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첫 번째 목표가 종자돈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약정 기간만료 마다 올라가는 전세 값에 진절머리가 난 세입자들의 마음이 다 그럴 것이다. 집 주인이 요구하는 금액을 올려주려고 대출을 받느니 차라리 대출을 끼고 집을 구입하면 속 편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무리수를 두고 집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내 집 하나가 쉽지가 않다. 훌쩍 올라버린 주택 값이 몇 천만원도 아니고 억대에 이르다 보니 샐러리맨들이 혼자 벌어 집을 산다는 것은 보통 결심으로 되지 않는다. 편하자고 사는 집인데 현실은 반듯한 내 집을 갖고도 다달이 내야 하는 대출이자에 나날이 떨어지는 집 값으로 발을 뻗고 잠을 자지 못한다. 뉴스에서처럼 하루아침에 몇 천 만원이 오르는 시대는 분명 지나갔다. 이제야 호황의 끄트머리에 집을 대출로 이고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더욱 가슴이 저린다. 있는 자산을 올인 한 것은 물론이요 대출의 한계까지 넘어서서 겨우 장만한 집인데 집을 구입한 이후 집값이 내리막을 달리기 시작했기에 속이 타들어간다. 특히 집값이 조금 오르면 힘겨운 대출이자 때문에 집을 팔고 갈아타려는 계산으로 무리수를 둔 사람들의 마음고생이 더 심하다.

이렇게 집을 사기 위해 고생을 하고 대부분의 중산계층은 집 한 채를 소유한 것이 재산의 전부가 된다. 현금자산은 물론 부채까지 끌어다 집을 구입했기에 금융자산을 별도로 가지고 있지 못하고 집 한 채를 유지하는 것이 전부인 셈이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 조사 결과를 보면 전세 자금을 제외한 실제의 금융자산은 전체 자산의 19.2%였다. 결국 실물자산 80.8%가 현재 살고 있는 집과 그에 달려있는 빚이라는 결론이다. 부채 자산이 전체 자산의 18.2% 수준이라 이고 있는 빚과 현재 자산이 똔똔으로 빚을 갚으면 금융자산이 남아있지 못하게 된다.

빠르게 재테크로 수입을 늘려보고자 하는 30대 이후 직장인들은 담보대출로 부동산에 집중 투자를 벌이고 하루빨리 부동산 가격의 급등으로 대출이자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자 한다. 매달 이자를 갚기가 버겁지만 집을 가지고 있는 것은 대박의 꿈을 놓지 못하는 이유이다. 일명 하우스 푸어라는 말은 이 때문에 생긴 말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이 다른 물가를 뛰어 넘는 현상이 비일비재 하자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횡횡할 만큼 부동산의 소유는 연예인 다음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의 꿈이 되어 버렸다.

그러면 과연 집의 소유는 전체 라이프 사이클로 보았을 때 이득일까? 우리 환경에서 비교적 적중률이 좋은 아파트나 빌딩의 재테크는 그동안에는 어느 정도 재미도 있어 인정을 받았다. 수십 년 허리띠를 졸라 매고 적금을 부어 늘리는 돈보다 시기적절한 부동산의 구입과 판매는 단번에 수십 년의 적금액을 넘어서는 돈을 단번에 벌어들일 수 있었다. 특별한 노력과 기술이 없이 단지 부동산을 샀다가 판 것뿐인데 아니 살던 주택을 팔았을 뿐인데 이렇게 큰 재미를 안겨준 부동산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금리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압박하는 정책 속에서 과거처럼 큰 재미를 가져오는 투기 수준의 부동산 재테크는 이제 만나기 어렵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경제 활성화를 이루고자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여 거래 활성화를 통해 경제를 돌렸다. 덕분에 한껏 부풀어 오른 우리의 부동산 시장은 터질 일만 남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너도 나도 투기로 한몫 잡으러 뛰어드는 바람에 거품이 한껏 부풀어 올랐고 무엇보다 가계 부채가 엄청나게 늘었다. 사회 양극화를 만드는 근원이자 불로소득의 극단을 가져오는 부동산 투기에 사회가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가계나 기업들이 생산의 땀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부동정책 완급에 따라 투기의 완급을 조정하며 마지막까지 한방을 노리며 부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점차 오르막을 예약하는 금리의 인상이 순차적 방아쇠가 되어 우리 경제의 뇌관을 위협하게 된다. 때문에 경기가 바닥을 치고 경제가 움직이지 않아도 부동산 시장을 규제하는 것이다.

정책이 시장을 제어하는데 국민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패턴만 고수하며 새로운 체제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이 시점에서 부동산 투기는 라이프 사이클의 악재일까? 적정한 투자로 편의를 가져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래 예상 가능한 편의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작정 기다리기에는 인생은 짧다. 현재의 행복과 감정의 만족도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욜로 시대에 이러한 부동산의 존재는 가치로 다가서지 못한다.

집으로 시작해서 집으로 끝나는 재테크! 이것이 남은 노년 인생의 경제력이 된다. 집을 살 때 집을 담보로 집의 구입자금을 빌려주는 모기지론과 반대로 집을 가진 사람들에게 집을 담보로 알정금액을 연금식으로 지급하는 역모기지론(Reverse Mortgage Loan)으로 매월 생활비를 받아 남은 생을 버티게 된다. 이제 주택은 돈을 불리는 재테크 수단일 뿐만 아니라 노후 소득 창출의 수단이다. 자녀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이 아닌 늘어난 수명만큼 부족한 경제력을 채우는 인생 최후의 보루가 되어 버렸다. 자신보다 입지가 나은 경쟁력을 가진 자녀를 만들기 위해 자녀들에게 최대의 지원을 아끼지 않은 기성세대가 겨우 챙길 수 있는 재원이다.

라이프사이클이 최대치를 달리고 쇠약해진 심신은 건강했을 때 보다 더 많은 관심과 케어를 요구한다. 그러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자녀에게 올인한 부모들은 막상 자신들에게 사용할 재원이 없다. 100세 시대를 맞아 과거에 비해 기대수명이 상당히 늘어났다. 그러나 풍요 속에 빈곤이랄까 집 한 채만 덩그러니 있는 노년에겐 늘어난 삶이 축복이 되지 못한다. 결국 젊은 시절 허리띠 졸라매고 장만한 집 한 채가 이들의 남은 삶을 케어하게 된다.

집이 있어 사망할 때 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역모기지 상품의 구력이 10년이 되었다. 그런데 이 상품의 누적이용자는 고작 4만 명 정도로 대중화 되지 못하였다. 2015년 65세 이상의 노인 빈곤률이 45.7%로 OECD국가 평균치의 3.6배나 높은 것이 현실이다. 잔인한 현실은 노인 자살률 역시 OECD국가 평균보다 2.5배 높게 만들었다.

과거 몇 대가 한집에 살며 자연스레 세대가 교체되듯 자녀가 노후보험인 시대가 지났다. 젊은이들은 모기지론으로 주택의 대출금을 상환하며 자산을 늘리고 노령자들은 역모기지론으로 매월 약정금액을 소비하면서 주택의 순자산 가치를 깎아낸다. 시대와 세대에 따라 가치는 달라지지만 집은 자산임에 틀림없다. 정부가 과도한 열기로 부동산 거품을 제거하려 들지만 이러한 인식이 쉽사리 꺼지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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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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