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을 제시해주는 라이프스타일/Pinterest
균형을 제시해주는 라이프스타일/Pinterest

저성장시대에 접어들면서 상대적인 박탈감과 과도한 경쟁은 피로감을 높인다. 여기에 더해 세대간, 상하간 관계는 피로물질을 몸 안에 차곡차곡 쌓이게 한다. 마치 화학물질이 알게 모르게 내 몸 안에 축적되고 있는 바디버든(Body Burden)처럼 정신적인 피로가 과도한 상태로 만든다.

정신적인 안정이 신체 균형을 이끈다는 것을 잘 알기에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인 ‘휘게(Hygge), 피카(Fika), 라곰(Lagom)’, 프랑스의 오캄(OCKHAM), 미국 포틀랜드 킨포크(Kinfolk), 일본 소확행(小確幸) 등에 우리는 열광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일상에서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라이프스타일임은 분명하며 어떻게 실천을 할지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성북동 북스토어 @Buku
성북동 북스토어 @Buku

머리가 무겁고 몸이 지치면 마치 충전을 하듯 한강 북쪽을 건너간다. 꽤 오랜 시간 여유 없는 일상이 이어져서인지 간만에 찾는 강북은 각별하다. 특히나 좋아하는 곳인 성북동과 북촌을 향하고 있지만 오늘은 특별히 한 곳을 더 들를 생각이다. 오늘 목적지인 동네에 북스토어가 생겼다는 예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흥겹게 달려가면서 성북동, 북촌, 북스토어가 모두 북 자가 들어있다는 유치한 발견도 곁들인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를 떠올리면서 북북북(?)쪽으로 한달음에 목적지에 닿았다. 정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쉽게 그리고 빠르게 다다를 수 있음을 새삼 느낀다.

동네에 서점이 생기면서 머무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동네에 서점이 생기면서 머무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독립서점이면서 동네서점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고 서점이 들어간 동네는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게 되면서 외부 사람들을 넉넉히 받아들이게 된다. 역사의 흔적을 차분히 간직하고 있는 동네지만 지나가기 바쁜 동네였던 성북동에 서점이 들어서면서 머물러 갈 수가 있게 되었다. 머무는 시간에 평소 보지 못했던 장소와 세세한 설치 물들도 눈에 들어오게 된다. 무엇에 이끌리듯이 골목길을 걷게 되고 홀린 듯 한양도성을 둘러싼 성곽으로 향하게 된다. 가는 도중에 근대화 유적지는 물론 좁은 골목과 작은 마을까지 경험하게 된다. 사실 불과 1km도 안 되는 구간에 순간이동 하듯이 시간을 초월한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이쯤 되면 머리에 담아두었던 복잡함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미 잊은 지 오래가 되고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걸음걸음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걷다가 마주한 햇빛 가득한 나무담 옆 화분들
걷다가 마주한 햇빛 가득한 나무담 옆 화분들

사람들에게 운치 있는 휴식을 주었을 브라운 의자
사람들에게 운치 있는 휴식을 주었을 브라운 의자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에서 언급했던 서랍 안에 반듯하게 개어진 속옷이 잔뜩 쌓여있고,갓 구은 따뜻한 빵을 호호 불며 치즈처럼 찢어서 먹는 것처럼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것들이 그 사이에 생겨난 것이다. 햇빛 가득한 나무담 옆에 키우는 화분을 볼 수 있는 것도, 비탈진 골목길 아래로 생활 용수가 흘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여러 사람들에게 운치 있는 휴식을 주었을 브라운 칼라의 의자를 보면서 작은 행복감은 깊어졌다.

궁궐 담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동네, 원서동
궁궐 담을 따라 걸을 수 있는 동네, 원서동

성북동에 이어 들른 북촌은 가회동, 재동, 계동, 원서동, 삼청동, 안국동, 인사동 등으로 구성된 곳인데 내게는 원서동이 단연 각별하게 마음이 가는 곳이다. 궁궐 담을 따라 걸을 수 있는 특별함이 있고 복잡한 북촌 중에서도 한가함을 잃지 않은 곳이며, 아는 사람만이 오는 곳이라 더욱 특별한 곳이다. 단아한 동네면서도 지루할 틈이 없는 것이 마니아적 감성이 돋보이는 샵들이 있다. 가죽 스테이셔너리, 디자인 잡화, 패션잡화점들은 역시 작지만 분명한 행복을 준다.

컬러감이 돋보이는 스테이셔너리샵 @Fibreno
컬러감이 돋보이는 스테이셔너리샵 @Fibreno

마니아적인 감성을 제공하는 원서동 라이프스타일샵 @Mornington
마니아적인 감성을 제공하는 원서동 라이프스타일샵 @Mornington

두 곳에서 길지 않았지만 깊은 산책은 편안함과 안정을 주면 다른 일상을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패션장르중 원마일 웨어(One Mile Wear)는 가정에서 입었던 편안한 복장으로 근처를 다닐 수 있게 한 이지웨어(Easy wear)이다. 간결한 복장이 일상을 더욱 여유 있게 즐기게 해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까운 거리의 깊은 산책, 즉 마이크로 워크(Micro Walk)는 자칫 무너질 수 있는 신체 균형을 채워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 일상에 마이크로 워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비즈니스 컨셉크리에이터/
금융, 유통, 광고 등 다양한 인더스트리를 넘나들며 ‘Boundary Crosser’를 지향하면서도 일관되게 브랜드, 마케팅 스페셜리스트로서 삼성, GS, 한화그룹에서 활동해 왔으며 신규사업, 전략, 브랜딩 등 새로운 관점의 컨셉을 제시하는 컨셉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하고 있다. 틈나는 대로 골목을 걸으면서 세상 관찰을 즐기고 있다.

온라인뉴스팀 (news@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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