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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훈의 경제르네상스] 고령자와 장롱예금의 파워

발행일자 | 2020.01.03 00:00
[김용훈의 경제르네상스] 고령자와 장롱예금의 파워

일본에서는 특유의 현금 선호와 장기 저금리 기조 등이 겹치면서 고령자들이 돈을 사용하지 않고 돈을 집안에 쌓아두는 ‘장롱 예금’ 현상을 가져왔다.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최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돈을 이자가 낮은 은행에 두지 않고 집안에 두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돈을 집에 쌓아 두는 고령층이 늘어나면서 부각되는 문제는 이들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자들은 경제활동이 없는 장기간을 대비하여 자산을 쓰지 않고 움켜쥐고 있게 된다. 일본은 작년 1월 기준으로 집안에 쌓아놓은 현금은 금융권 예금의 절반수준인 50조 엔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생활의 질이 높아져 기대수명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령자들이 집안에 현금을 쌓아두는 시기도 늘어나 이를 상속하는 시기도 늦어진다. 이들이 상속을 진행하는 시기에 이르면 자녀역시 노인이 되는 나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정상적인 상속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상속하는 자도 상속받는 자도 노인이 되다 보니 치매에 이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자신의 자산이 있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다보니 자녀에게 상속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자녀마저 치매에 이르는 현상도 일어난다. 이렇게 고령층에 갇히는 돈의 규모가 상당하다 보니 장롱머니가 경제의 순환을 방해한다. 최악의 경우는 치매인 부모를 부양하며 자녀가 빈곤의 상태에 빠져 이들을 정부가 부양하게 되어 사회보장비용이 증가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문제없이 노후를 지낼 수 있는 자산이 있는데도 치매로 자산을 잃어버린 때문이다.

우리보다 앞서서 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권에 있는 절반 수준의 돈이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어 순환하지 않는 돈, 또 부담해야 하는 이들의 사회보장비용 등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해 고령화의 부담이 더 크게 다가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고령화 속도를 가지고 있다. 한 연구소는 2030년 치매환자가 보유한 금융자산이 일본의 국내총생산의 40%에 달하는 것으로 이러한 돈의 동결은 일본 경제의 동맥경화를 유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돈은 생명이 없는 것이나 살아있는 것처럼 돌아다녀야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돈의 흐름이 왕성하면 해당 사회의 경제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용훈의 경제르네상스] 고령자와 장롱예금의 파워

2045년에는 우리나라는 유감스럽게도 세계 1위의 노인국가가 된다. 초 고령사회가 눈앞에 다가 섰다. 속도 빠른 일본의 고령화를 뒤로 하고 최고의 노인국가가 되는 2045년 우리는 절반의 인구가 나머지 절반의 인구를 부양해야 한다. 그런데 그 절반의 인구가 총생산의 40% 가까운 돈을 쥐고 있다면 우리의 경제는 어떠한 상황이 될까. 변수가 많은 현실에 극단의 가정이지만 우리의 실정이 이러하다.

치매란 지능, 의지, 기억 등의 정신적 능력이 현저히 퇴화되는 장애이다. 발병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병세가 심해지고 관리비용도 상당하다. 자산의 소유주가 치매환자가 되어 본인의 동의를 얻지 못해 동결시키게 되는 돈을 치매머니라고 한다. 질병학적인 면에서도 문제이지만 현실의 개인과 국가경제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전체 인구 중 고령의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보유비중만큼 이들이 가지는 자산에 의한 경제의 영향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노후를 부담해야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자산이 동결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미래의 우리경제가 동맥경화에 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또 노화되는 국가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으려면 우리 경제에 효율을 높여 두어야만 할 것이다.

김용훈 laurel5674@naver.com현 국민정치경제포럼의 원장이자 온 오프라인 신문과 웹에서 정치경제평론가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20여권의 시와 에세이, 자기계발도서를 집필하여 글작가로 활동 중이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사랑마흔에만나다’, ‘마음시’, ‘남자시’, ‘국민감정서1’ 등 다수가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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