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롭게 부상하는 담론 중 하나가 ableism이다. 이 말을 번역하자면 '비장애인 중심주의'이다. 이 분야에서 일구어낸 성과가 유의미한 것은, 모든 소수자 그룹들이 '정의(定義) 되어지던' 과거에서 벗어나 스스로 '정의(定義)하는' 주체가 되기 위해, 즉, 목소리를 내기 위해 어떠한 작업을 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요새, ableism에서는 장애인을 부르는 표현을 바꾸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장애인이라는 표현, 이제는 정말 쓰면 안되는 표현들에 crippled, handicapped 등이 있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표현이 disabled와 physically challenged이다. 이중 disabled보다는 physically challenged가 더 포용적인 (more inclusive)표현이다. 또한 differently-abled가 있었으나 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사라졌다.

더 이상 ‘정상인’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장애가 없는 이들을 ‘정상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장애가 있는 이들을 ‘비정상’이라고 규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장애가 없는 이들은 그냥 ‘비장애인’이라고 부르면 된다. 장애가 없는 이들이 중심이고 ‘정상’이며, 장애가 있는 이들은 이 중심에 접두사를 붙인 주변적인 호칭, ‘비정상’으로 불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제 장애가 있는 이들이 중심이고 그들이 주체적으로 그들 목소리로 우리를 ‘비장애인’이라 부르도록, 우리가 접두사가 붙어서 비로소 생기는 표현이 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장애인들은 자신들을 PWD라고 불러 달라고 말한다. person with difficulty 혹은 disability의 약자로 PWD. 이들은 physically challenged person과 같이 앞에 오는 형용사가 뒤에 오는 '사람'을 수식하는 표현을 써서, '장애'가 존재를 규정하는 표현을 쓰지 말아 달라고, 자신들은 다름없이 똑같은 '인간'인데 부가적으로 장애가 있는(with disabilities)인 사람들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반해 비장애인들은 able-bodied라고 부른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이 누리는 특권(able-bodied privileges)을 죽 열거하며, 비장애인들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의 자유들을 나열한다. 이를테면, 마음대로 걷고, 듣고, 말하는 자유, 직업을 가지고 일하며 고용을 유지하는 자유, 남들에게 장애를 이유로 동정받지 않을 자유, 등등등.

호칭 다시 만들기가 중요한 이유는, 기존에 ‘정의하는 힘’을 가졌던 기득권자들 (이 경우에는 장애가 없는 이들)이 장애인들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장애인들이 스스로를 정의하고 기득권자들을 이에 따라 부르는 호칭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건 장애인이라는 소수자 그룹뿐 아니라 모든 소수자 그룹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중요하다. 이전에 중심이 아니라 주변에서 살아야 했던 이들이 이제 주체가 되면서 자신들을 부르는 이름을 자신들이 정의(definition)하는 것이 비로소 주변에서 걸어나 오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어는 수식하는 말은 길이나 구조와 관계없이 수식받는 말 앞으로 가기 때문에, ‘장애인’과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어떤 용어를 써야 할지는 더 고민을 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참고로, 시각 장애인들은 시작 장애가 없는 이들을 ‘정안인(淨眼人)’이라고 부르고, 청각 장애인들은 청각 장애가 없는 이들을 ‘건청인(健聽人)‘이라고 부른다.

Joyce Park rowanee@naver.com 필자는 영어를 업으로 삼고 사람에게 가서 닿는 여러 언어 중 영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어 교재 저자이자 영어교수법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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