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카용병으로 유명한 고르카는 마나슬루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다. 10년 전 보다 더 발전하고 깔끔해진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두르바르 광장
두르바르 광장

관광객이 많지 않아서 좋다. 네팔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다. 길거리에서도 외지인은 거의 보기 어렵다. 대도시지만 붐비지 않는다. 현지 물가에 행복해지는 곳이다.

아침을 먹으려고 식당으로 올라갔다. 토스트 계란 프라이 등 양식으로 준다. 과일하고 밀크 티까지 준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밀크티를 마셨다.

슬리핑백을 빨아 널음
슬리핑백을 빨아 널음

5층 식당 위에 옥상이 있다. 고르카시내가 다 내려보인다. 빨래널기에 딱 좋다. 방으로 가서 빨래들을 죄다 가져와서 말렸다. 햇빛이 좋으니 슬리핑백도 빨고 싶다. 남편의 만류를 뿌리치고 슬리핑백을 물에 담갔다.

어제 가게에서 산 비누를 다 쓴 바람에 다시 가게로 갔다. 영어를 곧잘 하는 주인에게 가루비누를 달라고 하니 두 가지를 보여준다. 하나는 독일제이고 하나는 네팔제인데 독일제가 좋단다. 내가 네팔제도 좋다했더니 그럼 네팔제 사란다. 결국 독일제 샀다. 산에 있는 동안 털보가 된 남편을 위해 면도기도 샀다. 물가가 너무 싸다.

호텔옥상에서 보는 풍경
호텔옥상에서 보는 풍경

옥상으로 가서 본격적으로 빨래를 시작했다. 슬리핑백에서 구정물이 줄줄 나오고 거품이 다 빠질 때까지 밟고 또 밟았다. 빨랫줄에 슬리핑백을 펴서 널고 나니 보람차다.

방으로 가니 남편이 오늘은 뒹굴뒹굴 쉬잔다. 나도 그럴 참이다. 사진도 정리하고 일기도 썼다. 사진이 많아서 하다가 쉬다가 또 했다. 며칠 걸릴 듯싶다.

돈을 찾다
돈을 찾다

간식으로 대충 때우다 결국 길을 나섰다. 고르카 시내에는 은행이 많다. 호텔1층에 있는 은행ATM으로 가서 돈을 찾으려니 안 된다. 공원 쪽 가서야 겨우 찾을 수가 있었다.

잡화점
잡화점

놀망놀망 가게들도 구경하고 약국에도 들러서 근육통에 좋은 아로마도 샀다. 일단 써보고 더 살 일이다. 걷다보니 배가 고프다.

근처 가든 레스토랑에 갔다. 메뉴를 보니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터졌다. 산속물가의 반도 안 된다. 가든 레스토랑이라 분위기도 좋다고 생각한 순간 춥다. 서산으로 해가 넘어가려 한다.

전망 좋은 식당
전망 좋은 식당

빨래생각에 허둥지둥 밥을 먹고 호텔 옥상으로 올라갔다. 빨래하면서 친해진 직원들이 인사를 한다. 영어 공부하겠다며 나만 보면 별별 문장을 연습한다. 내가 35살 정도인 줄 알았단 다. 웬만해야 속고 행복하겠는데 맘에 와 닿지가 않는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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