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구는 키워드를 꼽자면 '암호화폐'를 빼놓을 수 없다. 문제는 블록체인 부수 산물인 암호화폐는 투기 대상으로 다뤄졌을 뿐 블록체인 자체 기술 이야기는 정작 없었다는 것. 다행히 해가 바뀌고 투기 열풍은 꺾였다. 블록체인은 단점을 보완해 진화하고 있다.

김태우 넥스트데일리 기자 tk@nextdaily.co.kr

◇1세대 블록체인

블록체인 시작인 비트코인은 2009년 처음 발행됐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등장한 지도 어느 덧 10년가량 된 셈이다. 1998년 웨이따이가 사이버펑크 메일링 리스트에 올린 암호통화(cryptocurrency) 구상을 처음으로 구현한 것으로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을 쓰는 프로그래머가 2008년 10월 개발해, 2009년 1월 프로그램 소스를 배포했다.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지는 암호화폐는 통화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중앙장치가 없고,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기관 개입 없이 개인 거래가 이뤄진다. 거래 신뢰성은 어떻게 확보할까. 블록체인은 분산 컴퓨팅 기술 기반 데이터 위변조 방지 기술로 지속해서 변경되는 데이터를 모든 참여 노드에 기록해 임의 조작을 할 수 없도록 고안됐다. 누구나 변경 결과를 열람할 수 있지만 누구도 임의로 수정할 수 없다.

 

 

요즘 만들어지는 블록체인은 여러 기능을 품고 있지만 비트코인은 결제나 거래 관련 시스템, 즉 화폐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흥미로운 건 정부가 원하면 더 찍어낼 수 있는 기존 화폐와 달리 최대 발행량이 정해져 있다는 것. 총 발행량은 2100만 비트코인이며 2017년 6월 기준으로 대략 1650만 비트코인이 발행됐다. 비트코인이 모두 발행된다고 해도 2100만은 세계 통화로 쓰이기엔 턱없이 부족한 개수다. 다만 소수점 아래 8자리짜리까지 나눌 수 있게 설계돼 있다.

◇2세대 블록체인

이더리움 등장은 차세대 블록체인이라는 단어가 오르내리는 계기가 됐다. 기존 블록체인이 송금에 집중했다면 이더리움은 '스마트 콘트랙트(Smart Contract)'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스마트 콘트랙트는 특정한 조건이 달성되면 이를 블록체인 위에서 하게 해주는 기능이다. 자판기에 돈을 넣으면 음료수가 나오듯 A를 하면 B라는 결과물이 나온다.

재밌는 건 해당 기능으로 많은 블록체인 회사가 암호화폐 발행(ICO)을 했다는 점이다. 이더리움을 송금하면 이더리움 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토큰을 수령할 수 있게 했다. 토큰 발행을 활용한 파이낸싱 기법은 한 달에도 수백 개 프로젝트가 ICO를 할 수 있으며 이더리움 기반 탈중앙 애플리케이션(Decentalized Application, 디앱)도 덩달아 증가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이더리움 네트워크 데이터 거래량 또한 늘어나게 된다.

 

 

작년 이더리움 기반 게임 '크립토 키티'로 인해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마비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크립토 키티로 수많은 트랜잭션이 발생했는데 네트워크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네트워크가 마비된 것. 과부하로 전송 속도가 느려졌고 수수료를 높여서라도 자신 거래를 빨리 보내려고 하는 경향이 생기게 됐다. 블록체인에서 약점이라고 언급되는 속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3세대 블록체인

이더리움 이후 스마트 콘트랙트는 블록체인 필수 기능이 됐지만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속도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수많은 이가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려면 빠른 처리 속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비자카드를 운용하는 비자넷은 최대 5만6000TPS(transation per second), 평균 1667TPS인데 비해 비트코인은 최대 4TPS, 이더리움은 최대 20TPS 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빠르다고 하는 리플이 최대 1500TPS다. 그러다 보니 최근 개발되고 있는 블록체인은 빠른 처리 속도를 내세우고 있다.

메인 넷을 구축한 블록체인 중에서는 이오스가 대표주자다. 이오스는 여러모로 독특한 블록체인인데, 블록 생산을 투표로 뽑은 대표 몇몇에게 맡기는 형태를 취한다. DPOS(Delegated Proof of Stake) 시스템이라고 부르는데, 쉽게 설명하면 대의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POW나 POS는 누구나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지만 DPOS는 대표로 선출되지 않으면 참여할 수 없다.

 

 

이오스에서는 21개 노드를 선출한다. 즉 21개 노드가 블록을 생성하기에 빠른 속도가 나올 수 있다. 메인 넷 이후 기록된 최고 TPS는 3996(2018년 9월 기준)으로 기존 블록체인과 비교하면 월등히 빠르다. 이오스 목표 속도는 100만TPS다. 다만 21개의 적은 노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탈중앙화 가치를 많이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전통 빅데이터 처리 방법인 '샤딩(Sharding)' 기술로 속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블록체인도 있다. 샤딩은 전체 네트워크를 여러 개 소규모 네트워크로 분할해 병렬 처리로 속도를 끌어 올리는 방법을 말한다. 가령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1만개 거래를 처리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5개 샤드 네트워크에서 2000개씩 처리하면 처리 속도는 5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처리량이 많아도 샤드 네트워크 수를 늘려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병렬로 처리하는 기술이어서 데이터 분할이 이루어지는데, 블록체인 사용자 계정이나 암호화폐 잔액과 같은 중요한 데이터가 분할로 유실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중앙화된 운영 주체가 없는 블록체인이기에 샤드 간 거래 오류와 복구 등 상호 운용성 접근에 대한 이슈가 생긴다.

 

 

샤딩 기술을 접목해 속도 향상을 꾀하는 블록체인으론 앞서 언급한 이더리움이 있다. 2014년부터 연구를 시작했고, Phase 1에서부터 Phase 6까지 단계별 로드맵을 구상해 놓았다. Phase 1인 'Basic Sharding without EVM'에 대한 연구가 마무리됐다. 비탈릭이 구상하던 PoW와 PoS 공존 모델인 FFG 캐스퍼 모델은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대신 합의 알고리즘을 변경하는 PoS 모델과 샤딩의 모델이 함께 연구되는 Shasper v2.1(2018년 8월 22일 기준)이 개발 중이다.

2018년 4분기에 메인넷 서비스 예정인 쿼크체인도 샤딩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블록체인이다. 쿼크체인은 지난 7월 테스트넷을 통해 1만TPS 이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때 사용된 노드 수는 6450개로 세계에 분산돼 있다. 쿼크체인 또한 100만TPS가 목표다. 네트워크는 루트 체인과 소규모 트랜잭션을 분산 처리할 수 있는 샤딩 레이어로 나뉘는 형태다. 샤딩 레이어에 있는 각 샤드가 독립적으로 네트워크에 요구되는 거래를 처리하게 되고, 각 샤드별 트랜젝션 결과는 주기적으로 루트 체인에 기록된다.

아직 블록체인이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이지만 속도 문제를 해결한 블록체인이 하나둘씩 나오는 상황이다. 대규모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확장성 문제 해결로 인해 블록체인은 대중화 길에 들어설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속도라면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대중 서비스를 멀지 않은 시기에 만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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