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삼성전자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갤럭시 폴드 5G'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7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삼성전자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갤럭시 폴드 5G'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IFA 2019가 6일 간의 행사를 마치고 11일(현지시간) 성황리에 폐막했다.

올해 IFA는 개방형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G, 8K TV 기술경쟁이 주요 볼거리였다. 예상에서 크게 벗어난 전시는 아니었지만, 참가기업 중 40% 이상을 차지한 중국의 매서운 기술 추격이 눈에 띄었다.

◇ 5G 연결된 AI 가전···개방형 생태계 이끌어

AI는 이미 대세나 다름없었다. 올해 IFA의 화두도 5G로 구현된 개방형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생태계였다. 이번 IFA는 전반적으로 B2B 중심의 AI 전시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국내 기업들은 5G로 구현한 스마트홈 환경을 선보이며 CES 2019보다 한층 구체화된 초연결 미래의 모습을 선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는 전시 부스 ‘삼성 타운’에서 ‘커넥티드 리빙’ 존을 구성해 관람객들이 삼성 타운에 머무는 동안 자연스럽게 삼성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와 다양한 스마트 기기들의 연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도 자사 전시 부스에서 ‘LG 씽큐 홈’을 구성하고 개방형 인공지능 씽큐로 구현된 스마트홈을 체험하게 했다.

관람객들이 인공지능 가전으로 새로운 가치를 담은 주거공간 'LG 씽큐 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관람객들이 인공지능 가전으로 새로운 가치를 담은 주거공간 'LG 씽큐 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전시된 모든 제품에는 AI가 탑재돼 있었고,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를, 애플 시리를 비롯해 국내에서 개발된 삼성 빅스비, LG 씽큐 등 다양한 인공지능 플랫폼들이 서로 호환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마다 다양한 AI 플랫폼을 사용하는 글로벌 소비자들을 더 폭넓게 끌어안을 수 있는 준비를 마친 것이다.

개방형 AI 생태계 중심에는 ‘5세대 이동통신(5G)’가 있다. 5G를 통해 사물인터넷(IoT)으로 무수하게 연결된 AI들은 서로 간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사용자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진 한층 진화한 새로운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제품에서 수집돼 클라우드에 저장된 광범위한 사용자 데이터를 AI가 학습하면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실제로, 박일평 LG전자 CTO 사장은 ‘IFA 2019’ 개막 하루 전에 ‘어디서든 내 집처럼’이라는 주제로 ‘LG 미래기술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박 사장은 국내외 기자, 업계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AI 생태계 확장과 ‘접점’ 다양화를 통해 AI의 새로운 가능성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가전보다 뜨거웠던 스마트폰

IFA는 가전박람회지만,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더 이상 가전박람회로 규정하기 어려워졌다. 실제로, IFA 2019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건, 가전이 아닌 5G 스마트폰이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 5G’를 구경하기 위해 몰린 관람객들은 20~30분씩 대기하는 장사진을 이뤘고, 새로운 듀얼 스크린을 장착한 LG V50S 씽큐도 9개 매체로부터 최고상을 받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7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삼성전자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갤럭시 폴드 5G'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7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삼성전자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갤럭시 폴드 5G'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관람객들이 LG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LG V50S 씽큐(해외명 LG G8X 씽큐)와 새로운 듀얼스크린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관람객들이 LG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LG V50S 씽큐(해외명 LG G8X 씽큐)와 새로운 듀얼스크린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반면 중국의 화웨이는 IFA 2019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리처드 위(Richard Yu) CEO가 직접 “내달 중 메이트X를 글로벌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TCL도 갤럭시 폴드와 유사한 디자인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제품을 선보여 폴더블 경쟁을 예고했다. TCL는 내년에 이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애플, 소니, 모토로라, 샤오미도 폴더블 모바일 기기 출시를 앞두고 있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TCL에서 공개한 폴더블 시제품 [사진=in2mobile]
TCL에서 공개한 폴더블 시제품 [사진=in2mobile]

리처드 위(Richard Yu) 화웨이 CEO가 기조연설에 나선 것은 올해 IFA 행사에 중국 기업들이 대거 참석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IFA 2019는 지난해보다 200개 이상 많아진 1900여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이 중 40% 이상이 중국 기업들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올해 IFA에 대거 참여한 사실에 관해 미·중 무역갈등에 의한 여파로 분석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유럽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해석이다.

화웨이가 5G모뎀·AP 통합칩 기린 990 5G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IFA 2019]
화웨이가 5G모뎀·AP 통합칩 기린 990 5G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IFA 2019]

유럽 시장에 눈을 돌린 중국 기업들이 발표한 기술적 성과는 아주 매서웠다. 특히, 화웨이는 6일(현지시간) 5G 모뎀·AP 통합칩 ‘기린 990 5G’를 공개해 큰 화제가 됐다. 이는 삼성전자가 4일 5G 모뎀·AP 통합칩 ‘엑시노스 980’을 공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으로, 중국의 기술력이 국내 기술의 턱 밑까지 추격해왔음을 의미했다.

화웨이는 이날 자사의 통합칩이 현존하는 가장 빠른 칩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 성능 측정결과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관해 화웨이가 미·중 갈등으로 인해 AP에 탑재될 CPU 기술을 얻는 데 실패한 데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 뜨거웠던 8K TV 열전과 시비 붙은 국내 업계

관람객들이 현지시간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 'IFA 2019' 내 삼성전자 전시장에서 55형부터 98형까지 'QLED 8K' TV 풀 라인업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관람객들이 현지시간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 'IFA 2019' 내 삼성전자 전시장에서 55형부터 98형까지 'QLED 8K' TV 풀 라인업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관람객들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8K'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관람객들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8K'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본래 주인공인 가전에서 유독 관심을 모았던 제품은 TV다. 8K TV가 본격적으로 선보여지며 화질 경쟁의 기준이 새로워진 덕분이다. 국내에서는 LG전자의 OLED 8K와 삼성전자의 QLED TV가 전시됐다. 모두 지난 CES 2019에서도 공개돼 주목받았던 제품들이다.

반면, 이번 IFA 2019에서는 하이센스와 TCL에서도 8K TV를 선보여 중국 기업들의 무서운 추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명도는 아직 국내 제품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지만, 불과 반년 사이에 8K TV 양산에 성공한 것이다.

IFA 2019에서 공개한 하이센스 8K ULED XD TV [사진=하이센스 그룹]
IFA 2019에서 공개한 하이센스 8K ULED XD TV [사진=하이센스 그룹]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등의 일본 기업들은 도쿄올림픽을 앞둔 일본정부 주도로 한층 선명해진 화질의 TV를 선보였다. 특히 샤프는 세계 최초로 5G 통신 모뎀을 결합한 120인치 8K TV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와도 쉽게 연동해 파트너십을 통해 개방형 AI를 적용했음을 알 수 있다.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맞춰 8K 방송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 역시 5G 8K TV 개발에 적극적이다. TCL는 실시간 8K 콘텐츠 실시간 스트리밍 시청이 가능한 5G 8K TV를 IFA 2019에서 선보였고, 화웨이, 하이센스, 창홍 등도 5G 8K TV 개발에 한창이다.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개발을 진행 중이다. 양사는 이 같은 협약 내용을 지난 8일 공개했다.

(왼쪽부터)하형일 SK텔레콤 코퍼레이트 디벨롭먼트 센터장,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 천강욱 삼성전자 VD 선행개발그룹장, 이희만 삼성전자 VD Service PM 그룹장이 ‘5G 커넥티드 스크린’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MOU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왼쪽부터)하형일 SK텔레콤 코퍼레이트 디벨롭먼트 센터장,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 천강욱 삼성전자 VD 선행개발그룹장, 이희만 삼성전자 VD Service PM 그룹장이 ‘5G 커넥티드 스크린’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MOU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한·중·일 3국의 8K TV 경쟁이 본궤도에 오를 동안 한국은 국내 기업끼리 8K TV 화질로 시비가 붙었다. 삼성전자는 IFA 2019를 앞두고 지난달 30일 8K협회와 함께 8K TV 표준을 마련하고 인증 마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LG전자는 자사 8K TV가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가 정립한 ‘디스플레이표준평가법’에 따르는 진정한 리얼 8K TV라고 공식 발표하고 삼성전자의 QLED 8K를 소비자를 호도하는 ‘가짜 8K TV’라고 비난했다.

ICDM은 1962년 설립된 디스플레이 업계 최고 전문기구인 SID 산하 위원회다. ICDM에서 운영하는 공식 8K 인증마크는 없지만, 8K TV를 규정하는 더 엄격한 기준이 마련돼 있다. 여기서는 8K TV 기준으로 화질선명도(CM)가 50% 이상일 것을 요구하지만, 8K협회 기준에는 이런 기준이 없다. QLED 8K는 ICDM 기준에 의하면 8K TV가 아니고, 8K협회 기준에 의하면 8K TV가 되는 셈이다.

LG전자는 8K협회에 가입하고 있지 않다. 8K 협회가 정한 방식대로 인증마크를 붙일 경우, LG전자는 손해일 수밖에 없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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