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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 루이스의 빛을 따라] 팔색조의 얼굴 홍콩, 그 裏面

발행일자 | 2019.05.29 00:00
[크레이그 루이스의 빛을 따라] 팔색조의 얼굴 홍콩, 그 裏面

몇 년 전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신문 기자로 일하기 위해 처음 홍콩으로 이사했을 때는 내가 그 곳에 얼마나 머물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새 홍콩 영주권자가 될 만큼 오래 살게 됐다. 특히 도시에 대한 나의 애증 관계에 대한 인내를 고려했을 때 말이다.

빅토리아 항구에 홍콩의 상징 스카이라인의 불빛이 비치고 있다. 사진=크레이그 루이스
<빅토리아 항구에 홍콩의 상징 스카이라인의 불빛이 비치고 있다. 사진=크레이그 루이스>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하지만 좌절과 스트레스, 해방과 무기력, 폐소공포증과 피로감이 상존하는 홍콩은 모순적이고도 매혹적인 도시이다. 동시에 낯설고 친숙하며 환대와 적대감, 미래를 포용하면서도 전통에 의해 절제된다.

오랜 역사의 전차는 진보의 아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밝게 빛나는 홍콩 섬의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사진=크레이그 루이스
<오랜 역사의 전차는 진보의 아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밝게 빛나는 홍콩 섬의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사진=크레이그 루이스>

홍콩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관문이었기에 뚜렷한 중국의 풍미가 버무려진 다양한 문화의 온상으로 발전했고, 이 독특함이 세계의 위대한 도시 중 하나로 만들었다. 상업, 금융, 무역, 교통 허브로 중국과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세계를 연결하는 전략적인 위치에 자리 잡은 홍콩은 돈과 상업에 기반을 둔 도시다. 홍콩에서는 삶의 판돈이 크다. 이길 수도 있고, 하룻밤 사이에 잃을 수도 있다. 충분한 여유가 있다면 돈으로 살 수 있는 모든 것을 홍콩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설을 맞아 축복을 기원하는 홍콩인들이 도시의 사찰로 몰려든다. 사진=크레이그 루이스
<설을 맞아 축복을 기원하는 홍콩인들이 도시의 사찰로 몰려든다. 사진=크레이그 루이스>

심약한 사람이 홍콩에 사는 것은 쉽지 않다. 길거리, 사무실, 쇼핑몰, 고층 아파트 건물에 몰려드는 들끓는 사람들에 기죽지 않으려면 불굴의 의지가 필요하다. 거의 8백만 명에 이르는 1평방 킬로미터당 6300명의 인구로 세계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이다. 또한 세계에서 살기에 가장 비싼 도시들 중 하나로 좁은 주거 공간이라도 집값이나 임대료가 만만찮고 계속 상승세이다보니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사람들은 치열하게 살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도시 중 하나, 집과 거주자들이 높이 쌓여 각각의 귀중한 제곱미터를 최대한 활용한다. 사진=크레이그 루이스
<지구상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도시 중 하나, 집과 거주자들이 높이 쌓여 각각의 귀중한 제곱미터를 최대한 활용한다. 사진=크레이그 루이스>

나처럼 산이나 황야 중독자가 홍콩에서 누릴 수 있는 절약의 은총은 혼잡하고 오염된 도시 환경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다양한 보호지역 공원과 하이킹 코스에 쉽게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 특별행정구의 4분의 3이 아열대 삼림지대, 해변, 언덕과 산의 울퉁불퉁한 광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구밀도가 높은 중심지가 쿠룽 반도와 새로운 영토, 홍콩 섬, 란타우 섬, 그리고 몇 백 개의 작은 섬에 퍼져 있다는 사실에 많은 방문객들은 놀랄 것이다.

홍콩, 끊임없이 변화하는 놀라움과 모순의 풍경. 사진=크레이그 루이스
<홍콩, 끊임없이 변화하는 놀라움과 모순의 풍경. 사진=크레이그 루이스>

이러한 전경과 상황의 매력적인 조합은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홍콩을 여러 인격을 가진 풍부한 이미지가 가득한 사진의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번쩍이는 고층건물들이 우중충하고 막힌 골목길 위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홍콩의 상징적인 스카이라인에 비치는 극적인 파노라마를 형성하고 있다.

낮에는 자본주의를 내뿜는 숨막힐 듯한 기념비, 밤에는 네온과 LED의 교향곡이 펼쳐진다. 휘황한 기계적인 색과 빛에 휩싸인 빅토리아 항구는 절제된 위엄을 과시하며, 130년 이상 홍콩과 카우룽을 오가는 승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는 숭고한 스타 페리를 포함한 수많은 선박들이 물살을 가로지른다.

도시의 불빛도 어느 순간 시골 공원에 빠르게 자리를 내주며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순간을 선사한다. 사진=크레이그 루이스
<도시의 불빛도 어느 순간 시골 공원에 빠르게 자리를 내주며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순간을 선사한다. 사진=크레이그 루이스>

그러나 길을 잘 선택했거나 혹은 단거리의 지하철을 탈 때 빽빽하게 채워진 도시의 사방으로 뻗는 네온 불빛, 끝없는 무리의 사람들의 소란함이 갑자기 사라진다. 그리고 홍콩 기준으로 볼 때, 상대적인 고독 속에서 삶이 좀 더 조용해지고 명상으로 이끄는 구릉과 시골길이 나타나며, 돌출된 언덕과 바위투성이 산 속에 홍콩을 상징하는 역사와 끈질긴 강인함이 투영돼 있다.

언덕으로 올라가면 혼잡한 홍콩에서 드물게 평온한 순간을 맞을 수 있다. 사진=크레이그 루이스
<언덕으로 올라가면 혼잡한 홍콩에서 드물게 평온한 순간을 맞을 수 있다. 사진=크레이그 루이스>

이번 칼럼에 동행할 사진을 고를 때 도시로서의 홍콩을 특징짓거나 수년 간의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장기 거주자이자 풍경 사진작가로서 나의 상상력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홍콩은 여전히 쉼없이 변화하고 있다. 격렬한 뇌우가 격노한 후에 태양이 빠르게 다시 떠오른다. 사진=크레이그 루이스
<홍콩은 여전히 쉼없이 변화하고 있다. 격렬한 뇌우가 격노한 후에 태양이 빠르게 다시 떠오른다. 사진=크레이그 루이스>

장소나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을 때 가까이 다가가고 함께 관여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영혼을 읽으려면 속도를 늦추고 뒤로 조금 물러서 봐야 한다. 더 깊은 통찰에 필요한 공간과 시간, 시각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거리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홍콩은 빅토리아 항구를 비추는 화려한 불꽃놀이로 새해를 맞이한다. 사진=크레이그 루이스
<홍콩은 빅토리아 항구를 비추는 화려한 불꽃놀이로 새해를 맞이한다. 사진=크레이그 루이스>

크레이그 루이스 craig@newlightdreams.com 사진 작가이자 산악인인 크레이그 루이스(Craig Lewis)는 우리를 둘러싼 풍경과 자연 현상의 연약한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색과 빛으로 포착하고 있다. 특히 상호 작용에 중점을 두고 때로는 전통과 현대 사이의 긴장감을 집중 조명한다. 톰슨 로이터(Tomson Reuters)와 다우존스 뉴스와이어(Dow Jones Newswires)의 기자로 일했으며 히말라야 주민들과 문화, 불교적 전통에서 특별한 영감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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