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출시 당시 동원참치 제품. 사진=동원그룹 제공
1981년 출시 당시 동원참치 제품. 사진=동원그룹 제공

-1957년 6월 27일 (국내 최초 원양어선 지남호 인도양 출항)

-1982년 11월 (국내 최초 참치캔 동원참치 출시)

-60억캔 (1982년 이후 2018년 4월 말까지 동원참치 누적 판매수)

-118개, 12바퀴 반(동원참치 1982년 출시 이후 국민 1인당 소비량과 지구 둘레 환산)

-2억캔, 4500억원(동원참치 연간 판매량과 연간 매출량)

동원참치 출시 기사. 1982년 12월 27일자 매일경제.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동원참치 출시 기사. 1982년 12월 27일자 매일경제.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식생활 혁명을 일으킨 제품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통조림'은 농수축산물을 가열·살균해 금속제 깡통에 넣어 밀봉하는 과정을 거쳐 장기간 보관할 수 있도록 한 식품가공품을 말한다.

통조림은 병조림으로부터 시작됐다. 정확한 연도를 알 수 없지만 1804~1810년 사이 프랑스 제과업자였던 이콜라스 아페르가 처음 병조림 가공법을 고안했다고 알려졌다. 이 기술로 아페르는 나폴레옹 전쟁(1792~1815년) 때 프랑스 승리에 기여했으며 개인적으로도 거액(1만2000프랑) 상금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후 1810년(또는 1820년) 영국 피터 듀란드가 음식을 가열해서 넣어도 깨지지 않는 주석 깡통에 밀봉하는 방법을 개발해 지금 통조림 역사를 만들었다.

동조림 살 때 주의할 점을 알린 1928년 5월 23일자 동아일보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동조림 살 때 주의할 점을 알린 1928년 5월 23일자 동아일보 기사.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통조림을 생산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1901년에서 1905년 사이 원산 앞바다에서 어획한 '털게'로 통조림을 제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28년 5월 23일자 동아일보에는 당시 일반 가정에서도 통조림 제품을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통조림 제품을 구입할 때 주의사항에 대한 기사가 게재되기도 했다. 이처럼 오랜 역사의 각종 통조림 제품이 제조·유통되고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통조림은 수산물 통조림이며, 단연 그 중심에 참치 통조림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펴낸 '2016년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을 보면 생산액 기준으로 참치 통조림은 전체 농축수산물 가공 통조림 가운데 50% 가까이 차지, 1위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다. 잼과 젤리 통조림, 골뱅이 통조림, 과실 통조림 등이 뒤를 잇는다.

참치 통조림이 통조림 전체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부분은 또 있다. 통계청 '2016 광업제조업 조사 통계'를 보면 참치통조림 총 생산액은 5007억6000만원, 출하액은 5011억2200만으로 다른 농축산물을 가공한 통조림류 제품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업 어선 '지남호'의 귀항 기사. 1957년 10월 16일 경향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업 어선 '지남호'의 귀항 기사. 1957년 10월 16일 경향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국민 식재료가 된 참치 통조림을 말하기 전에 또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우리나라 원양어업 역사다. 원양어업은 1951년 4월 심상준씨에 의해 설립된 제동산업이 미국 수산시험장에서 원양종합어선으로 만든 250톤급 지남호(指南號)를 1957년 6월 27일 인도양으로 출항시키면서 시작됐다. 당시 항해사가 현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이다.

지남호는 3개월 동안 인도양 니코발 근해에서 조업해 10톤가량 참치를 잡아 이중 5톤을 미 밴캠프에 1000달러에 판매했다.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에 참치를 수출하는 쾌거였다. 이후 원조를 받아 일본으로부터 지남1, 2, 3, 5호를 추가로 구입했고 제5지남호 선장이던 김재철 현 동원그룹 회장이 고려원양 상무를 거쳐 1969년 일본에서 빌린 참치 연승선 1척을 기반으로 동원산업을 설립하게 된다.

물론 당시 시대 요청이 동원산업 등 국내 원양어업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6·25전쟁 영향으로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원양어업은 외화벌이 효자 업종으로 각광을 받았기 때문에 국가 차원 지원이 뒤따른 것이다.

동원참치 최초 신문광고. 1983년 7월 27일자 경향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동원참치 최초 신문광고. 1983년 7월 27일자 경향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국내 참치캔 대명사가 된 '동원참치'는 1982년 11월 출시됐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참치캔은 국민소득 2000달러 이하인 나라에서는 팔리지 않는 선진국 식품으로만 여겨졌다. 1981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1200~1300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김재철 회장은 곧 국민소득 2000달러 시대가 되면 참치캔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다. 우리나라 한식 식문화에 어울릴 수 있도록 유지가 들어간 살코기 참치캔 개발에 나섰고 1982년 11월 면실유를 함유한 국내 최초 참치캔 '동원참치'를 선보였다.

동원참치 출기 초기 제품 생산 모습. 사진=동원그룹 제공
동원참치 출기 초기 제품 생산 모습. 사진=동원그룹 제공

판매가 처음부터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동원산업으로서는 당시 국내 소비자에게 생소한 참치캔을 알리는 것이 중요했다. 이 무렵 통조림 시장에서 알려진 제품이라고는 햄 통조림, 꽁치 통조림이 전부였다.

동원산업은 소비자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종합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한편 참치캔을 알리는 광고도 시작했다. 제품 출시 초기 소비자 인식이 향후 마케팅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우선 참치가 고급 어류인 점에 착안, 참치캔을 '고급식품' '선진국형 식품'임을 강조했다. 주 공략 대상으로는 중·상류층을 잡았다. 당시에는 국민소득 대비 참치 원어 가격이 매우 높았고 참치캔 역시 한 캔에 1000원으로 책정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참치 어획 장면. 사진=동원그룹 제공
참치 어획 장면. 사진=동원그룹 제공

제품의 뚜렷한 차별화에 초점을 맞춘 동원은 소비자에게 고급식품 인식을 확고히 심어 주기 위해 광고 표현에서 헬리콥터와 참치선망선까지 등장시켜 관심을 이끌어 냈다. 해당 제품 광고 이전 초기 브랜드 이름은 '동원참치'였다.

한국인 식습관이 닭고기보다는 쇠고기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참치 이미지를 좀 더 고급스럽게 쇠고기화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 '살코기'를 붙여 '동원참치 살코기캔'으로 이름을 바꿨다. 포장도 기존 통조림 제품과 차이를 두기 위해 거대한 참치가 바닷물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디자인을 채택했으며 해당 이미지는 TV 광고에도 본격 활용됐다.

1984년 봄, 진해 벚꽃놀이 현장에서 열린 동원참치캔 시식회 모습. 사진=동원그룹 제공
1984년 봄, 진해 벚꽃놀이 현장에서 열린 동원참치캔 시식회 모습. 사진=동원그룹 제공

이와 함께 동원산업 모든 임직원이 마케팅 현장에 직접 나섰다. 평일에 전국 매장을 돌며 제품 진열 및 1일 판매 사원으로 뛰었으며, 일요일이나 공휴일엔 유원지나 기차역 주변, 등산로 입구, 야구장 등에서 행락객을 중심으로 동원참치를 넣어 끓인 김치찌개 시식행사 등을 펼치며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참치통조림 수요가 증가하면서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는 1983년 8월 12일자 매일경제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리브러리 캡처
참치통조림 수요가 증가하면서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는 1983년 8월 12일자 매일경제신문. 사진=네이버 뉴스라리브러리 캡처

참치캔을 바라보는 소비자 인식이 개선됐다. 후발업체도 등장해 1983년 6월에는 동아제분이, 7월에는 해태가 유사 제품을 내놨다. 이듬해에는 유진물산과 화남 등이 진입했으며 사조산업은 1988년 8월 참치캔 사업을 시작했다.

1980년대 초반 참치 선물세트 판매 모습. 사진=동원그룹 제공
1980년대 초반 참치 선물세트 판매 모습. 사진=동원그룹 제공

동원산업 측은 1984년 추석명절부터 참치캔 선물세트를 업계 최초로 개발해 판매했다. 당시 고급식품이었던 만큼 선물용으로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그해 추석에만 30만세트 이상이 팔리며 선물세트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이때부터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 명절 선물세트로 없어서는 안 될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동원참치는 한 해 2억캔 이상 판매되며, 2014년에는 업계 최초로 총 누적판매량 50억캔을 돌파했다. 2018년 4월말 기준으로 총 판매량은 약 60억캔에 달한다. 이는 우리 국민(5100만명 기준)이 1인당 117.6개를 섭취한 수치다.

동원참치 60억캔을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약 12바퀴 반(약 50만㎞) 돌 수 있는 거리가 되며, 수직으로 쌓아 올리면 에베레스트 산(8848m)의 약 2만3700배 높이가 되는 양이다.

동원참치는 현재 시장점유율 70%를 유지하고 있으며 단일제품으로 매년 4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 국민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정영일 기자 (wjddud@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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