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시기도, 장르도, 국적도. 심지어 포스터의 톤도 비슷한 분위기의 두 영화가 있다. 최근 일주일 차로 개봉한 일본 로맨스·멜로 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과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가 그 주인공들이다.

‘제목이 길다’라는 유사점도 있는 이 두 편의 영화는 일본 특유의 감성이 잘 묻어나는 전형적인 일본 로맨스물이다. 그렇지만, 각각의 영화가 가진 스타일과 분위기는 사뭇 다르기에, 그에 따른 매력과 재미 역시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장르나 소재는 비슷하나 실제 영화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점도 많아, 비교해서 본다면 더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우선, 일주일 먼저 개봉한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설정부터 조금은 비현실적이다. 레스토랑의 40대 점장 콘도(오오이즈미 요 분)와 여고생 직원 아키라(고마츠 나나 분)의 로맨스라는 소재는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설정이다. 심지어, 여고생 아키라가 점장 콘도를 먼저 짝사랑 한다는 내용이 쉽게 공감되지 않는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실사화 시키는 과정에서 현실과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반면,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의 경우는 배경 설정부터가 매우 현실적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경기장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주인공 신지(이케마츠 소스케 분)와 낮에는 간호사로 밤에는 바텐더로 투잡을 하며 도쿄에서의 힘든 생활을 이어나가는 미카(이시바시 시즈카 분)의 사랑과 삶에 관한 이야기다. 화려함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도시, 도쿄에서 20대 젊은이들의 삶은 핑크빛 사랑을 하기에 쉽지 않은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일본 로맨스 영화는 가벼운 순정만화 풍의 비현실적인 로맨스와 어둡고 현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진지한 멜로, 이렇게 두 가지 스타일로 나눌 수 있다. 두 편의 작품은 정확히 양쪽의 스타일에 충실한 작품들이다. 전자가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이라면, 후자가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라 할 수 있겠다.

두 영화 모두, 사회적인 어려움 때문에 사랑을 결실 맺기가 쉽지 않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의 경우, 나이라는 걸림돌이,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는 두 청춘남녀의 현실적인 문제가, 그들의 사랑을 순탄하지 않게 만든다.

또래가 아닌, 아빠 연배의 점장을 좋아하는 여고생 아키라와 그 감정에 마음은 흔들리지만, 자신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콘도의 모습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의 비애가 느껴졌다. 묵묵히 아키라를 떠나보내는 콘도나 친구로 지내자며 휴대폰 메신저를 신청하며 울음을 참는 아키라의 모습에서 단순한 연인간의 사랑을 넘어선 그 이상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에서의 신지와 미카의 사랑은 도와주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기는 작품이었다. 극중 캐릭터들에게 몰입하게 되면서 ‘내가 저 상황이라면?’, ‘사랑한다면 다 이겨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사랑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어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누구에게나 삶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두 영화의 주인공들과 우리들은 모두 그런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서로가 처한 상황이나 나이와 배경이 다를지라도 누군가를 의지하고 사랑하는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삶을 향한 가장 확실한 발판이 아닐까.

때로는 현실에서 벗어나, 꿈같은 사랑을 하고 싶기도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이 두 편의 영화는 사랑을 환상적으로 아름답게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루지 못할 사랑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현실 속의 우리들의 비루한 사랑을 그대로 재현한 느낌이다.

닮은 듯 다른, 다른 듯 닮은 두 편의 영화를 직접 비교해 보면서, 각각의 영화가 지닌 매력을 듬뿍 느껴보길 바란다.

넥스트데일리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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