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1
사진=KBS1

15일 오후 방송되는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제29화에서는 달려보자 자전거 길 – 서울 잠실동 · 방이동 평이 방송된다.

■ ‘따릉이’ 타고 동네 한 바퀴

거리를 걷다보면 다양한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분주히 걸어가는 사람들, 줄지어 선 차량, 만원 버스에서 쏟아지는 인파... 다양한 그 풍경들 가운데 배우 김영철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리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똑같이 생긴 자전거. 알고 보니, 이 자전거의 정체는 공공 자전거 대여 서비스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따릉이’란다. 휴대전화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근처 대여소 어디서나 대여와 반납이 자유롭다. 출퇴근길에 인기라는 따릉이를 빌려보기 위해 잠실역 근처 대여소를 찾은 김영철.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동네 한 바퀴의 포문을 연다.

■ 서울에서 만난 칼갈이 할아버지

우뚝 솟은 빌딩과 먹자골목으로 유명한 이곳을 걷다보면 한 재래시장을 만날 수 있다. ‘새마을시장’이라 불리는 이곳에 한눈에 봐도 낡고 오래되어 보이는 리어카를 끌고 다니는 78세 할아버지. 35년 넘게 송파구 곳곳의 시장과 공방을 돌아다니며 칼을 갈아오셨다고. 1차로 칼의 무뎌진 날을 기계에 갈고, 2차로 숫돌에 칼을 갈아 정성껏 마무리하는데. 날카로워진 칼날을 꼼꼼히 살펴보는 할아버지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어린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칼갈이 할아버지의 모습을 서울 한복판에서 만나게 되자 반가움 마음이 앞서는 김영철. 잠시나마 할아버지와 함께 리어카를 끌며 목청껏 소리를 외친다. “칼 갈아요~ 칼!”

■ 나룻배를 타고 다녔다는 잠실도 이주민

두 남자가 외치는 ‘칼 갈아요~’ 소리를 듣고 찾아온 손님. 할아버지를 기다렸다며 신문지에 말아온 칼 세 자루를 내민다. 할아버지의 오랜 단골손님이라는 남자에게 대화를 걸어보는 김영철. 남자는 어렸을 적 살던 고향이 사라져(?) 이곳으로 이사 온 이주민이란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잠실은 섬이었다고 말해주는 남자. 잠실도의 북쪽은 신천강이 흐르고 남쪽은 송파강이 흘렀다는데. 잠실도에는 새내마을, 잠실마을, 부렴마을 이렇게 세 마을이 있었다고. 그 중 새내마을 주민이었다는 남자는 과거 나룻배를 타고 매일 육지에 있는 학교를 오갔다는데. 이후, 1971년 송파강을 메워 잠실도를 육지로 만들었고, 지금의 잠실이 되었다. 잠실도가 육지로 된 것은 한강 공유수면 매립 사업 때문. 대를 이어 살던 새내마을 사람들은 개발과 함께 지금의 새마을시장 옆으로 집단 이주를 했다. ‘새마을시장’도 새로 지은 마을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 현재는 초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들어선 잠실이지만, 70년대 초까지 나룻배가 오갔다는 사실이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김영철은 새내마을 주민들의 집단 이주지인 새마을시장 옆 주택가 골목을 거닐며, 예전에는 섬이었을 잠실도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 2020 도쿄장애인올림픽을 꿈꾸며... 송파시각장애인축구장

안대를 쓰고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이 차는 공에서 소리가 들리는데. 이곳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지어진 시각장애인 전용 축구장이다. 눈이 아닌 귀로 경기를 하는 사람들. 이들은 방울이 삽입된 공의 소리와 동료들의 발소리를 계산해서 움직인다는데. 평일에는 여느 사람들처럼 직장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축구장에서 연습한다는 이들은, 대한민국 시각장애인 국가대표 축구선수들.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열심히 연습 중이었는데. 번번이 장애인 올림픽 출전에 고배를 마셨다는 이들의 올해 목표는 내년 도쿄패럴림픽 출전권이 걸린 9월 시합에서의 승리다. 하나 된 마음으로 훈련에 열중하는 선수들. 김영철도 그들의 꿈을 응원하며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본다.

■ 그땐 그랬지~ 추억의 학교 앞 즉석떡볶이

삼삼오오 거리를 거닐며 수다 떠는 여고생들이 눈에 띈다. 우연히 마주친 김영철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는 학생들. 학원가기 전, 허기를 달래려 떡볶이 집으로 향하는 중이란다. 도착한 곳은 여고생들에게 30년 가까이 사랑받았다는 즉석떡볶이 가게. 평소 즐겨먹는 메뉴가 있다며 척척 주문하는 학생들은 김영철과 맛있게 떡볶이를 먹으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낸다. 즐거운 수다 시간도 잠시, 계산을 앞두고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가끔 즐겨한다는 게임을 통해 떡볶이 값을 낼 단 한명을 정하기로 하는데. 유쾌한 여고생들과 함께 시작된 추억의 게임~ 과연, 승부의 결과는?!

■ 헌책방들의 보물창고 ‘서울책보고’

약 17만권의 헌책이 모여 있는 곳. 책을 뚫고 가는 책벌레의 모습을 형상화해 동굴처럼 서가를 만들었다는 이곳은 ‘서울책보고’. 현재, 스물아홉 개의 헌책방이 입점 되어 있다는데. 이곳에서 사다리에 올라 책을 정리하고 있는 남자가 김영철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실 그도 헌책방 주인 중 한 명. 청계천에서 헌책방을 운영했던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20년 가까이 운영 중이다. 아버지 때만 하더라도 전성기였다는 헌책방은 시대의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하나 둘 사라져갔다. 그러던 중 생긴 ‘서울책보고’의 서가가 반가워 틈날 때마다 방문하고 있다는데. 헌책을 살살 문지르면 헌책 고유의 달콤한(?) 향이 난다고 일러주는 사장님. 김영철도 그를 따라 헌책에 얼굴을 대고 깊이 숨을 들이쉬는데. 나 아닌, 또 다른 누군가도 헌책이 선사하는 특별한 향기를 맡을 수 있기를 바라며... 김영철은 오래도록 서가 앞에 머무른다.

■ 60대 여성 드러머가 있는 곳... 7080 드럼 동호회

한적한 동네의 도로를 걷다 발견한 ‘7080 드럼 동호회’ 간판. 흥겨운 드럼 소리에 이끌리듯 들어간 곳에는 각자 드럼연습에 몰입 중인 50-60대들이 있다. 결혼 후 생계를 위해 드러머 활동을 접어야 했던 동호회 회장은 6년 전 현재의 자리에 드럼 연습장을 만들었다. 그 후 새로운 취미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들었다는데. 김영철이 만난 60대 여자 회원들. 우울증을 앓다 드럼동호회를 찾아왔다는 주부와, 버스킹을 즐기며 꾸준히 드럼을 배우고 있다는 또 다른 주부. 오랜 세월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로 살았던 그들은 새로운 활력소를 찾기 위해 이곳의 문을 두드렸다고. 드럼에 푹 빠져 열중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 짓던 김영철은 직접 드럼을 배워보기로 한다. 방문 너머로 들리는 주부 회원들의 드럼 소리. 김영철도 그들의 리듬에 맞춰 앞에 놓인 드럼을 신명나게 두드린다.

■ 어머니의 선물, 눈물 나게 매운 ‘비빔냉면’

‘따릉이’를 타고 어느 골목을 지나던 김영철. 더위에 조금씩 지쳐가던 때, 냉면집이 눈에 들어온다. 1983년, 리어카에서 장사를 시작해 현재까지 냉면을 팔고 있다는 식당. 이곳의 인기 메뉴인 비빔냉면을 맛보는 김영철은 뜻밖의 난관을 만난다. 다름 아닌 혀를 얼얼하게 하는 매운맛 때문인데. 평소 매운맛을 즐겨해 자신 있어 하던 그도 결코 쉽지 않은 맛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젓가락이 가는 이 매운맛은, 리어카 장사를 시작하며 8년 동안 양념을 연구했다는 어머니의 비법이란다. 딸은 매운 양념장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끝내 눈물을 흘리는데. 삼남매를 키우며 일하느라 제 몸 하나 보살필 겨를 없던 어머니는 6개월 전, 암으로 돌아가셨다고. 그 후 딸은 어머니의 유산인 이 가게를 맡게 되었다는데. 힘이 들 때마다 딸은 ‘어머니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셨을까’ 생각한다고. 어머니의 매운 양념 비법과, 손맛을 이어받은 딸이 버무린 비빔냉면.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딸의 애틋한 마음을 느끼며, 김영철은 코끝 찡하게 매운 비빔냉면 한 그릇을 싹 비워낸다.

이은수 기자 esle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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