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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의 시대공감(時代共感)] 이사 하는 날의 풍경

발행일자 | 2017.09.13 00:00
[한상준의 시대공감(時代共感)] 이사 하는 날의 풍경

이사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집안의 큰 일이고, 삶의 변화이다. 원하던 집으로 이사를 하면 기분이 좋지만,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별수 없이 이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사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은 편이다. 지금은 포장 이사가 보편화 되어서 광고 문구처럼 출근은 옛날 집에서 하고, 퇴근은 새집으로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사는 여전히 휴일에 많이 치뤄지고 여러가지 신경 쓸 일이 많다.

이사의 마지막과 시작
70년대에 이사를 할 때 가장 마지막에 하는 일은 대문 앞에 달린 문패를 떼는 것이고, 이사를 하는 집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대문에 문패를 거는 것이었다. 요즘이야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문패가 사라졌고, 일반 독립 주택에서도 문패를 잘 쓰지 않지만, 독립 주택이 일반적인 주거 형태일 때 문패는 집주인만 할 수 있는 특권이었다. 한지붕 세가족 처럼 여러 가정이 함께 살아도 집주인만 문패를 달수 있었다. 간혹 부부의 이름을 모두 문패에 명시하는 일도 있었지만 흔하지는 않았다.

문패는 나무나 대리석 등의 돌로 만들었다. - 네이버TV 캡쳐
<문패는 나무나 대리석 등의 돌로 만들었다. - 네이버TV 캡쳐>

모든 이사짐이 나갔을 때 집안에서 마지막으로 하는 것은 방과 거실에 있는 전구를 빼는 것이었다. 70년대만 해도 백열 전구를 사용하였고 상당히 고가였다. 이사 나오는 곳의 짐을 모두 뺀 상태가 되면 방방마다 돌아 다니면서 전구를 빼고, 신문지를 구겨서 전구가 깨지지 않도록 포장했다. 이사 들어가는 집도 마찬가지였다. 들어가는 집도 전등만 있을 뿐 전구가 모두 없기 때문에 전구를 끼워서 빛을 밝혀야 이사짐이 들어갈 수 있었다.

80년대에는 백열 전구의 가격이 많이 저렴해지고, 백열등 대신 서클라인 형광등을 사용하면서 이사 할때 전구를 빼어 가지고 가는 일이 사라졌다. 이제 조명기구는 전력 소비가 낮고 수명이 긴 LED가 대세이다. 초기에 전구 형태로 나왔는데, 하나에 2~3만원하는 고가였다. 회사에서 LED 전구를 사용했는데, 회사가 이사 할 때 모두 빼서 이사를 할 때 옛날 백열 전구 생각이 났다.

이제는 전등이 전구 형태가 아닌 전등 자체에 LED 소자가 붙어 있는 방식으로 가고있다. 고장이 나면 전구를 가는 방식이 아닌 전등을 갈아야 한다. LED 소자의 수명은 평균적으로 50,000시간 정도라고 한다. 계속 켜 놓으면 5년 7개월(2,083일)동안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 평균 8시간 정도를 사용한다면, 17년간 쓸 수 있다. LED 소자는 수명이 길지만, 그 외에 전등 회로가 그전에 수명을 다하기 때문에 10년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천장에 다는 LED 전등의 경우 굉장히 얇기 때문에 집을 좀더 넓게 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요즘 전등은 전구가 아닌 LED 소자로 제작 되어서 벽에 거는 액자처럼 두께가 얇다. - 전자신문 제공
<요즘 전등은 전구가 아닌 LED 소자로 제작 되어서 벽에 거는 액자처럼 두께가 얇다. - 전자신문 제공>

이사짐 싸기
포장이사를 이용하면 큰 준비 없이 이사를 할 수 있다. 중요한 서류와 귀금속 등만 별도로 챙기면 나머지 물건은 숙달된 이사업체에서 이삿날 아침에 포장하고 고가사다리와 컨테이너 차량을 이용해 이사를 한다. 이사할 집에 짐을 정리해주고 청소까지 해준다. 냉장고의 음식은 가장 마지막에 포장하고 이사 후 가장 먼저 정리를 해준다. 일부 업체에서는 아이스박스까지 가지고 와서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해준다. 이사가 하루만에 끝나는 것이다.

옛날에는 이사를 준비하려면 몇 주 동안의 준비과정이 필요했다. 수퍼마켓에 가서 라면박스를 얻어와서 방방마도 짐을 포장 했다.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에 곤돌라 사용 요청을 미리 예약해야 했다. 곤돌라를 사용하려면 옥상에서는 곤돌라 기계로 지상에서는 두세명이 줄을 당겨서 조작을 해야 해서 위험했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그래서 곤돌라 이용에 따른 인명 사고도 종종 일어났다. 곤돌라는 15층 정도가 한계이기 때문에 요즘처럼 20층이 넘는 아파트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같은 날 이사 들어오는 집이 많으면 곤돌라 사용으로 인해서 싸움이 나기도 했으며, 일부에서는 신문 구독을 하는 조건으로 곤돌라 사용 우선권을 주기도 했다.

고층 아파트에서 이사할 때 곤돌라를 사용했다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제공
<고층 아파트에서 이사할 때 곤돌라를 사용했다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제공>

이사를 한 후에는 며칠에 걸려서 포장을 뜯고 정리를 했었다. 이사를 할 때마다 자주 안쓰는 물건들을 버리곤했다. 어렸을 때 이사 할때 버렸던 만화책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냉장고의 음식도 거의 없는 상태로 만들어야 했다. 아이스박스도 없었고, 구식 냉장고는 이사 후 바로 연결하면 안되었다. 반나절 이상 둔 후 전원을 연결해야 했다.

집전화 이전
요즘이야 핸드폰을 하나씩 들고 다녀서 사실상 집 전화를 쓰는 일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이사를 하면 전화를 이전해야 하는데, 같은 동네에서 이사를 하면 전화번호가 바뀌지 않았으나, 성동구에서 영등포로 이사를 하는 경우처럼 관할 전화국이 바뀌는 경우 전화번호도 바꿔야 했다. 가능하면 국번을 제외한 뒤에 4자리는 같은 번호나 비슷한 것으로 해주었다.

문제는 이사 후 전화가 개통 될 때까지 한달 정도가 걸렸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기자 등 전화를 많이 써야 하는 직업의 경우 전화국에 이야기를 하면 하루 이틀 만에도 개통되기도 했다. 전화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공중전화를 이용해야 했다.

요즘은 가정에서도 인터넷 전화를 많이 사용한다. 인터넷 전화의 경우 방식이 크게 두가지인데, 전화기 본체에 유선 인터넷(LAN)을 연결하고 휴대용 무선 전화기와는 일반 무선 방식으로 연결되는 방식과, 전화기 본체는 충전 기능만 하고 전화기가 wifi AP와 무선으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두 방식 모두 인터넷만 연결되면 국내는 물론 전세계 어디서나 즉시 통화가 가능하다. 일반 유선 전화처럼 이전 요청을 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다. 단, 이사를 한 후 변경된 주소를 알려주지 않으면 119등 응급 출동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이사를 한다면 새 주소를 알려주는 것이 좋다.

집들이 선물
이사를 하면 집들이를 했었다. 선물은 두루말이 휴지, 양초, 팔각성냥, 세탁세제 등이었다. 요즘은 이사를 해도 집들이를 잘 안하는 것 같다. 선물도 커피머신, 무선 청소기, 선풍기 등 소형 가전으로 옮겨가고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이사업체를 쓰면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에 대형 트럭을 빌려서 직접 이사하기도 한다. 냉장고, 세탁기, 전기 오븐 등은 빌트인이 되어있어서 이사짐 양도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원룸의 경우 많은 꼭 필요한 가전은 빌트인으로 되어있다. 원룸의 경우 이사짐도 박스 몇개라서 승용차로도 이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 이사를 하는 날에 가장 즐거웠던 추억은 짜장면과 탕수육이었다. 주방시설을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중국요리를 시켜 먹어서 평소에 쉽게 먹을 수 없었던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을 수 있었다. 요즘도 이사를 할 때면 많이들 중국요리를 시켜 먹는 것 같다.

먼 미래에는 컨테이너 박스처럼 집을 통째로 빼서 옮기는 기술이 나오지 않을까?

한상준 han.sangjoon@gmail.com 포토스탁 회사 이미지클릭 이사. 한글과컴퓨터 등 IT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있다. 새로운 기기를 사용하고 분석하는 얼리아답터 활동을 하고 있다. IT 분야 뿐 아니라 아마추어 마라토너, 요리, 커피 등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하고 있다. 관심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정리하여 글로 남기는 것을 즐기고있다. 현재 논현동에서 커피 전문점 카페드양도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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