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타인에 대한 미움이 고개를 들 때마다 그를 용서하고 그의 행복을 빌어 주라고 말한다. 좋은 말씀이고 필요한 말씀이다. 하지만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게 그 정도의 관대함과 관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일은 최소한 잘잘못을 따지는 부질없는 짓을 멈추고,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 노력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이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상대방을 미워하는 마음이 줄어들어야 비로소 관계의 진정한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205쪽,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중

대학병원의 정신과 의사가 불의의 사고로 생명을 마쳤다. 자신이 진료해 준 바 있었던 사람에 의해 죽임을 당한 그 소식에 놀랐지만, 지금은 언제 또 그런 일인가 싶게 조용하다. 그가 생전에 남긴 책 한 권이 있다고 해서 그 책을 들여다봤다. 고인이 된 의사가 남긴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속에서 그 역시도 환자를 진료하면서 결코 마음이 편한 날이 없었음을 새삼 느꼈다. 죽고 싶다고 말하는 환자, 그러나 그것의 진짜 의미는 ‘나 좀 살려달라’는 외침이다. 의사로서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환자들을 마주할 때 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복잡한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제대로 맺고 끊는 일이 쉽지 않다. 얽힌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일은 때로는 숨 막히는 일이다. 어떤 이에게는 간단한 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그 처지가 되어보지 않는 이상은 어렵다.

우리 주변에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중 서비스나 판매직 사원들의 우울증 발병 비율이 높다는 결과가 최근 나왔다. 고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이 감정노동과 우울증의 관계에 대해서 서비스와 판매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2주 이상 지속하는 우울감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13.9%에 달했다고 한다. 10명 중 한 명 이상이 우울감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조사대상을 좀 더 확대해서 보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물질 풍요가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가운데 빈곤한 마음에는 병이 쌓이지만,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다른 곳에 화를 내고 산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의 저자 고 임세원 교수도 우울증을 앓았다. 본인이 우울증을 겪었기에 환자의 고통이 어떤지를 이해하고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서려고 애썼다. 유족들은 이번 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태도가 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생전에 환자를 대하는 고 임세원 교수의 태도도 그러하거니와 유족이 고인을 떠나보내는 마음이 다르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갖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나의 길을 방해하고 훼방을 놓은 사람을 용서하고 그를 똑바로 바로 볼 수 있을까. 나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책에서 그는 상대를 향한 미움은 결국 우리 자신 향한다는 말을 인용한다. 그 미움이 계속 우리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용서까지는 어렵더라도 그 미움을 줄여보자고 책에 썼다.

내가 원하는 일이 누군가에 의해 막힐 때 마음이 좋지 않다. 마치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그가 올라앉은 것 같아 왠지 모르게 미움의 대상으로 삼는다. 상대 역시 자기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오르고 노력을 했을 텐데도 말이다. 우리 각자 원하는 목표 지점에 좀 늦거나 좀 빠르게 갈 뿐이니 미움으로 마음을 채울 일이 없다.

미워하는 마음을 줄이는 것은 상대를 위한 게 아니라 결국 나의 행복을 위한 길이다. 상대를 향한 미움은 나에게로 다시 돌아온다. 그 미움이 우리의 길을 막고, 고통 속으로 밀어 넣는다.

미움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그 미움을 삭제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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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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