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실력으로나 경험으로나 나보다 낫다는 것을 느낄 때 좌절감을 맛본다.

앞선 상대는 내가 좀 더 빨리 움직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안긴다. 마케팅 교과서는 경쟁이 치열한 곳에 있지 말고 아직 남들이 하고 있지 않은 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라고 말한다. 말이 쉽다. 현실적으로 그간 버텨낸 시장을 버리고 새로운 투자나 다른 분야에서 기회를 찾는 게 어렵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정관념과 낡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아이디어를 발견하라고 남들에게 이야기하면서도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얼마나 아이디어를 불어넣고 있는가.

기업주나 직장인은 익숙한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앞두고 대부분 주저한다. 신규 투자할 여력도 없고 그렇게 한다고 영업이익이 늘어날까 하는 의심을 끊을 수 없다. 규모의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소규모 기업이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업을 키우지는 못해도 지금 상황에서 버티는 일만 해도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얼마까지나 유효할까.

손으로 직접 도화지 같은 곳에 인화지를 붙이며 잡지 편집을 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컴퓨터로 디자인을 하는 시대가 섞인 때가 있었다. 편집 디자이너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우리 편집팀 소속으로 같이 일하던 디자이너 세 명 중 두 명은 기존 방식대로 하다 그만두겠다고 했다. 한 사람은 새로운 기술을 배워 계속 작업을 하겠다고 했다. 왜 그들은 기존 방식을 버리지 못했을까.

방식은 바뀌어도 하는 일은 다르지 않다. 새로운 기술 접근이 두려워 기존 방식을 고집하는 사람은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다. 변화를 외치면서도 정작 우리 안에서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이 장래를 어둡게 한다.

기회는 선택의 시점에 들어 있다. 두려움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성장의 기회가 없다.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를 살면서 변하지 않겠다고 버티기보다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태도가 인생을 즐겁게 만든다. 인터넷 시대가 열릴 때 그 파도에 올라탄 사람들이 지금 기회를 잡고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물론 파도에 무너진 기업도 한둘이 아니다. 일을 대하는 태도가 인생의 길을 다르게 만든다. 변화를 보는 눈과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태도는 인간 능력이다. 나에게는 이런 능력이 있는가.

얼마 전 한 기관의 강사 면접을 봤다. 경쟁자가 없는 곳에 지원한 사람은 면접 없이 서류 전형으로 끝났지만, 경쟁자가 있는 곳은 면접을 봤다. 상대는 강했다. 그가 나보다 난 게 뭐가 있을까. 이미 해당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고, 책도 두어 권 썼다. 그는 일찍 발을 담갔다. 그에 비해 나는 막 발을 넣은 단계다. 누가 선택을 받을 것인가.

망설인 시간만큼 경쟁해야 할 상대가 는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 자신이 세워야 할 기준을 높이면 기회는 더 많다.

“그래서 나는 현재 어떤 일을 하건 일의 기술적인 면보다 그 일에 접근하는 태도를 배우고 쌓아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하는 방식의 기초를 견고하게 잘 닦아 놓으면 그 안에 어떤 종류의 일을 대입시켜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의 어떤 경험도 쓸모없는 것은 없다. 제2의 인생을 개척했다고 해도 일을 지탱해 주는 본질은 같다. 발을 푹 담가 최선을 다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조율해야 하며, 자기가 세운 규칙에 따라 스스로를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209쪽, <안녕 돈키호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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