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나와 이야기하다보니 다음 목적지가 같다. 용승으로 간단다. 출발 날짜도 같다. 다이아나가 차를 대절하려고 한단다. 우리보고 경비를 반씩 내고 같이 가잔다. 덕분에 쉽게 가게 되었다. 다이아나의 남편은 호주사람이란다.
어쩐지 아들하고 계속 영어로 말하고 아들이 키도 엄청 큰데다 생김이 동양인 같지가 않다. 아빠는 딸하고 방콕 여행중이고 아들은 엄마와 중국여행중이기 쉽지 않은데 글로벌가족이어서 그런가보다.

폭발시키듯 폭죽을 터뜨리는 장례 행렬
폭발시키듯 폭죽을 터뜨리는 장례 행렬

아침 먹고 짐 싸고 출발약속시간이 남아서 빈둥거리는데 밖에서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난다. 춘지에 폭죽이라기엔 고막을 찢는 소리여서 발코니로 나가서 봤다. 폭죽을 얼마나 요란하게 터뜨리는지 연기가 자욱하다. 사람들도 많이 모여있고 꽹과리에 나팔까지 난리다. 뭔일인가 싶어서 나가보니 장례식이다. 상복을 입고 있는 사람이 많다.

관이 한걸음 이동할 때마다 상주가 부축을 받으며 절을 한다. 장례식끝나면 무릎이 무사할지 걱정이다. 어제 논길을 걸으면서 논 사이에 무덤을 많이 봤는데 이 행렬도 논으로 가는 모양이다.

논 앞에 서서 관을 다시 장식하고 용 두 마리가 다시 춤을 추고 또 폭죽을 터뜨린다. 고막이 터질 지경이다.

출발시간이 되어서 호텔로 돌아와서 차에 올랐다. 다이아나가 나보고 피부 좋은 비결이 뭐냐고 묻는다. 한국여자들은 다들 피부가 좋아보인다며 비결을 묻는데 난 특별한 비결이 없다. 한번씩 히말라야 트래킹을 가면 피부가 다 벗겨지도록 화상을 입고 오는데 그러고 나면 새 피부가 올라오는 정도라 이야기해줬다.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보니 용승에 도착했다. 숙소가 평안에 있어서 풍경구안으로 더 들어가야한다. 기사가 매표소에서 표를 사야 평안에 들어갈 수 있다한다. 화장실 다녀오고 표도 사고 다시 차에 탔다. 차는 꼬불탕 길을 한참 간다.

17킬로미터정도의 길인데 30분넘게 힘겹게 올라간다.

마침내 평안 입구에 도착했다. 평안입구부터는 짐을 질질 끌거나 지고 가야한다. 다이아나는 멀지않은 곳이라 캐리어를 끌고 가면 된단다. 우리는 숙소에서 포터가 나와있다. 바구니에 가방을 넣으라는데 도저히 넣을 수가 없다.
나보다 더 조그만 여인이다.

20분을 걸어가야하니 짐을 바구니에 넣으라 한다. 차마 넣을 수 없어서 끌고 가도 되니 그냥 가자고 했다. 한참 가다보니 드디어 난코스인 계단이 나왔다. 거기서부턴 남편도 더이상은 캐리어를 들고 갈수가 없다. 할 수없이 아줌마바구니에 짐을 실었다. 올라가면서 내내 짠하다. 포터를 보내려면 남자를 보내지 여자를 보내서 마음 불편하게 만들다니 속상하다. 계단길을 10분정도 더 올라서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아줌마를 꼭 안아줬다. 팁을 주지않을 수가 없다. 고생한 만큼 숙소는 아름다운 위치에 있다.

방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만족스럽다. 일단 점심을 주문해서 먹었다.

대나무통밥과 돼지고기 버섯 유채잎을 시켜먹었다. 대나무밥이 맛있다. 저녁으로 대나무밥이랑 대나무닭요리를 시켜놓고 산책 나갔다. 대나무 밥은 아무리 먹어도 싫증이 나지않을 것 같다.

이 동네 전망대가 두 곳이 있다. 구룡오호과 칠성반월이 있다.

먼저 구룡오호부터 갔다.

가는 길에 사람들이 바켓을 들고 내려온다. 뭔가 보니 올챙이를 가득 잡아온다. 먹는거냐고 물으니 먹을거란다. 별걸 다 먹는 중국인들이다. 전망대에서 다이아나 모자를 만났다.

아홉마리 용과 다섯마리 호랑이의 형상이라는데 용과 호랑이를 찾을 수 없다고 다이아나가 투덜댄다. 나도 열심히 찾아봤는데 찾을 수가 없다. 같이 칠성반월로 가자고 했더니 아들이 배탈이 났다면서 그냥 내려가야겠단다. 내일 연락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칠성반월은 7개의 별이 달과 함께 있는 형상이라한다. 논 가운데 솟은 봉우리가 별 모양이고 우리 숙소 앞의 봉우리가 달 모양이라 한다. 전체를 카메라에 한꺼번에 담기가 어렵다.

다락논 산책을 하다 보니 왠지 히말라야에 온듯한 기분이다.

산속에 있는 마을이 마치 히말라야 산자락에 있는 오지마을 같다. 이곳에 오길 잘했다 싶다. 원래 계획에 없었던 곳이라 우연히 보석을 주은 기분이다. 마을도 예쁘고 우리가 묵는 숙소에서 보는 경치도 좋다. 마을에는 새로 짓는 집들이 많다. 다음에 올 때쯤은 차로 올 수도 있을 듯 싶다. 해지는 시간이 되어서 다시 구룡오호로 가는데 해가 서산으로 넘어간다.

산이라 일찍 해가 넘어간다. 일찍 나와서 볼 걸 아쉽다. 호텔로 와서 주문한 대나무닭찜과 대나무통밥을 먹었다. 대나무통밥은 찹쌀로 해서 쫄깃거리고 맛있다.

대나무찜닭은 닭 한 마리를 토막 내서 약재와 함께 대나무에 넣어서 구운 것이다. 준비하는데 한시간 걸리는 요리라 한다. 방목한 닭이라 그런지 고기는 질긴데 왠지 보신하는 기분이 든다. 산 기운 먹고 건강하게 자란 닭고기를 먹었더니 힘이 나는 기분이다.

방에서 보이는 다락논
방에서 보이는 다락논

건강하고 씩씩하게 여행을 마무리 해야 겠다.
아자아자!!!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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