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 주변부인 베젤이 점점 얇아지고 있다. 머지않아 베젤은 사라지고 전면엔 화면만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셀카를 찍기 위한 전면 카메라가 '옥의 티'다. 이 때문에 아이폰은 노치 디자인을 채택했고, 갤럭시는 카메라 구멍만 있는 풀 디스플레이를 쓴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더 완벽한 전면 풀 디스플레이 적용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며, 이미 다양한 방식이 쓰이고 있다.

김태우 넥스트데일리 기자 tk@nextdaily.co.kr

삼성전자 상반기 전략 모델인 '갤럭시 S10'은 베젤이 거의 없다시피 하며, 전면 가득 디스플레이가 채워져 있다. 상단의 전면 카메라 공간까지 남김없이. 대신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에 구멍을 뚫었다. 전면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도록. 완벽해 보이는 풀 스크린이지만 사소한 흠이 있는 셈이다. 디스플레이에 구멍을 뚫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특히 갤럭시 S10은 스스로 빛을 내는 아몰레드(AMOLED) 패널이어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힘들게 구멍을 뚫었는데, 안 뚫은 것보다 못하다.

사진: 갤럭시 S10+
사진: 갤럭시 S10+

완벽하지 않은 만큼 삼성전자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4월에 태국에서 발표한 갤럭시 A80이다. 갤럭시 A80은 S10처럼 전면 카메라용 구멍이 없다. 전면에 디스플레이 외에 어떠한 것도 남기지 않았다. 상단 음성 통화용 스피커마저도 없앴다. 전면 카메라는 어떻게 작동할까. 조금 독특한 시도인데, 카메라 앱에서 전면을 선택하면 후면 상단이 위로 올라오면서 카메라가 180도 회전한다. 즉 후면 카메라가 전면 카메라 기능을 하게 되는 셈이다. 기기 일부분이 움직이는 형태라 방수기능은 지원되지 않으며, 본체와 카메라 회전부 사이 이격과 고장 등 우려가 있다. 다소 실험적인 형태로 플래그십에는 적용할 가능성이 낮다.

사진: 갤럭시 A80
사진: 갤럭시 A80

지난 6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특허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18년 말에 출원한 특허로 전면 풀 스크린을 채용했으며, 전면 카메라와 인식 센서 등을 화면 안에 숨기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디자인은 갤럭시 S3처럼 곡선을 많이 담고 있다. 전면 디스플레이도 현재의 엣지를 확장해 상하 부분까지 4개 곡선을 적용해 둥근 형태다. 아직 특허 수준이긴 하지만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내년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 S11나 S12에 이 기술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출처: LETSGO DIGITAL
출처: LETSGO DIGITAL

◇팝업과 밀어 올리는 슬라이드 방식 등장

전면에서 카메라를 숨기기 위해 가장 노력하는 곳은 중국 제조사다.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전면 카메라를 디스플레이에서 분리해 놓았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식이 팝업 카메라. 전면 카메라가 상단에서 툭 튀어 올라오는 형태다. 오포, 비보가 주도하고 있지만 올해는 다양한 브랜드가 팝업 카메라를 취하고 있다.

팝업 카메라는 작년 비보 '넥스' 모델에 처음 쓰였다. 올해 초 비보는 V15에 다시금 팝업 카메라를 도입했다. 넥스에서는 사실 팝업 카메라가 많이 어색했다. 하지만 V15는 후면 카메라 라인에 맞춰 놨다. 카메라가 튀어나올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팝업 카메라는 0.5초 안에 빠르게 구동되며, 인스타그램 같은 앱을 통해서도 튀어나오게 할 수 있다. 화소는 무려 3200만으로 뷰티 모드도 지원한다. V15에서 아쉬운 건 전면 하단 베젤 두께가 눈에 띌 정도로 여전히 두껍다는 점이다.

사진: 비보 V15
사진: 비보 V15

오포 자회사인 원플러스가 지난 5월에 내놓은 '원플러스 7 프로'도 팝업 카메라를 적용한 모델이다. 1600만 화소의 전면 카메라는 평소 본체 안에 들어가 있다가 셀피 촬영 혹은 화상 통화 시에만 튀어나온다.

사진: 원플러스 7 프로, 출처: 폰아레나
사진: 원플러스 7 프로, 출처: 폰아레나

샤오미 독립 브랜드 '레드미' 또한 팝업 카메라를 적용한 모델을 5월에 내놓은 바 있다. 레드미 플래그십 모델 'K20'이 그것으로 2000만 화소 팝업 카메라를 적용했다. 화면 비율을 91.9%다.

사진: 레드미 K20
사진: 레드미 K20

팝업 카메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작년 오포가 공개한 '파인드 X'는 후면 상단 부위가 위로 올라오는 형태를 취한다. 카메라 렌즈와 센서가 평소에는 기기 안에 있다가 카메라 앱을 실행하면 위로 올라온다. 카메라가 올라오는 시간은 0.5초가량이다. 카메라가 올라온다는 점에서 팝업 카메라와 비슷해 보이지만 후면 상단 부분 전체가 올라온다는 점에서 다르다.

사진: 오포 파인드 X
사진: 오포 파인드 X

비슷하지만 이와 다르게 수동으로 밀어 올리는 스마트폰도 있다. 올 2월 열릴 MWC에서 공개된 샤오미의 '미 믹스 3 5G'는 슬라이드 방식을 채택했다. 과거 3G 핸드폰에서 쓰이던 형태를 응용한 모습이다. 화면 크기는 6.39인치인데, 화면 주변부인 베젤을 최소화하고 카메라를 전면에 넣지 않아 화면 비중이 93.4%나 된다. 전면 카메라는 화면을 아래로 밀어내려야 나온다. 밀어 내릴 땐 제법 힘을 줘야 하며, 끝까지 내리면 딸깍 걸리는 느낌이 든다. 슬라이드 방식이다 보니 그리 얇은 편은 아니다. 정확한 두께는 9.4㎜다.

사진: 샤오미 미 믹스 3 5G
사진: 샤오미 미 믹스 3 5G

전면 카메라에 대한 흥미로운 소문도 있다. 비보가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넥스(NEX)2'에 탈부착할 수 있는 카메라를 장착할 것이란 이야기다. 시나닷컴 등 중국 매체에서 이와 관련된 랜더링 이미지가 공개되었는데, 카메라가 스마트폰 본체와 분리할 수 있는 형태다. 정사각형의 소형 모듈에는 3개 카메라 렌즈와 1개 LED 플래시를 품고 있다. 특수 자석을 사용해 스마트폰 앞, 뒤 어디든 붙일 수 있다.

한마디로 후면 카메라를 전면 카메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기술적으로도 구현이 어려울뿐더러 설상 구현이 된다고 하더라도 실사용에 있어선 불편함만 커질 듯싶다. 별도로 카메라를 챙겨야 할 뿐만 아니라 분실 우려도 있다.

출처: 시나닷컴
출처: 시나닷컴

◇궁극의 전면 카메라 '디스플레이 내장형'은

전면 풀스크린 구현을 위한 궁극의 전면 카메라는 디스플레이 내장 형태가 아닐까 싶다. 이미 지난 6월 초 중국 제조사인 오포와 샤오미가 이런 형태의 스마트폰 프로토타입을 온라인에 짧게 공개한 바 있다. 6월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상하이 2019'에서 오포는 해당 시제품을 공개했다. 시제품인 만큼 상용 제품 출시까지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그리 멀지 않은 셈이다.

카메라는 상단 중앙에 위치하며, 디스플레이 밑에 자리 잡고 있다. 카메라가 튀어나오거나 스마트폰을 슬라이드 할 필요가 없다. 디스플레이에는 노치도 없으며, 구멍도 없다. 완벽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시제품에는 자체 개발한 특수 투명 소재가 쓰였다. 디스플레이를 통과한 빛이 카메라까지 닿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미지 센서는 더 많은 광량을 받아들이기 위해 일반 전면 카메라보다 더 큰 크기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 기술은 지난 2017년 초부터 준비해 이듬해 5월 본격 개발에 착수했다고 알려져 있다.

카메라 앞을 디스플레이로 가리는 만큼 이미지 품질이 떨어지지 않기 위한 조치도 취했다. 카메라 부분의 디스플레이 픽셀 구조를 재설계했고, 새로 개발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도 적용했다. 빛 반사가 일어나는 등 기존과 다른 환경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엔가젯 등 외신은 발표회장에서 실제로 사진을 찍어보니 안개 낀 것처럼 뿌연 결과물이 나왔다고 전했다. 또 밝기나 색상이 다소 부자연스러운 부분도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디스플레이를 유리처럼 완전히 투명하게 만들어야 하는 만큼 아직은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실제 공개 시연에 성공한 만큼 타 제조사보다 오포가 기술적으로 한 발 더 앞서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2011년에 나온 5.3인치 대화면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는 펜을 가졌다는 매력이 있지만 손에 쥐기엔 너무 컸다. 하지만 최근에 출시된 갤럭시 S10+는 6.4인치 화면을 지녔지만 갤럭시 노트보다 폭이 더 작다. 화면은 1인치 이상 커졌지만 손에 쥐기엔 더 좋아진 셈이다. 이는 기술 발전으로 화면 주변부인 베젤을 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베젤에서 가장 큰 비중은 상, 하단이다. 하단에는 버튼과 지문인식 기능이 존재했는데, 어느새 지문인식 기능은 디스플레이 내장 방식으로 진화했다. 최근 스마트폰은 대부분 디스플레이 내장 지문인식을 적용할 만큼 보편화되고 있다.

상단에서 큰 비중이었던 카메라마저도 제조사는 없애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어느새 디스플레이 아래에 카메라를 넣은 시제품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기술이 스마트폰을 어떻게 바꿔 나갈까.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시대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스마트폰은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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