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S (소비자 가전 쇼)는 사상 최대의 인원인 40만명의 참가등록자 기록을 경신했다. 필자도 그 성지순례의 대열에 참여했다. 영상가전이나 백색가전, 아니면 음향가전과 같은 전통적인 삶의 편리함을 주는 가전제품 이상의 ‘무엇’이 있으므로 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올해의 주제는 ‘스마트 시티’. 이미 독자 여러분들이 버스정보시스템(BIS), 미세먼지 농도알림같은 편리한 도시의 삶을 도와주는 여러가지를 요긴하게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도시의 삶은 모든 것이 가깝게 존재하여 손쉽게 여러가지를 맛보며 살아나가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너무 복잡하고 충돌이 빈번하다. 즉, 모여 사는 도시의 좋은 점을 촉진시키고 나쁜 점을 극복해보자!는 것이 ‘스마트 시티’이다.

10여년 전 인천도시축제 시절의 유비쿼터스 시티에 비해 2018년의 극적인 차이점은 몇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 클라우드 시스템의 보편화로 실시간의 정보가 순식간에 모여 처리하여 다시 나눠줄 수 있다. ▲ 단말 시스템이 말도 못하게 싸고 많아지고 쓸만하다. ▲ 가전이라는 말 그대로, 전기를 담아두는 배터리 에너지 고농도화나 제어기술이 매우 발전했다. 그 결과 스마트 시티는 시민들에게 더 큰 임팩트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사물에서 시스템으로 가치이행’

구글이나 넷플릭스 혹은 네이버 같은 훌륭한 IT서비스 회사들의 무차별 무료 서비스로 인해 시민의 삶은 매우 편리하게 변모했다. 이러한 ‘지식’기반 서비스를 등에 업고 현실세계와의 접목을 차례차례 시도해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O2O서비스 회사들이 등장했다. 앞서 언급한 1~3의 기술개발이 차례로 진행됨에 따라 우버, 카카오택시, 배달의 민족과 같은 서비스가 차례대로 선보이며 도시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데 기여했다.

CES 2018의 스마트 시티는 더 광범위하고 파괴적인 도시의 삶 변화를 선언했다. 도요타의 e팔레트, 포드의 C-V2X (Cellular-Vehicle-to-Everything)가 도전적인 개념을 선보였다. 자동차라는 물건을 잘 만들어 많이 파는 100년 전 헨리 포드 모델을 뒤로 하고, ‘스마트 자동차의 구글’을 선언하여 누구나 무인자동차를 자신의 삶에 편리하게 사용하고 사업자, 특히 1인기업이나 작은 스타트업들이 편하게 자사의 스마트 자동차 플랫폼을 적은 돈을 내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 구글이 지식세계의 극적 변화를 드라이브 했다면, 자신들은 도시세계의 현실적 모습을 극적으로 바꾸어놓겠다는 야심찬 선언이었다.

포드의 짐 해켓 CEO는 키노트 스피치의 40분 경과 시점에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하바드대학 교수 마이클 샌델을 무대로 불러냈다. 다들 너무도 바쁘고 복잡한 도시에서 시골과 같은 서로에게 관심갖고 서로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 것 같은 공동체적 가치는 시골쥐의 낭만으로 취급되기 마련이었다. 무인자동차와 이를 제어하는 스마트 클라우드 플랫폼은 자동차 운전사가 없는 자율주행의 기능적 측면을 넘어서서 운전사가 아픈지, 지금 배달하는 피자가 얼마나 빨리 배달해야하는지, 신호주기의 적절한 배분을 어떻게 주어야 전체적으로 교통흐름이 좋아지는지 등의 ‘우리’에 대한 관심을 쇠로 만든 기계가 인간에게 쏟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즉 살아있는 스마트 시티의 기능이 사람과 사람을 보다 잘 연결해주고 더 살만한 도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도요타의 e팔레트 역시 자동차는 A점으로부터 B까지 사람과 물건을 수송한다는 종래의 개념을 벗어나서 무인택배, 이동식 호텔, 푸드 트럭과 같은 멀티롤을 아주 저렴한 비용에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개념이다. 귀국길에 번거러운 보안수속과 트렁크 끌고다니기, 위탁수화물 부치기, 비행기 갈아타기 등으로 피곤했는데, 한꺼번에 5개 이상의 생체인식을 통해 본인인증을 하고, 이동식 CT를 통해 짐검사도 가능한 e팔레트가 있다면 집에서 불러서 공항까지 타고가면서 모든 수속이 끝나고 나는 차에서 곧바로 비행기 좌석에 앉을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램프의 요정-지니 불러내듯 불러내면 작동하는 음성인식 비서에서, 이제 구글과 아마존이 기축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음성대화 스피커 플랫폼이 거의 모든 백색가전 제품들이 이용하는 것을 모든 업체가 보여주었다. 이번에 신설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에 이르면, 테니스 라켓의 헤드 스피드, 임팩트 강도, 맞는 각도가 매우 부드럽게 모니터링 된다. 한술 더 떠서 사용자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스포츠 적성이 어느정도나 되는지를 측정해주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주사기가 살아있고, 피검사 키트가 살아있고, 아예 피검사를 건너뛰고 직접 혈중 포도당 농도를 재는 기구까지 전시되었다.

우리는 물건에 관심이 많다. 눈에 보이니까. 정보와 지식은 어디까지나 책, 아니면 정보처리의 기계에 입력되어 처리되서 전기고지서나 수능성적표와 같은 형태로 우리에게 제공된다고 생각한다. 네이버의 검색결과가 구체적인 물건이 아니므로,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라 생각하기 쉽다. 4차산업혁명의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모든 물건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그 물건들이 집단적으로 어떤 가치를 표상하고 있게 되므로, 정보는 매순간 살아있으며 엄연히 실재하는 물건과 세계를 끊임없이 움직이고 조종한다.

지금까지는 물리적 세계와 이를 지도-규율하는 추상적인 법체계가 완전히 구분되어 있고 그때 그때 운전자가 현실에 저촉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 피해가야 하고, 잘못될 경우 법률 전문가들이 등장하여 시시비비를 가려줘야 했다. 스마트 시티의 물건은 그 자체가 살아있는, ‘앎’이 들어있는 물건이므로 이러한 구분은 무의미하고 법률의 적용과 실천이 매순간 쉽게 가능해진다. 즉 지식+윤리학과 같은 추상적 사회 원리를 통해 이들과 분리된 현실세계를 제어하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만들어놨던 수많은 구체제의 시스템이 무용해진다.

이때 우리가 꼭 생각해봐야할 것이 물건의 물리적인 효용-자동차의 무게, 속도, 연비, 안전-과 같은 것이 아니라, 사회를 움직이는 근본적인 가치에 어떻게 이런 살아있는 물건을 적용시킬 것인가의 문제이다. 즉 마이클 샌델의 공동체주의가 포드의 발표장에 나타난 이유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짐 해켓 CEO는 가구회사를 운영하던, 자동차와 무관한 비전문가이다. 운전자가 심장쇼크나 저혈당 쇼크로 정신을 잃을 경우 자동차는 스스로 응급차로 변신하여 최단 응급실까지의 신호등을 열고 미리 병원에 연락하여 의료진을 대기시킬 것이다. 도시의 각박하고 무정한 삶이 ‘스마트 자동차와 플랫폼’에 의해 온정넘치는 공동체로 탈바꿈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건 이상의 물건을 규율할 새로운 시대의 도시 인문학이 필요하다. 포드와 도요타는 어느 회사들보다 방향을 잘 잡아서 제안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스타트업이 탄생하여 유니콘으로 변모해나가는 창업생태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수화 westwins@mtcom.co.kr 서울대학교 서양사학 전공, 서울대 인지과학협동과정에서 석사•박사과정 수료. ㈜LGCNS 시스템 엔지니어,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두뇌 인지활동의 기능적 MRI 연구, 벤처기업에서 논리학습을 위한 기능성 게임, 인공지능 비즈니스모델링 •영어교육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해왔다. 각종 벤처창업학교에서 퍼실리테이터•강사•멘토 역할을 맡아 활동 중이다. 현재 (주)엠티콤에서 인공지능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며,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인문계와 이공계의 융복합적 전공 경험뿐 아니라 수행했던 다양한 직업 경험, 그리고 인간지능에 대한 깊은 이해•관심을 바탕으로, ‘지능산업’의 발전과 육성을 위한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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