.I)'와 'Wanna One(워너원)'이라는 틀 안에 있어야만 방송에서 보여주었던 모습들을 통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기정사실이 되었다. '아이오아이(I.O.I)'가 재결합을 준비 중이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러한 상황으로 볼 때 ‘X1(엑스원)’의 인기 또한 ‘X1(엑스원)’으로 존재해야만 지속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투표 조작에 대한 논란이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해체는 조작돌이라는 평가를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없고 오히려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모든 책임을 가져갈 것으로 보였던 CJ ENM이 해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기껏해야 1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소속사를 핑계로 성의 없이 입장을 발표한 것에 개탄을 금하기 어렵다.

고개 숙여 사과한 그 모습이 방송 특유의 보여주기 식 ‘쇼(SHOW)’가 아니었다면 ‘프로듀스 101’ 전 시즌에 출연했던 연습생 모두에게 금전적 보상과 향후 활동을 지원해야 할 것이며 국민들의 문자투표 전부를 일괄적으로 환불 처리하고 약속한 300억 원 규모의 기금이나 펀드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CJ ENM이 계속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이라면 끝나지 않은 투표 조작 논란에 대해서 그리고 그에 대한 사과에 대해서 마지막까지 책임 있는 모습과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예전처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것을 직시해 주었으면 좋겠다.

넥스트데일리 컬처B팀 오세정 기자 tweety@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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