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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석의 경영세설(經營世說)] 마케팅과 TV 예능, 그리고 진정성

발행일자 | 2018.02.12 00:00
[황경석의 경영세설(經營世說)] 마케팅과 TV 예능, 그리고 진정성

언제부터인가 TV 화면에 자막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출연자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의 심리가 자막을 통해 표현됨으로써, 시청자들은 더 쉽게 편집자들의 의도대로 메시지를 받아들였다. 이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편집과 자막은 프로그램의 흥행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어떤 장면을 어떤 순서로 편집하고 어떤 자막을 다느냐에 따라 시청자에게 주는 재미와 감동이 크게 달라진다. 그러다 보니 작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져서 프로그램 하나에 여러 명의 작가가 붙어서 작업을 한다. 검색을 해보니 무한도전은 7명, 1박2일은 13명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십여년 전부터 유행하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은 각자 특정한 캐릭터를 형성하고 그 역할을 수행한다. 그들은 공공연히 어떤 캐릭터를 담당한다고 얘기하고 있으며 이는 허구로 기획된 영화나 드라마의 배역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캐릭터는 출연자의 실제 캐릭터와 꼭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출연자간에 중복되거나 누락이 없도록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고 연출된다. TV를 보고 있을 때에는 연출된 의도대로 웃고, 눈물을 흘리고, 감동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 출연자의 실제 생각이나 감정과는 달리 연출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면 공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기에서 우리는 ‘진정성과 감동’이라는 화두를 만나게 된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언제까지 유행할는지는 모르겠으나, 실체가 바탕이 되지 않고 진정성이 결여된 컨텐츠는 연출이 아무리 뛰어나고 세심하게 기획되더라도 그 재미와 감동이 오래 가지 못한다. 리얼리티 예능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실제 모습과는 다른 성격과 행동을 보여주고, 편집자의 의도에 맞춰 장면을 편집하고 자막을 붙이는 한 진정한 리얼리티인 다큐멘터리의 깊고 진한 감동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진정성이 더욱 요구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의 포지셔닝(Positioning)을 예로 들어 보자. 과거의 시장은 소비자(고객)의 욕구에 크게 차이가 없어서, 제품을 표준화하고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주요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고객의 욕구가 다양화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케팅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전략이 마케팅을 지배하는 원리가 되었다. 특히 자원의 부족과 경험의 열세를 면하기 어려운 후발 기업의 입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선점하고 있는 리더 기업들에게 맞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고객층을 세분화하여 공략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포지셔닝은 고객의 인식 속에 자사의 제품이나 브랜드를 위치시키는 것이라고 설명된다. 고객의 욕구와 니즈를 알아내서 남들보다 먼저 최초로 그 특정한 위치를 차지하거나, 경쟁 제품과 차별화함으로써 고객이 인식할 수 있는 차이점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포지셔닝을 할 때, 다양한 마케팅 수단을 동원하여 제품이나 브랜드의 실체와는 다른 위치를 고객의 인식 속에 자리잡도록 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이 생긴다.

[황경석의 경영세설(經營世說)] 마케팅과 TV 예능, 그리고 진정성

필자의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기업이 막대한 자원을 쏟아 부어 고객의 인식 속에서 특정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해도 그 제품의 성능이나 디자인 등이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내용이 결여되어 있다면 이는 성공할 수 없다. 고객의 니즈를 조사하고 경쟁 구도를 분석하여 비어 있는 segment를 찾는데 성공하였고, 예산을 투입하여 기가 막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해낸다고 하여도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실제로 그 내용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가 없다. 설사 경쟁의 부재나 상황적 요인으로 인해 원하는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하더라도 그리 멀지 않은 시간 내에 경쟁사에 의해 기반을 잠식당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요즈음과 같이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여 고객간 정보의 공유가 활발하고 빠른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결국 기업은 고객의 욕구와 니즈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혹은 스티브 잡스와 같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요구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 조건이 성립된 후에야 적절한 마케팅 믹스를 동원하여 원하는 포지셔닝을 이루어 낼 수 있다. 기업의 진정성은 제품과 서비스에서 시작된다고 하겠다.

황경석 kyongshwang@gmail.com LG전자와 LG 디스플레이에서 경영자로 재직하였으며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속도경영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경영전략 및 마케팅 분야의 컨설팅을 주로 하며 IT와 경영을 결합한 여러 저술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연세대학원의 경제학과와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였고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중소기업 및 창업기업에 대한 경영자문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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