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머니의 형태도 바뀌었다. 지폐나 동전형태의 머니가 플라스틱의 신용카드로 변했고, 신용카드를 스마트폰 안에 넣어 사용하더니 이제는 신용카드도 아닌 QR코드가 머니가 되었다. QR코드는 정사각형 안에 정보를 넣은 바코드이다. QR(Quick Response)코드라는 이름으로 숫자는 7,089자 문자는 4,296자를 넣을 수 있는 바코드로 스캔 한 번에 이만큼의 정보가 읽혀지는 것이다. 이는 20자 남짓 정보를 가진 우리가 제품을 구매하면서 볼 수 있는 길쭉한 막대선의 바코드보다 엄청난 정보를 넣을 수 있어 상품의 쿠폰이나 상품의 상세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기존의 막대 바코드는 전용 바코드 리더기가 필요로 하지만 QR코드는 누구나 직접 만들 수 있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바로 QR코드를 읽을 수 있어 급격한 확산이 이루어졌다. 가장 가까이는 잡지나 포스터에서 QR코드를 함께 게재하여 이를 보는 누구나 QR코드를 읽어 해당 정보에 다가서게 만든 것을 체험할 수 있다.

동남아에서는 QR코드가 결제수단으로 사용된다. 일반 상점에서 길거리에 있는 노점상까지 상품 옆에 QR코드를 붙여 놓아 구매자가 이를 스캔하면서 물건 값을 지불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1인 1대 이상의 스마트폰이 지갑이 되어 QR코드의 사용이 용이했다. 동남아의 경우 신용의 라인을 구축할 수 없는 사람들이 IT기술과 만난 결제수단의 이용자가 되었다. 국민소득이 높지 않고 상대적으로 금융시스템도 변변치 못한 상태에서 누구나 가지고 있는 모바일시스템이 결제라인을 만들었다. 중국의 경우는 현금과 지폐에서 신용카드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바로 모바일 결제단계로 넘어섰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전자상거래업체의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라는 모바일결제로 14억 중국인들에게 파고들어 급격한 성장을 하였다.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은 중국에 QR페이를 대중화한 주역이다.

14억의 인구가 사용하는 돈의 규모는 엄청나다. 특히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에 모바일결제가 시작되면서 QR코드는 대중들 속에 온전한 자리하기 시작했다. 2018년 중국의 모바일 결제규모는 166조위안(3경원)이다. 사실 중국에서는 까다로운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신용카드의 발급이 쉽지 않다. 게다가 복제의 위험이 높았고 이들 카드를 이용하기 위한 POS비용이나 관리비용 때문에 새로운 모바일 결제시스템이 더 빨리 파고들었다. 자국에서 편리하게 사용한 모바일 결제는 해외에서도 사용하고자 하여 각국의 모바일 결제체계를 확대하게 만들었다. 닐슨의 2018년 중국인 관광객 모바일 지불결제 해외 이용실태 보고서를 보면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사용한 금액의 69%가 모바일 결제로 지급되었다.

중국에서는 거지도 모바일 결제로 적선을 받는 사진이 토픽 감으로 올랐다. 그들은 식당, 시장, 은 물론 자판기, 택시 등에서 현금과 지폐를 사용하는 체계가 외면 받는 수준까지 된 것이다. 지하철에 매표기가 있지만 현금으로 구매하는 사람이 드물다. 아예 매표기 위에 위챗 미니앱으로 탑승 QR코드를 받으라는 광고판까지 설치되어 QR코드의 사용을 부추기고 있다.

시장이 쉽게 받아들인 이유는 쉽고,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주가 POS기나 리더기 등의 별도의 기계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단지 QR코드가 그려진 게시판만 있으면 소비자들이 가게의 QR코드를 스캔하여 지불가격과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계산이 끝나는 시스템이다. 소비자가 어떤 앱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알리페이 앱을 구동하고 위챗페이 앱을 구동하여 가격만 입력하면 결제가 끝나버리니 시장의 진입도 소비자의 진입도 쉬웠다. 단말기를 이용하는 경우는 핸드폰이나 태블릿 PC로 결제대행 앱에 접속하여 결제금액을 입력하고 보이는 QR코드를 소비자의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결제가 완료되는 시스템이다. 사용자나 소비자나 이처럼 간단한 결제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대세를 바꾸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규모의 거대함으로 알려진 중국인 관광객, 요우커들이 국내에 이들 모바일결제를 사용하는 체계를 옮겨 놓고 있다. 제주도나 서울의 명동, 홍대 등의 옷가게나 음식점에서 중국의 모바일결제대행의 티엔디엔 QR코드를 만날 수 있다. 요우커들은 티엔디엔 QR코드를 리드하면서 쇼핑이나 음식 값을 결제한다. 환전의 필요도 없고 결제시 원·위안으로 표시되는 금액을 확인하기만 하면 되니까 편리한 것이다.
중국에서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대세로 시장의 95%를 넘어서고 있으니 이들의 편의를 인접국까지 늘리고자 이에 대한 투자에도 과감하다. 현지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중국기업의 노력이나 투자가능성을 알아채버린 투자자가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 마치 은행들이 국내은행거래를 해외은행에서도 진행할 수 있도록 협업이나 제휴를 맺듯 모바일결제 역시도 자국의 경계를 넘어서 해외에서도 자국의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넓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시작지점이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서울페이 등 각기 커뮤니티를 가진 그룹들이 저마다 모바일 결제수단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신용카드 시장에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중국의 모바일 결제시장이 본격화 된 것이 2012년부터이다. 안타까운 것이 우리나라가 더 먼저 모바일 결제시장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 초반에 국민은행, 우리은행에서 전자결제시장을 노리고 준비를 했지만 전자금융법이나 외환관리법 등 규제와 법의 테두리를 넘지 못해서 연기를 거듭하다 무산되었다. 이후 벤처기업들이 시도를 하였지만 은행권이 포기한 전례가 투자자들을 막아섰고 규제의 테두리를 넘지 못하여 이제야 뒷북을 치게 된 것이다.

이제 머니도 테크닉이다. 디지털금융은 오프라인의 금융체계를 바꿔내기 시작했다. 기술이 도입된 금융은 데이터의 가공으로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는 상품과 서비스로 시장을 바꾸고 만들어낸다. 때문에 서로 다른 기술을 포용하는 플랫폼의 규모가 만드는 효용에 따라 소비자들도 움직여 줄 것이다. 그러나 편한 만큼 높아지는 것이 보안의 위험이다. 인증으로 보안의 벽을 높여도 이를 노리는 해커들의 기술 또한 만만치 않다. 물리적 라인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 전파로 만들어내는 라인이라 하이재킹의 가능성은 항상 상존한다. 취약한 라우터를 점령하고 DNS를 바꿔 가짜 웹사이트로 유인하여 개인정보는 물론 금융정보가 털릴 수 있다.

어떠한 방식을 사용하는 결제구조라도 베이스 구조는 은행권에 틀고 있다. 따라서 보안이 뚫리면 원천금원이 위험하다. 텃밭에 농산물을 팔고자 장에 나선 시골 노인들도 자기가 받고 싶은 금액을 넣은 QR코드를 만들고 이를 리드하여 판매금액을 받는 구조이다. 소비자는 현금을 챙겨야하고 사업주는 거스름돈을 챙겨야 하는 기존 구조는 이제 팽 당했다. 어디나 QR코드로 거래하니 이들 체계를 사용하지 않으면 현지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지 못하여 돈이 있어도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시중의 편리는 새로운 체계를 내놓았고 이는 단순 지불결제에서 투자, 신용평가, 대출 등의 종합금융의 연결로 체계를 잡아갈 것이다. 기술의 조류를 따라가지 못하면 돈도 못 쓰는 세상이 되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