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위는 언제까지 갈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에어컨 전원을 곧 뺄 날이 오면 이 여름의 색다른 흔적을 한국전력공사의 친절한 전기세 고지서에서 만날 것이다. 직장인들이 이토록 사무실을 그리워하는 때가 또 있을까 싶다. 출근하는 시간을 기다린다는 소리가 들린다.

연일 40도를 넘나드는 여름의 가운데 사무실 에어컨은 ‘더블 콤비’, 더위와 함께 공존하는 업무 스트레스를 이기는 좋은 도구다. 인간 편리를 위한 이 문명의 장치가 오히려 지구의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이 여름을 슬기롭게 잘 버텨야 한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맞서 이겨 내려하지 않고 피하는 게 우선인 삶은 수동적인 삶이다. 문제의 답을 찾으려 애쓰지 않고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그건 내 인생을 사는 게 아니다. 몸은 비록 내 것일지라도 타인의 삶을 대행하는 것일 뿐이다.

출판사 단행본 에디터로 100여 권이 넘는 책을 만든 이영미의 <마녀 체력>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녀는 마흔의 나이에 운동을 시작해서 오십을 튼튼하게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고혈압과 스트레스, 자신의 몸에 찾아온 병을 마주한 순간에 결심했다. 물러나지 않겠다고.

운동과는 관계없는 삶을 살아온 저질 체력의 그녀가 철인 3종 경기까지 참가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운동으로 삶의 변화는 물론 생각의 변화까지 갖게 해주었다는 ‘마녀 체력’ 이영미는 이 책에서 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유쾌하게 풀고 있다.

그녀의 요지는 일상의 근심과 스트레스는 몸이 견뎌내질 못하기 때문이니 직장생활의 활력을 위해 몸의 근력이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 이영미는 어려운 도전을 회피하지 않고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몸에서 찾았다. 인간의 몸이 문제도 주고 답도 갖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힘들어서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사표를 던지는 것은 언제든 취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해결 방법이다. 내던지기는 쉬워도, 다시 일을 시작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니 정말 멈춰 서는 것 외에 방법이 없을 때까지는 참고 올라가는 것이 낫다. 최대한 안장에서 내려오지 말고, 해볼 수 있을 만큼 페달을 돌리다 보면 의외로 평지 구간이 나오기도 한다. 마지막 히든카드는 정말 마지막에나 써야 한다."-이영미의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마녀 체력> 117쪽 중

인생을 자전거 타는 것과 비교한 그녀의 이야기에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체력이 국력’이라든가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명언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녀는 자전거를 타고 마라톤을 했다. 그녀가 운동에 집중하는 동안 얻은 것이 있다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안장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 그녀에게 버티는 일은 곧 이기는 일이다.

운동 이야기 가운데 일을 하는 요령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을 정리해보면 다섯 가지 정도.

1. 처음부터 목표를 높이 잡지 말라.
2.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해라.
3. 올라가는 길이 있으면 내려오는 길이 있다.
4. 할 수 있을 때까지 버텨라.
5. 동료 혹은 타인과 연대의 끈을 챙겨라.

마녀 체력의 이영미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고 정주영 회장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임자, 해봤어?”

아무리 좋은 사업 계획도 결국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고 정주영 회장은 평소 ‘안 된다거나’, ‘포기하겠다’는 말을 제일 싫어했다고 한다.

요즘 출간되는 에세이의 제목들 중에는 너무 애쓰며 살지 말라고 하는 것도 있다. 소심하게 살아도 괜찮다고 한다. 게으른 삶을 살자고 말한다. 다 좋다. 삶의 방식이 모두 같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러나 해보지도 않고 지레 물러나는 삶은 지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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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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