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와 크리스티안은 서로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영화 '하트스톤' 스틸 = 레인보우팩토리 제공)
토르와 크리스티안은 서로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영화 '하트스톤' 스틸 = 레인보우팩토리 제공)

“게이라는 것이 부끄러운 건 아니야” (영화 ‘하트스톤’ 속 대사)

2016년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퀴어사자상 수상을 비롯해 전 세계 영화제 35관왕 21개 부문후보에 오르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영화 ‘하트스톤’(감독 구두문두르 아르나르 구드문드손)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0대 소년 토르(발더 아이나르손 분)와 크리스티안(블라에 힌릭손 분)은 아이슬란드의 한 바닷가 마을에 사는 친한 친구 사이다. 여느 10대 청소년들처럼 장난기 가득한 두 소년은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며 돈독한 우정을 쌓아간다.

2차 성징이 시작되면서 성적 호기심도 증가한 둘은 같은 10대 소녀 한나(카틀라 냘스도티르 분)와 베스(딜야 발스도티르 분)와 어울리며 가까워진다. 하지만, 두 소년은 여자에게서는 느끼지 못하는 묘한 감정을 서로를 통해 알게 되고, 성 정체성에 관한 딜레마에 빠진다.

영화 '하트스톤' 포스터 (레인보우팩토리 제공)
영화 '하트스톤' 포스터 (레인보우팩토리 제공)

영화 ‘하트스톤’은 10대 소년들의 성적 정체성과 성장기 청소년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뤘다.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다소 낯설고 공감이 쉽지 않은 내용이다. 극중 주인공들이 묘사하는 장면들도 미성년자임을 감안하면 수위가 꽤 높은 편이라 보는데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의 정서와 사회적 분위기와는 큰 거리감이 느껴진다. 북유럽 10대들의 일반적인 모습을 대변하는 건 아닐 수 있지만, 21세기 글로벌 시대에도 여전히 국가 간의 사회적 통념 차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토르 역의 발더 아이나르손과 크리스티안 역의 블라에 힌릭손은 둘 다 신인 배우이다. 이번이 첫 번째 영화였음에도 신인답지 않은 연기를 펼쳐 제16회 마라케시국제영화제에서 남자연기상을 공동수상했다. 전 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미래가 촉망되는 배우들이란 평이다.

연출을 맡은 구드문드손 감독은 현재 아이슬란드의 영화계를 대표하는 신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구드문드손 감독은 “내가 어렸을 때, 나는 어른들에게 우리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서 “언젠가는 아이들의 현실이 필연적으로 어른들의 시계와 합쳐질 것이다”고 덧붙여, 누구나 겪는 유년시절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는 스토리 무비라는 점을 강조했다.

감독의 의도가 과연 국내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될지는 미지수다. 풋풋한 신선함으로 무장한 희망찬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 다소간의 이질감이 느껴지는 정서적 갭과 130여 분에 달하는 긴 상영시간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올바른 성 정체성’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지 않다. 법으로 만들거나 규정할 수도 없다. 혼란스러운 10대 질풍노도의 시기에 여러 감정들이 혼재된 상태에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누구나 10대 시절을 겪고 성인이 된다. 그 시절의 생각과 감정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단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영화 ‘하트스톤’ 12세 관람가. 4월 25일 국내 개봉

넥스트데일리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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